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외채 1천억달러…‘IMF’때보다 많다

지난 9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규모가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 또 국외로부터 일시에 채무 상환 요구를 받았을 때 대외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외환 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47.5%로 50%에 근접했다.

11일 한국은행은 지난 3분기 말(9월 말) 현재 우리나라 총외채를 2496억달러, 이 가운데 단기외채는 1084억달러인 것으로 집계했다. 9월 말 기준 원-달러 환율(945.2원)로 환산하면, 102조46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정부 예산(144조8천억원)의 71% 수준이다. 단기외채란 정부·기업·가계를 통틀어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꿔온 만기 1년 미만의 빚을 말한다.

단기외채는 특히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 9월까지 늘어난 규모만 42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7억달러와 견줘 증가 폭이 3.5배나 됐다.

단기외채가 급증하면서 대외지급 능력의 안정성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외환 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004년 28.3%에서 2005년 31.3%로 높아진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1분기 34.2%, 2분기 42.1%, 3분기 47.5%로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정부가 ‘안정 수준’으로 보는 ‘60% 이하’에는 아직 못미치지만, 전문가들은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른 점을 우려한다.

박복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남아도는 달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논란이 될 정도로 외환 보유액이 충분해 위기 가능성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단기외채 비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말 현재 외환 보유액은 2282억달러로, 외환위기(IMF) 때인 97년 11월 말의 244억달러보다 8배 이상 많다. 또 당시 단기외채는 922억달러였다.

단기외채가 이처럼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은행들을 중심으로 외화 차입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잔액이 515억달러에 불과했던 은행들의 단기외채는 올 들어 9개월 사이 329억달러나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올 상반기엔 달러 약세를 예상한 국내 수출업체들이 내놓는 달러 선물환을 사들이기 위한 차입이 많았으나, 원-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하면서 3분기에는 은행들이 국내에서 원화로 돈을 굴리려는 목적에서 싼값에 꿔오는 외화 수요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외채가 급증하면서 시중 자금이 늘어 집값을 부추기고 원-달러 환율을 더욱 끌어내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 / 최우성 기자 2006-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