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치유의 천사''

“아파도 갈 곳 없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인술을 나누는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그들이 고통을 덜고 고마워할 때면 정말 피곤이 싹 가십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무료 진료소 ‘라파엘 클리닉’. 이 단체에서 의료봉사를 펼치는 의사들은 휴일을 반납하고 의료봉사를 하지만 얼굴엔 항상 웃음이 가득하다. 라파엘은 성경에 나오는 ‘치유의 천사’.

김인태 라파엘클리닉 사무국장(56)은 “일요일에 쉬지도 않고 나와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분들을 볼 때마다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며 “진료실이 학교강당이어서 불편할 뿐 아니라 장비도 퇴업한 병원의 것을 이용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97년 처음 문을 연 라파엘클리닉은 서울대 의대 가톨릭 교수회와 학생회가 혜화동 성당에 첫 무료 진료한 것을 시작으로 점차 타 대학 의대 출신들도 대거 참여해 협력병원 40여개에 의료진 220명과 자원봉사자 250명을 보유한 사회복지법인이 됐다. 진료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동성고 강당 4층에서 이뤄지며 매번 외국인 근로자들이 찾아와 북적댄다. 매달 작은 진료일과 큰 진료일로 나눠 번갈아 운영된다. 내과 위주의 작은 진료일에는 의사 5∼7명이 환자 150여명을, 큰 진료일에는 의사 30명이 환자 350여명를 돌본다. 회원 의사들은 2∼3개월에 한번씩 무료로 봉사하고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 17개 진료과목에서 상담을 하고 이곳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질병은 종합병원을 소개해준다. 의·치대생을 비롯해 자원봉사자 80여명도 안내에서 통역까지 다양한 업무를 나눠 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올 들어 진료한 외국인 근로자는 1만3000여명을 비롯해 그간 8만여명이 이곳을 찾았다”며 “이들의 국적도 중국, 몽골,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로로 24일 제18회 아산상을 받게 되는 라파엘클리닉은 이번 상금 1억원 전액을 외국인 노동자 진료소 마련에 쓰겠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 전성룡 기자 2006-11-24)

외국 근로자 돕는 슈바이처들

18회 아산상 시상식… 대상에 서울의대 봉사단체 ‘라파엘클리닉’

질병으로 고통 받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지난 10년간 주말마다 무료진료를 하고, 임금체불 상담 등 외국인 노동자 인권보호에 앞장서온 ‘라파엘클리닉’(대표 김유영)이 아산재단(이사장 정몽준)이 수여하는 제18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24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내 아산교 육연구관에서 사회봉사단체 관계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서울의대 가톨릭교수회와 가톨릭학생회로 구성된 라파엘클리닉은 지난 1997년 4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당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무료진료를 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라파엘클리닉이 외국인노동자 의료봉사를 시작한 것은 3D 업종에 종사하고, 열악한 생활 조건 등 건강상 많은 위험에 둘러싸여 있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산재처리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보험이 없어 일반인의 2~3배에 이르는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돕기 위해서였다.

현재는 내과, 외과, 소아과 등 17개 진료과 의료진 220명과 자원 봉사자 250여명이 혜화동 동성고등학교 강당에서 매주 500명 이상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2006년 5월부터는 의정부 녹양동 성당에 분원을 마련해 의정부 지역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의료혜택을 주고 있다. 진료 받는 외국인 노동자 숫자도 해마다 증가해 1997년 3082명, 1998년 4745명, 1999년 7034명, 지난해에는 1만2000명을 넘겼다.

라파엘클리닉은 정부의 지원금 없이 회원들과 후원자 300여 명의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진료소에서 할 수 없는 정밀검사와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40여개 협력병원에 의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극빈환자의 경우 200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또 진료소를 방문할 수 없는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이동 진료도 실시하고 있다. 1998년부터는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체불, 체벌, 쉼터 알선 등과 관련된 내용을 상담하는 등 외국인 노동자 인권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라파엘클리닉 대표 김유영(서울의대 알레르기 내과) 교수는 “이번 아산상 시상식에서 받는 상금 1억원 전액을 진료소 개선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상인 아산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억원, 의료봉사상과 사회봉사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00만원 등 23명(단체 포함)의 수상자에게 총 4억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아산상은 1989년 재단 설립자인 아산(峨山) 정주영 초대 이사장의 뜻에 따라 불우한 이웃을 위해 헌신해 왔거나 효행을 실천해 온 개인이나 단체를 찾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아산상 = 라파엘클리닉(의료봉사) ◆의료봉사상 = 샘복지재단( 의료봉사) ◆사회봉사상 =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국제구호) ◆복지실천상 = 김연태(새소망의집 사무국장) 오순자(정화원 생활재 활교사) 윤곤순(순천성신원 복지생활팀장) 진길임(SOS어린이마을 생활지도원) 홍성규(에덴하우스 사무국장) ◆자원봉사상 = 서용원(호서대 교수) 윤희정(자원봉사자) 홍영숙(자원봉사자) 희망원 네트(무선통신 동호회) CCC사랑의호스피스봉사단 ◆청년봉사상 = 꼬마사랑(국민대) 사랑살기(가톨릭대) 위닝(국군간호사관학교) 유네스코(고려대) W.B.M(경희대) ◆효행·가족상 = 공숙자 김영 순 양선화 이외선 채대영

(문화일보 / 이진우 기자 2006-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