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창-자위대는 방패… 연합군 체제로 재편”

노무현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추진하면서 한미 양국군의 협조체제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이웃 일본과 미국의 군사 동맹체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일본의 전폭적인 협조아래 주일미군이 전면 재편되면서 동북아의 새로운 군사 허브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주일미군의 재편은 해외주둔미군재배치검토(GPR)에 따라 5월 미일 양국 정부가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양국 군의 육해공군 사령부 기능을 한데 모으는 것이 재편의 핵심이며, 재편이 완성되면 양국의 군사동맹 체제는 사실상 ‘연합군 유사체제’로 일체화된다.

이를 통해 양국은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하면서도 비용 부담은 줄일 수 있다. 또 주일미군기지 통폐합을 통해 미군 주둔에 따른 반미정서를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주일미군의 변화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沖繩) 미군 기지들을 둘러봤다.

▽ 미일 기지 통합과 오키나와 기지 정비 = 재편안에 따르면 미 워싱턴 주의 미 육군 제1군단사령부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의 자마(座間) 미군 기지로 이동시킨 뒤 미 육군 거점사령부를 신설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사령부는 한반도 유사시 주일 미 육해공군의 통합사령부 기능을 맡아 직접 지휘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육상자위대의 핵심부대로 대테러전 기능을 수행하는 ‘중앙즉응집단사령부’도 자마 기지로 이전된다.

가나가와 현에는 주일 미 해군 사령부가 위치한 요코스카(橫須賀) 항이 있다. 30일 이곳을 방문했을 때 하루 전 입항한 미국의 최신예 이지스함 ‘샤일로’와 ‘머스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들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스탠더드 요격미사일(SM-3)을 장착한 미사일방어(MD)체제의 핵심으로, 최근 북한 미사일 사태와 관련해 급파됐다.

선체 길이만 155m에 이르는 머스틴에 오르자 함장인 쿠시먼 에드워드 대령은 “항공모함 선단을 겨냥한 어떤 공격도 방어할 수 있는 함정”이라고 자신있게 설명했다.

공군에서는 미 제5공군 사령부의 거점인 도쿄(東京)의 요코타(橫田) 기지로 일본 항공 자위대의 ‘항공총대 사령부(한국의 공군 작전사령부 격)’가 옮겨 오게 된다.

요코타 기지에는 양국의 미사일 공동방어를 위한 ‘연합작전센터’도 설치된다. 일본 항공총대사령부는 항공 자위대의 전투부대를 지휘하는 사령부로 일본 MD의 사령탑이다.

오키나와에서는 미일 동맹의 현주소를 더욱 극명하게 볼 수 있었다. 주일미군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략 요충지로 전체 면적의 23%에 미군 기지가 산재해 있다. 그런 만큼 반미 정서가 상당하다. 기노완(宜野灣) 시의 한복판에 포위된 형국으로 자리 잡은 제3해병원정군의 후텐마(普天間) 기지가 주민들의 이전 요구에 따라 오키나와 북부의 슈와브 기지로 통합 이전되는 등 이 지역 27개 미군 기지 가운데 15개가 인근 기지에 통폐합된다고 한다.

제3해병원정군 사령부 등 병력 8000명은 미국령 괌으로 옮긴다. 제3해병원정군은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달려오는 부대 중 하나다. 미군 관계자는 “대형 수송함에 적재된 수만 t의 전쟁물자는 5일 내에 한반도에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 동아시아 패권을 위한 포석 = 주일 미 대사관 고위관계자는 “주일미군 재편과 미일 동맹 강화는 9·11테러 이후 안보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냉전시대의 전력체계를 ‘불량국가’나 테러단체의 위협이라는 새로운 안보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있는 체제로 재편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연합 유사체제 재편의 1차 목표 지역은 동북아시아다. 이 때문에 주일미군의 재편은 필연적으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국가를 긴장시킬 가능성이 크다. 중국 등을 중심으로 주일미군 재편이 미일동맹 강화를 통해 동북아 정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케빈 마허 오키나와 주재 미국 총영사는 “새로운 위협에 대비해 앞으로 주일미군은 창, 일본 자위대는 방패 구실을 하면서 상호 전력의 통합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 주일미군 재편이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일체화를 통해 아시아 거점사령부 역할을 목표로 한다면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의 역할 및 위상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일미군이 기축이 되고, 주한미군은 전선사령부로 성격으로 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일본 언론은 “미 본토의 육군 1군단사령부를 재편, 이전하는 형태로 자마 기지에 거점 사령부를 신설한 것은 주한미군 병력을 축소시키겠다는 의도”라며 “자마 기지가 대테러 작전과 유사시 동아시아 지역의 작전 총사령부 구실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코타·요코스카 기지=황유성 국방전문기자>

■ 美 이지스함 2척 배치… 北미사일 공조

미일동맹을 상징하는 주일미군의 핵심 기지는 주일미군사령부와 미 제5공군사령부가 있는 일본 도쿄 인근의 요코타 공군기지다.

이 기지를 찾았을 때 CH-130, CH-21 수송기, UH-1 헬기와 같은 항공수송 전력이 대거 배치돼 있었다. 이 항공기들은 유사시 인근 미 공군기지에 무기와 병력, 물자를 공급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주일미군은 대부분 해공군 전력으로 구성돼 있고 공군의 3성 장군이 주일미군사령관을 맡고 있다. 요코타 기지는 평소엔 텅 비어 있지만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 전력의 군수품과 병력의 집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세계 최대의 해군기지인 요코스카 기지에는 주일미군 전력의 핵심인 미 7함대 소속 항공모함 전단을 비롯해 많은 순양함과 구축함이 배치돼 있다.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무더기 발사를 계기로 미국은 이곳에 최신예 이지스 순양함인 샤일로와 머스틴을 잇달아 배치했다. 최근 배치된 샤일로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신형 스탠더드 요격미사일(SM-3)을 탑재하고 있다.

이 밖에 아시아 최대의 공군기지인 오키나와의 가데나(嘉手納)를 비롯한 후텐마 기지에는 수십 대의 F-15, F-16 전투기를 비롯한 주일미군의 공군 전력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미군기지 유지 비용과 시설 정비 등에 2440억 엔(약 2조44억 원)을 책정했다. 이는 미 동맹국 중 가장 많은 주둔 경비 부담이다.

주일미군 기지는 한반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요코타와 자마, 요코스카, 사세보 기지와 오키나와의 가데나, 후텐마, 화이트비치 등 7곳의 기지는 유엔군사령부의 후방 기지이기 때문.

주한미군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는 유엔군사령관의 요청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이들 기지의 전력은 한반도에 즉각 투입된다. 한미연합사령부가 작성한 한반도 전쟁계획인 작계 5027에도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 본토와 괌의 미군 전력에 앞서 이들 주일미군 후방기지의 전력이 들어오도록 돼 있다.

(동아일보 200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