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은 중국 땅"…세계에 못박으려는 중국

세계자연유산 등재 준비 착착 … 백두산 연결 철도·도로 연내 착공
중국 정부 "유적·명승지 보호 차원" …남·북한은 항의도 못해

‘동해물과 백두산이….’ 애국가의 첫 소절에 나오는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이 중국화(中國化)하고 있다. 중국이 백두산을 ‘중국의 땅’으로 만들기 위한 이른바 ‘창바이산(長白山·중국 이름) 공정’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이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도 불구, 북한은 물론 한국 정부도 중국에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고 있다.

중국의 창바이산 공정은 현재 두 개의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 국제사회가 백두산을 중국의 영토로 인식하도록 하는 작업이다. 둘째, 관광과 개발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중국의 창바이산 공정은 ‘둥베이(東北) 공정’이라는 커다란 그림의 일부분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그 의도가 무엇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지린(吉林)성 정부는 오는 2008년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세계유산위원회 제32차 총회에서 백두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을 착착 진행시켜왔다. 중국은 1980년 일찌감치 백두산을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보전지역(MAB)으로 지정 받았고, 1986년 백두산을 국가급 자연보호구로 지정해 관리해왔다. 백두산은 그동안 조선족 집단 거주지인 옌볜(延邊) 자치주에서 관할해왔다. 하지만 지린성 정부는 지난해 8월 성 직속기구로 ‘창바이산 보호개발관리위원회’를 신설, 백두산에 대한 종합적인 개발과 체계적인 관리를 주도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또 백두산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지질공원(World Geopark)에 등재 신청하기로 했다. 세계지질공원은 지질학적 희소성과 함께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지질유적이 잘 분포돼 있는 곳에 대해 유네스코가 전문가위원회를 통해 지정하는데, 중국에는 이미 8곳이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돼 있다. 중국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구인 유네스코를 통해 백두산을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 받는다면 백두산은 자연스럽게 ‘창바이산’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백두산을 2004년에 제정된 ‘중화(中華) 10대 명산’ 중의 하나로 정했다.

중국의 용의주도한 계획은 일개 성(省) 정부 차원이 아닌 중앙정부의 계산된 전략에 따른 것이다. 물론 중국은 유적지와 명승지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남북한이 모두 백두산을 한민족의 상징으로 인식해왔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중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 받으려는 것은 바로 자국 영토임을 공인 받으려는 속셈이다. 유산이란 전대의 것을 후대에 전할 가치가 있는 것을 말하는데, 백두산이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자연유산이 되면 대대로 중국의 땅이 되는 것이다.

중국은 또 백두산에서 생산되는 인삼과 광천수를 자국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브랜드로 만들려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지린성 정부는 ‘창바이산 인삼’의 품질증명 상표를 등록시키고 인삼 재배 및 생산의 표준화와 규격화를 통해 한국의 고려인삼에 버금가는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통계에 따르면 지린성의 인삼 생산량은 중국과 세계시장에서 각각 85%, 70%를 차지하고 있는데 주요 인삼 산지는 백두산 주변이다. 중국은 이미 동북삼보(東北三寶) 중 하나로 인삼을 꼽으며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왕민(王珉) 지린성 성장은 “창바이산 인삼은 품질이 뛰어나 이를 규격화하고 가공제품으로 개발하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3~5년 안에 창바이산 인삼을 관광객에게 집중 판매하고, 이어 수출을 대대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간조선 200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