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천원 벌기위해…힘겨운 ‘인생수레‘

“아침 일찍 나와 하루 종일 이런 거 주워야 3천원 받아가. 점심도 안 먹고 3번 이상 왔다 갔다 하면 5천원이나 받나….”

이른 아침, 안개가 채 걷히기도 전에 손수레를 끈 노인이 샅샅이 골목을 살피고 다닌다.

박스와 폐지, 고철 등을 모아 인근 고물상에 팔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은 이제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상가가 밀집된 곳이나 음식점 주변, 주택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편의점 앞에서 박스를 주워 모으던 남 모(75·청주시 봉명동)할아버지는 노환으로 지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와 손자 3남매를 기르고 있는 생활보호대상자다.

몇 해 전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할아버지는 어려운 살림에 며느리마저 집을 나가고 부모 없이 고아가 돼버린 손자들을 고스란히 떠맡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남 할아버지는 “몸도 성치 않은 노인이 할 일이 이것밖에 없어 하루도 거르지 못 한다”며 “할멈도 아프고 손녀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바람에 생활비 걱정이 더해졌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근 고물상에서 사들이는 폐지는 1kg에 30원으로 캔 종류도 맥주 캔 외에는 값을 쳐주지 않기 때문에 하루 3번이상 수레를 날라야 고작 5천원 남짓 받는다.

주로 음식점 밀집지역에서 폐지를 모으는 박 모(56·청주시 용암동)할머니는 남편과 함께 리어카를 끌며 고물을 모은다. 성격 급한 할아버지가 생활비에 조금이라도 더 보태라며 집에 있던 할머니에게 리어카를 끌게 한 것.

박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잽싸게 고물을 모아 놓으면 내가 리어카에 싣지. 할아버지가 다 한 거지 난 리어카만 끌어”라고 말하는 표정에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박 할머니 내외가 이렇게 모아 받는 돈은 7천원∼1만원으로, 비오고 고물이 없는 날이면 4∼5천원을 받을 때도 있다고. 그나마 자식들이 있긴 하지만 형편들이 좋지 않아 용돈은커녕 얼굴보기도 힘든 형편이다.

청주시 수동에 살고 있는 김 모(59)할아버지 역시 고물을 모아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고아로 자랐고 지금도 가족 없이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다.

“배운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목숨이 붙어있으니 고물이라도 모아 목구멍에 풀칠한다”는 김 할아버지는 “날 더 추워지기 전에 몇 푼이라고 더 벌어야 연탄이라도 잔뜩산다”며 지금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이처럼 고물 값이 바닥으로 뚝 떨어지는 동안 살기는 더 팍팍해져 고물을 직접수집상에 넘기는 예가 많아지면서 도내에만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수집 노인들에게 가는 몫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청주지역 한 고물 수집상은 “폐지의 경우 kg당 30원, 고철은 100원을 쳐 준다”며 “노인들이 하루 3∼4번씩 찾아오지만 달랑 몇 천원을 쳐 줄때마다 마음이 안 좋다”고 안쓰러운 심정을 밝혔다.

(충북일보 / 김수미 기자 2006-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