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10년…‘어제 위기’ 이겨냈지만 ‘내일 준비’ 부족

《내년은 한국의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째 되는 해. 그동안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에서 빨리 회복됐지만 최근 들어 경제 활력 저하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외환위기 이후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이 증가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여건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은 17일 내놓은 보고서 ‘IMF위기 전후 한국경제와 생활여건 변화’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

○ 위기 회복 속도는 빨라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외환위기를 겪었던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멕시코 콜롬비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8개국보다 높았다.

위기 발생 이듬해인 1998년부터 2004년까지 7년 동안의 1인당 GDP 증가율의 평균은 한국이 5.1%로 다른 아시아 4개국(3.1%)과 중남미 4개국(2.0%)보다 높았다.

또 한국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각국 기업인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국제비교 조사에서 기업가 정신, 근로의욕, 사회적 유연성을 비롯한 국가경쟁력 총지수에서도 다른 위기 경험 국가들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 우려되는 경제 활력 저하

이 보고서는 최근 몇 해 한국의 경제 활력 저하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설비투자 부진. 설비투자 동향에 큰 영향을 받는 유형자산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전 15.4%에서 외환위기 직후 6.5%로 감소했으며 최근 5년간 1.85%에 그쳤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업전망이나 투자성향이 악화돼 투자증가율이 기업 성장 속도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또 가계소득 증가세가 순조롭지 못하고 주거비 교육비 등이 고정지출 항목으로 자리 잡아 내 집 마련과 노후설계 등의 미래 대비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우리 경제가 앞으로 위기를 겪게 된다면 투자와 소비의 구조적 부진에 따른 만성적 경제 활력 둔화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 같은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는 징후로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거품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 황진영 기자 2006-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