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관대첩비도 안찾으면서 역사를 찾아?

중국에 빼앗긴 역사, 북관대첩비도 일본에 방치할 것인가?

지난 4일 브레이크 뉴스는 북관대첩비 반환과 관련해 민간 차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저자세를 취하고 있는 외교통상부의 태도를 지적한 바 있다.

러ㆍ일 전쟁 당시 일본군 미요시 중장은 그들이 임진왜란에서 패한 북관대첩의 치욕스러운 역사를 감추기 위해 함경도민을 협박해 북관대첩비를 뽑아갔고 그것을 야스쿠니 신사 구석에 버려둔 지 정확히 1백여년이 지났다.

북관대첩비 반환 추진협의회 측은 8월 말 안으로 반환 조인식을 가지고 “북관대첩비를 하루속히 되찾아 오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외교부는 북관대첩비가 '북한 소재 문화재'라는 점을 이유로 들어 무엇 때문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저자세 외교를 일본에 취하고 있다.

아무튼 결과만 두고 보면 얼떨결에 일본으로 건너가 야스쿠니 신사 구석에 방치돼 있는 북관대첩비와 5백년 전 임진왜란 당시 최초로 의병들을 이끌어 일본군을 격퇴시키고도 북관대첩비를 뺏긴 정문부 장군만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ㆍ북한이 분단되어 있는 현실도 억울하지만 분단 때문에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북관대첩비.

‘그래도 북관대첩비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신념아래 북관대첩비 반환을 두고 초로의 나이에 북관대첩비 반환의 선두에 선 사람은 남한사람도 북한사람도 아닌 일본인 가키누마 센신 스님이다.

가키누마 센신스님은 누구인가

독립운동을 통해 동아연맹 운동에 몸을 던진 조녕주 선생에 영향을 받아 한국에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는 가키누마 센신스님(일한불교복지협회 회장)은 현재 세계종교연합회의 최고 고문과 일본국 명예법왕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잠시 가키누마 센신 스님이 한국을 위해 어떠한 일을 해 왔는지 살펴보자.

1990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일간에 해결하지 못한 3대 과제로서 “임진왜란, 한일합방, 재일본 한국인 처우문제”를 거론한 것을 계기로 “내가 스님의 입장으로서 임진왜란과 한일합방은 해결 할 수 있는 일이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1990년부터 경도 귀 무덤의 영혼 환국 봉송, 오까야마 코 무덤의 영혼 환국 봉송, 관동 대지진 한국인 희생자 위령탑을 건립했다.

또한 안중근 의사 유품의 한국 반환, 조선의 마지막 황세손인 이구씨의 환국 등 한국을 위한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다 우연히 ‘야스쿠니 신사’ 경내에 방치된 북관대첩비를 발견하고 이를 한국으로 반환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센신스님이 북관대첩비를 발견했을 당시 북관대첩비는 자연에 그대로 노출되어 훼손이 심각한 지경이었지만 센신 스님이 야스쿠니 신사에 건의하여 지붕과 기타 보호물을 만들어 설치하게 했다.

이후 센신스님은 북관대첩비 반환을 위해 계속적으로 야스쿠니 신사측에 반환을 요청했고 지난달에는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의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일본정부에 요청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센신스님은 1999년 야스쿠니 신사로부터 “한국과 북한과의 조정이 이루어지고 한국 정부로부터 일본 정부에 정식으로 반환 의뢰가 있으면 속히 반환할 용의가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공식서한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브레이크 뉴스 8월 4일자 기사참조)

그는 지난해 7월 24일 왜군과의 싸움인 북관대첩을 승리로 이끈 정문부 장군묘(의정부시 송산동 위치)를 찾아 참배하기도 했다.

북관대첩비 반환을 추진하고 있는 주동진 사무처장은 “임진왜란에서 참패한 일본의 승려로서 적장의 묘를 찾아 참배한다는 것은 보통사람으로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센신스님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참회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한국인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평가했다.

센신스님이 북관대첩비 반환을 추진하기 시작할 무렵 일본 내에서 우익 인사들은 센신스님을 비난하며 북관대첩비의 한국 반환을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우익 인사들은 항의 방문, 협박 편지와 전화 등으로 센신스님을 괴롭히며 북관대첩비 반환을 무산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이때마다 센신스님은 그들에게 “북관대첩비가 일본에 있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되느냐?”고 되물었고 일본 내에서 북관대첩비 반환 추진을 반대하고 있는 세력을 설득시켰다.

센신스님은 “한일관계에 있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국민의 일본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다. 그런데 그것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36년간 총독부의 지배로 고통 받았던 한국민들에게 너무나도 당연하다. 한일관계는 일본이 과거를 반성해야 하고 일한관계 회복을 위해 인생을 바치고자 하는 것이 나의 심정이다”라고 밝혔다.

중국에 빼앗긴 고구려사, 외교부 정신차려야

북관대첩비마저 빼앗길 것인가?

북관대첩비 반환 문제는 단순히 일본에게 빼앗긴 우리의 문화재를 다시 찾아오는 것에 한정지어서는 안 된다.

북관대첩비와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다.

고구려사 왜곡은 일차적으로 중국에게 책임이 있지만 우리 외교부와 정치권의 책임도 미뤄둘 수 없다.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을 두고 정부와 정치권을 연일 이에 대한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미 체계적으로 고구려사 편입을 계획해 온 중국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외교통상부의 반기문 장관은 “정부는 앞으로도 역사왜곡 중단과 시정을 요구할 것이고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중국의 교과서 왜곡 가능성을 포함한 추가 왜곡방지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계속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국정브리핑 8월 12일자 기사 참조>

하지만 외교부는 어떠한 방법으로 단호히 대응할 것인지, 어떠한 방법으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것인지, 그 방법은 제시하고 있지 않다.

중국 정부의 고구려사 왜곡은 학계에서 오래전부터 논의가 되어왔다. 하지만 소수의 고구려 역사학자들만이 그 주축이었고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에 무감각 이었다.

또한 중국의 고구려 역사 편입의 시도를 파악한 이후에도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을 꺼려왔다.

그 결과 중국은 고구려사 왜곡을 체계적으로 진행해왔고 역사책까지 왜곡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역사책 왜곡은 우리 정부의 강력한 항의로 시정되기는 했다)

지난 11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대책’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손봉숙 의원은 “문제가 심각한 만큼 정부가 외교적 마찰을 너무 두려워 하지 말고 이번에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성토하기도 하는 등 우리 정치권에서도 외교부의 미흡한 역사관과 저자세 외교를 문제삼고 있다.

일본 야스쿠니 신사 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북관대첩비는 민족저항 정신을 대표하는 위대한 상징물인 동시에 국보급 문화재이다. 임진왜란 때 승리를 기념하는 승전비가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안에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 역사의 수치이다.

또한 일본으로부터 북관대첩비를 반환해 원래 소재지인 북한으로 되돌릴 경우, 남북관계를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관대첩비는 고구려사와 함께 되찾아야 할 우리의 역사인 것이다.

북관대첩비 반환이 차일피일 미뤄질 경우 북관대첩비가 제2의 고구려 역사처럼 왜곡되어 일본의 승전기념비로 남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브레이크뉴스 2004-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