[포커스] 한·중 간도영유권 말문 터졌다

한국간도학회 ‘동아시아 영토문제 국제학술회의’ 개최…
“토문강은 두만강이 아닐 수 있다” 중국 입장변화에 주목

백두산 정계비에 나타난 토문강이 실제로 두만강과 다른 강이라면 중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의 한 학자가 만약 토문강이 두만강과 다르다면 “정계비에 적힌 ‘토문(土門)’을 국제법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는 것은 앞으로 계속 연구되어야 할 중대한 문제”라고 밝혀 학계에서 큰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측은 그동안 ‘토문강과 두만강이 동일한 강’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다른 강으로 밝혀질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간도연구가인 노계현 전 방송통신대 교수(외교사 전공)는 “중국은 토문강과 두만강이 같다고 주장해왔지 다를 것이라는 가정조차 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측은 19세기 말부터 줄기차게 토문강과 두만강이 다른 강임을 주장해왔다. 지난 8월에는 고구려연구재단이 북한지역을 통해 백두산 정계비를 답사한 후 정계비 인근에 위치한 강이 두만강이 아님을 주장하면서 토문강은 두만강이 아닌 송화강 지류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국제법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 문제의 논문은 10월 28일(금)에 열리는 ‘동아시아 영토문제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간도문제에 대한 중국측 입장을 밝히고 있는 연변대학교 민족연구소장 손춘일 교수는 이날 학술회의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다만 논문만 발표될 예정. 학술회의를 주최한 한국간도학회측은 “간도문제가 중국으로서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중국에서 학술대회 참여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초 연변대 김성호 교수도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중국 “북한-중국 국경조약 인정해야”

손 교수의 논문은 간도에 대한 중국측의 입장을 낱낱이 서술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간도학회에 따르면 손 교수는 동북공정에서 간도 관련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손 교수는 논문에서 중국과 북한이 1962년과 1964년 맺은 국경조약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가 중조국경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으로 간주하고 아직 10% 해결되지 않았다고 하는 ‘중외국경문제’에서 중조국경문제를 배제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북한은 비록 한반도의 분단상태에서 존재하는 하나의 정권이지만 어쨌든 그 실체를 인정하고 승인하여야 한다”면서 “북한과 중국이 체결한 국경조약도 역시 합법적이며 다른 나라들의 인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간도학회의 입장과는 정반대로 달라 국제학술회의에서 뜨거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간도연구가인 이일걸 정치학 박사와 국제법 전문가인 노영돈 인천대 법학과 교수는 논문을 통해 ‘북한과 중국의 국경조약은 비밀조약이어서 국제적으로 인정되지 않을 뿐더러 남북간의 통일과정에서 이 조약을 승계하지 않으면 된다’고 주장해왔다.

이석우 인하대 교수(법학과)는 “국경 분쟁은 현재 상태에서 대부분 접근하기 때문에 간도 영유권 주장도 1964년 북한과 중국의 국경조약, 1909년 간도협약, 1712년 백두산 정계비 순으로 되짚는 과정을 거친다”면서 “정부가 통일이 되기 전에 간도영유권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하며, 북한과 중국의 국경조약에 대해서도 사전에 준비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손 교수는 ‘명나라 시대에도 중국 정부의 통치력이 두만강까지 미쳤다’ ‘(조선과 청 사이의 중간지대였던) 무인지대가 실제로는 청나라가 만주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봉금지대’ ‘두만강은 토문강과 같은 강’이라는 기존의 중국 주장을 철저히 되풀이하고 있다.

다만 1712년 백두산 정계비 당시 청의 대표였던 목극등에 대한 관련 자료가 중국측에 거의 보관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 부분은 중국측 사료 부족으로 중국측의 논리가 불리하다는 점을 사실상 스스로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측에서 주장하는 간도협약의 무효화에 대해서도 손 교수는 “중국 역시 불평등 조약을 체결해 많은 이익을 강탈당했다”면서 “이런 조약들은 당시 구체적인 역사상황 속에서 구체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간도협약에 대한) 한국학계의 주장과 논리는 나름대로의 합리성과 정확성을 갖고 있다”고 손 교수가 미리 언급한 것을 보더라도 중국측에서 간도협약에 관한한 ‘궁색한’ 논리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공개 종합토론 ‘뜨거운 관심’

간도학회에서는 간도협약이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한 채 일본과 중국이 일방적으로 체결한 조약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또한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이 원천무효이기 때문에 이를 법적 근거로 한 간도협약 역시 무효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간도협약도 북한과 중국의 국경조약처럼 학술회의에서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술회의는 간도와 관련한 심포지엄으로서는 처음으로 국제학술회의 형식으로 열린다. 국내 학술회의가 몇 차례 개최되긴 했지만 국제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개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리는 국제학술회의에서는 독일 함부르크 대학 베르너 사쎄 교수, 미국 동북아연구소 티모시 사베지 연구원, 일본 오사카 경제법과대학 아시아연구소 고바야시 레이코(小林玲子) 연구원 등이 참여한다. 베르너 사쎄 교수는 ‘유럽의 동아시아 영토에 대한 인식’, 티모시 사베지 교수는 ‘동북아시아에서의 영토 긴장 완화’, 고바야시 레이코 연구원은 ‘한일합방과 간도협약’을 발표한다. 대전대 법경대학 이창위 교수는 ‘일본의 동아시아 영토인식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제1부 ‘한국과 중국의 간도·연해주에 대한 인식’에 이어 제2부 ‘서양의 동아시아 영토에 대한 인식’, 제3부 ‘일본의 동아시아 영토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진다. 한·일간에 민감한 문제인 독도문제도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동아시아 영토문제를 포괄하는 논쟁의 장이 될 전망이다.

다음날인 10월 29일까지 이어지는 국제학술회의는 장소를 바꿔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종합토론이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역시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간도학회 육낙현 이사는 “다른 학회에서도 비공개로 토론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석우 교수는 “공식석상에서 쉽게 이뤄질 수 없는 민감한 토론이 이날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메이커 / 윤호우 기자 2005-10-28)

(관련뉴스)

“백두산 정계비의 토문은 토문강”

"백두산 정계비서 나오는 江은 頭滿 아닌 土門"

‘간도는 우리땅’ 증거 찾았다

“間島문제 지금 제기안하면 영영 中國땅 된다”

두만강 이북 '간도는 조선땅'

與-野의원 59명 '간도협약 무효 결의안' 국회제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