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북관대첩비 반환 약속한 적 없다"

외교통상부, 브레이크뉴스에 반박글 보내와

외교통상부의 서형원 동북아 1과장은 브레이크뉴스가 최근 제기하고 있는 북관대첩비 관련 외교통상부의 저자세 외교 문제에 대해 반박글을 보내왔습니다.

브레이크뉴스 편집부는 가감없이 이 글을 게재합니다.

북관대첩비 반환문제의 실상

브레이크 뉴스의 강은영 기자가 올린, 8.4자「외교부 반기문, 일본이 바치는 것도 사양 (외교통상부의 저자세 외교)」 기사와 8.12자 「북관대첩비도 안 찾으면서 역사를 찾아?」기사는 사실과 너무도 동떨어진 내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론보도의 생명은 객관성이라고 하는데도, 강은영 기자는 담당 부처인 외교통상부에 대해 취재를 시도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한일 불교복지협회 관계자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듣고, 외교통상부를 근거없이, 그것도 극단적인 언어를 사용해서 매도하였습니다. 유감스럽게 생각하기 이전에 건전한 상식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북관대첩비 반환문제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① 과연 정부가 노력을 안 해서 반환이 안 되고 있는 것인지, ② 민간이 노력해서 일본측으로부터 반환을 약속 받았다는 것이 사실인지, 그리고 ③ 북한이 원소재지인 북관대첩비를 반드시 한국으로 먼저 가져와서 북한으로 보내겠다고 고집해야 하는 것인지를 중심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먼저, 북관대첩비 반환을 추진해온 경위와 현황은 이렇습니다.

북관대첩비 반환문제는 1978년 해주 정씨 문중에서 야스쿠니 신사에 소재하고 있는 북관대첩비의 반환을 요청함으로써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1979년부터 일본 정부에 대해 외교채널, 한일 의원연맹 회의, 한일 문화교류 회의 등을 통하여 계속해서 반환을 요청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문부 장군의 후손, 조총련, 함경북도 지사 등 이북5도청 관계자, 문화계 인사, 그리고 일본의 카키누마 센신 스님 등 여러 인사나 단체들이 차례로 야스쿠니 신사측과 접촉하여 반환을 요청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정부는 표면상으로 북관대첩비가 민간종교법인인 야스쿠니 신사의 보유물이므로 간여할 수 없다고 해왔지만, 그 속사정은 북관대첩비가 북한에서 반출된 것이므로 북한과의 관계가 정상화될 때 북한이 당연히 반환을 요청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한국으로의 반환을 꺼리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야스쿠니 신사측도 그간 우리 정부나 민간의 한국 반환 요청에 대해, ‘통일 한국정부가 수립되거나, 남북한간에 조정이 이루어져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통하여 정식으로 요청하면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측의 입장은 지난해 10월과 금년 8월 우리 정부가 반환을 요청했을 때까지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야스쿠니 신사측은 어떠한 민간인사와도 북관대첩비 반환을 전제로 협의하거나 약속한 적이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과는 달리, 브레이크 뉴스는 일한 불교복지협회가 야스쿠니 신사측으로부터 반환을 약속 받았으나 우리 정부가 對日 소극적·저자세 외교로 일관하여 일본이 북관대첩비를 “바치는 것도 사양”하고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는 결코 사실일 수 없습니다.

첫째, 기사에서 일한불교복지협회의 카키누마 스님이 ‘피나는 노력’ 끝에 야스쿠니 신사측으로부터 1999년에 처음으로 반환을 약속하는 공식서한(별첨 1)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서한은 李俊鶴 한일문화재교류위원회 부위원장과 李桓儀 전주 이씨 大同宗約院 이사장의 반환 요청에 대해 회신하는 것으로서, 그 내용도 그 오래 전부터 우리정부에 대해 밝혀온 입장과 동일합니다. 또한, 현 단계에서 반환 요청에 부응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야스쿠니 신사측 서한은 그 전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91년 2월 호국정신선양회 김성준 회장 앞 서한에서 “당 신사는 한국과 북한간의 조정이 이루어지고 한국 정부가 외교루트를 통해 일본 정부에 정식으로 의뢰하면 신속하게 반환할 용의가 있다”고 하였으며, 94년 이타가키 일본 참의원 의원을 통해 주일 한국대사관에 통보한 답변서에서도 동일한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야스쿠니 신사측은 카키누마 스님이 자주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있는 것으로 아나, 북관대첩비 반환에 관해 협의한 적이 없으며, 동 스님이 한국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였든 야스쿠니 신사측으로서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카키누마 스님과 조선왕조 후손 이구씨가 1997년 6월 야스쿠니 신사 宮司에게 보냈다는 별첨2 서한에 대해 야스쿠니 신사측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일불교복지협회와 브레이크 뉴스는 외교부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고 하고 있으나, 2003.9.18자 중앙일보 동경 특파원발 취재 기사도 야스쿠니 신사측이 한국의 어느 단체에도 반환 약속을 한 적이 없으며 북에서 가져온 것이므로 한국에 반환할 수 없다는 야스쿠니 신사측 입장을 전하고 있습니다.

