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間島문제 지금 제기안하면 영영 中國땅 된다”

전문가들 “국제법상 영토시효는 100년…
2009년 이전에 우리意見 밝혀야”
우리 정부선 “민감한 문제… 통일후 논의”

한·중 간의 간도(間島) 영유권문제에 대해 중국은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방한해 ‘고구려사 5개 양해사항’을 구두 합의했던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당시 우리 외교부에 “한국이 동북(만주)지방 영토 국경문제에서 중국 정부와 국민을 우려시키는 시도가 있다”며 “이 문제를 절대 거론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또 최근 한국 언론의 간도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구려사 양해사항’의 이면 합의내용에 ‘간도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우리 정부는 “비(非)정부 차원의 일이어서 합의를 거부했다”는 입장이다〈조선일보 9월 11일자 보도 참조〉. 그러나 간도문제에 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현재 우리 영토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대응을 하기는 어렵고, 통일 이후에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 佛지도에도… 1750년 프랑스에서 제작된 보곤디 지도. 서간도와 동간도가 조선 영토로 표시돼있다. 점선으로 표시된 부분은 현재의 국경선. 조선일보 DB사진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10일 한 인터뷰에서 “간도문제는 북한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관련돼 있는 아주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라며 “역사적 고증과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신중히 다뤄나가야 할 것”이라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우리 외교부의 이런 입장은 ‘지금 이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가 이슈화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적다고 생각할 뿐더러 혹시 이 문제가 중국을 자극해 고구려사 ‘구두 양해’가 무산되거나 향후 한중간의 외교관계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면 간도는 영영 중국 영토로 굳어질 수 있고, 우리가 중국에 쓸 수 있는 외교적 카드도 그만큼 줄어든다고 입을 모은다. 신형식 백산학회 회장(상명대 초빙교수·한국고대사)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통일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며 “간도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일제가 제작한 지도에도 드러나듯 간도는 명백한 우리 영토였고, 1909년의 청·일 간 간도협약은 국제법상으로도 무효”라며 “만일 정부가 제기하지 못한다면 국회와 학계에서라도 이 문제를 이슈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23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과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환담 모습. 우 부부장은 우리 정부에“간도 영유권 문제를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DB사진
노영돈 인천대 교수(국제법)는 “중국이 국가 주도로 자신의 국익에 유리한 이론화 작업을 추진하는 데 비해 우리 정부는 ‘외교적 마찰’을 운운하며 이런 논의를 스스로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와의 ‘조용한 조율’을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삼음으로써 중국에 대한 ‘카드’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간도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이 너무 늦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국제법상 영토문제의 시효 만기가 대략 100년인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얼마 없다는 분석이다. 육낙현 간도되찾기운동본부 대표는 “1909년으로부터 100년이 되는 2009년 이전에 간도 영유권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국제적으로, 적극적으로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간도협약’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2차대전 후 제국주의가 청산된 뒤에도 원래대로 환원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조약이라는 지적이다. 국제법상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양측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성재호 성균관대 교수(국제법)는 “영토 분쟁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해결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양쪽 정부 차원에서 공식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며 “현재 간도문제는 언론과 학계 등 민간에서만 제기된 문제여서 공식적인 ‘분쟁지역’조차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등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이하원, 유석재 기자 2004-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