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졸부풍자 소설 ‘형제’ 쇼크

현대 중국 사회의 갖가지 치부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소설이 최근 중국에서 베스트셀러로 등장했다.

1990년대 초중반 소설 ‘허삼관 매혈기’ 등으로 유명세를 치른 위화(余華·46)가 10년 만에 다시 나타나 쓴 소설 ‘형제’가 화제의 작품. 이 소설은 각종 해적판과 인터넷에서의 무료 내려받기가 판을 치는 중국에서 최근 100만 부 이상 팔렸다고 4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전했다.

형제는 마약과 매춘, 부패, 뇌물, 도박 등 중국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생동감 있고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1920년대 초반 중국 유명 작가 루쉰(魯迅)이 ‘아Q’라는 인물을 내세워 당시 사회의 병폐를 가차 없이 파헤쳤던 것처럼, 위화의 소설에는 ‘리광터우’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아버지와 함께 여자화장실이나 훔쳐보며 별 볼일 없이 크던 리광터우는 문화대혁명의 광풍 속에서 아버지가 맞아 죽은 뒤 고아가 됐지만 개혁개방과 함께 일본 중고 옷가지 장사로 떼돈을 번다.

황금으로 도금된 변기에 눈을 감고 앉아 2000만 달러짜리 우주여행을 꿈꾸고, 우주의 고독을 상상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주인공의 최근 모습은 ‘돈은 벌었지만 무엇을 할지 모르는’ 중국 졸부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소설 속의 선정적인 묘사는 중국 당국의 검열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 위화는 최근 인터뷰에서 “문화대혁명 기간에 우리는 닫힌 사회에서 살았고 모든 것이 미쳐 있었으며 흑백으로 양분돼 있었다. 줄을 잘못 서면 죽었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지금도 중국 사회는 그때와 다름없이 모든 것이 미쳐 있고 공허하며, 사람들은 돈을 번 뒤 무엇을 할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 사회는 한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변했다. 내 소설이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사실 중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 주성하 기자 200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