둘째, 한일불교복지협회측은 우리 정부가 북관대첩비 반환을 공식으로 요청한 문서만 주면 당장에라도 야스쿠니 신사측과 반환 조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교통상부가 그러한 문서제공이 어렵다고 한데 대해, 외교통상부가 반환을 요청했는지 믿을 수 없고 외교부 공무원들의 국가관과 역사관이 제대로 자리잡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했듯이, 우리정부의 공식적 반환요청이 누차 야스쿠니 신사측에 전달되어 있고 민간단체에게 북관대첩비를 내줄 수 없다는 신사측의 입장을 명확히 알고 있는 터에, 한일 불교복지협회측이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반환 조인식을 갖겠다고 하는 것은 황당하게 들릴 뿐입니다.  우리정부의 공문서가 야스쿠니 신사측에 제시되어도 반환조인식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한 상황에서, 권한도 없는 민간단체에게 공문서를 내줄 수 없습니다. 우리 정부 공문서의 권위가 경시되거나 손상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국가관과 역사관으로 연계하여 매도하는 것은 심한 비약이며 부적절한 언사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야스쿠니 신사측이 북관대첩비 반환의 조건으로 “남북한간 조정”을 거론한 것과 관련, 한일불교협회측은 1999년 당시 이형철 주유엔 북한 대사가 북관대첩비 반환 추진을 승인하였으며, 따라서 북한과의 조정은 끝난 것이므로 한국 정부가 일본정부에 요청만 하면 북관대첩비는 카키누마 스님측에 인도될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일 불교복지협회측이 증거로서 제시하고 있는 이형철 북한대사의 토즐리 세계무역센터협회 총재 앞 서한(별첨3)을 보면, 이형철 대사는 “조속한 시일내에 북관대첩비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으로 성공적으로 그리고 순조롭게 반환되기를 바란다”고 쓰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부나 민간단체를 통한 반환에 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습니다.

북한이 반환을 희망했다고 해서, 일본이나 한국의 민간단체가 북관대첩비를 일단 한국으로 가져간 후 북한으로 반환하는데 동의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너무도 자의적이고 무리한 추정이라고 할 것입니다.

우리 선조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북관대첩비가 아직까지 일본에 남아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반환이 지체되고 있는 것은 북관대첩비의 원소재지가 북한이며 북한이 반환권리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 한국을 통한 반환 문제에 관해 남북한간 협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웠던 현실, 일본이 북한과의 국교정상화시 북한의 반환요청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결코 우리 정부가 소극적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북관대첩비 반환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두 가지라고 봅니다.

그 하나는 남북한이 합의하여 한국이 우선 북관대첩비를 반환 받고 한국을 경유하여 북한으로 보내는 방안입니다. 이를 위해서 외교통상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하면서 남북관계 진전상황을 보아가며 북한당국과 협의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나갈 것입니다.

또 하나는 아주 멀리 않은 장래에 북·일 수교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에 따라 일본이 북한으로 바로 반환하는 방안입니다. 이 경우 우리는 한민족의 문화재가 탈취된 원래 장소로 반환되는 것을 환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민족의 문화자산이 한반도로 돌아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방안이든 현실적으로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그래도 우리 정부와 민간이 오랜 기간 동안 문제를 제기하고 반환을 요청하면서, 일본 정부나 야스쿠니 신사측의 반환의사를 거듭 확인한 만큼, 반드시 북관대첩비가 한반도로 돌아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이 있지만 외교통상부로서는 결코 소홀히 하지 않고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아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참고로 한일불교복지협회측이 자신들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제시해온 문건들은 대체로 일한불교복지협회측으로 제공받은 일본어 문서입니다만, 문서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판단을 돕기 위해 주요한 서한들을 번역하여 첨부합니다.

 2004.8.20(금)

외교통상부 동북아1과장

서형원


(브레이크뉴스 2004-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