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0원짜리 스타벅스 카푸치노 원두 값은 단돈 90원

‘3100원짜리 스타벅스 카푸치노 커피 한 잔의 원두 값은 90원’.

전세계에서 엄청 비싼 가격에 팔리는 스타벅스 커피. 이 커피 원두의 대부분은 최빈국 중 하나인 에티오피아 산이다.

이 나라는 세계 최고의 아라비아 모카 원두 생산국.연간 평균 10억5000만달러(약 1조1030억원)어치를 수출,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커피 원두 생산과정에는 선진국과 후진국,부자와 가난한 자의 불평등 착취 구조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6일 에티오피아 커피 노동자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커피-검은 황금(블랙골드)’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이 나라의 커피농장 노동자는 1500만명. 이들의 하루 평균 임금은 1달러도 채 안된다.

1500∼6500원 가격을 받는 고급 커피의 전세계 일일 판매량은 20억잔. 영화에 따르면 이 커피 한잔에 쓰이는 원두 값은 90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수입업자와 판매업자들의 몫이다. 스타벅스처럼 커피농장 운영과 원두 수입·제조·판매까지 전부 도맡아하는 커피 회사는 그야말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원두 가격이 이처럼 싼 것은 수출물량의 90%가 제 값을 받지 못하는 불공정거래의 ‘제물’이기 때문이다. 낙후된 현지 농장들은 최고급 원두를 그저 “썩기 전에 팔아야 할 농산물”로 여긴다. 선진국의 대형 수입업자와 유명 브랜드들은 바로 이 점을 간파해 아예 현지 농장을 몽땅 사들이거나 입도선매 방식으로 원두 가격을 낮추고 있다. 농장을 독차지한 이들은 ‘헐값’에 원두를 생산,입맛 까다로운 선진국 소비자들에게 ‘금값’에 커피를 판다.

신문은 “갈수록 에티오피아 커피농장에 투자하는 선진국 수입업자가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의 투자가 증가한다고 해서 에티오피아 주민들의 가난이 결코 개선되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국민일보 / 신창호 기자 200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