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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하준 교수 "미국에 호박 넝쿨째 넘기면 안돼"
대표적인 한미FTA 반대론자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가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추진을 다시 한 번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장하준 교수는 지난 23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가진 <노컷뉴스> <유로저널>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세계교역
10대국가인 한국이 자발적으로 미국에게 FTA를 요구한 것은 미국 측 입장에서 보면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것' ”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그동안 미국정부와 FTA를 체결한 국가들은 주로 친미적인 중동 지역 몇몇 국가들과 중남미 저개발국가들 뿐이고 그나마 무역량이
어느 정도 되는 국가로는 호주가 유일하다"며 "현재 한국 정부는 개념 없는 자유무역을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의 재벌 문제와 관련해 장 교수는 "재벌에 대한 순수한 사업적 측면과 사회적 영향력은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며 "다각화된
기업집단으로서의 재벌의 순환출자구조 등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부 재벌, 특히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삼성의 친 삼성파 육성을 위한 포섭 등 사회악적 행위는 재벌의 해체가 아닌 정치자금법
등을 통해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정부의 시장개입과 독재는 구별돼야 한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국 경제성장에 공헌한 것에 대한 평가가 너무 가볍게
생각되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의 이른바 '코드인사' 논란과 관련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 인사 문제는 유럽과 같은 내각제 하에서는 문제될게 없다"며
"그러나 한국 같은 대통령제 하에서 막대한 권한이 주어지는 장관직에 단순히 코드가 맞는다고 비전문가를 임명할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고 밝혔다.
(이하 인터뷰 전문)
- 테러와 함께 시작된 21세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나.
= 구 소련연방(USSR)이 존재할 당시에는 미국의 독단이 통하질 않았습니다. 구소련연방의 해체와 독일의 통일 후유증, 일본의 거품이
빠지는 등으로 인해 미국중심의 단극화가 시작되었다 할 것 입니다. 80년대 쟁쟁한 경쟁자들이 즐비하던 시절의 잔돈푼을 두고 싸웠던 미국의
편협함이 경쟁자들의 몰락 이후에도 그대로 지속되었지요. 결국 미국의 행위는 '사다리 걷어차기' 식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들은
강대국의 권리를 누리면서 후발국들의 강대국 되기를 방해하는 전형이라 할 것 입니다. 이러했던 미국중심의 단극화가 해체되는 과정이 21세의 서막을
열었다고 봅니다.
이 단극화 해체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중국과 인도의 등장 입니다. 중국의 고성장으로 인해 유류가격이 폭등하고 또한 철광석을
비롯한 자원 부족으로 인해 미국 혼자 뜯어먹던 풀밭에 다른 새끼 공룡들이 끼어드는 꼴이 된 것 입니다. 러시아 또한 푸틴의 등장으로 경제상황이
호전되어 할당된 풀밭이 좁아지는 형세지요. 이들 새끼 공룡들은 2-30년 후면 미국의 덩치만해질 것입니다.
또한 미국 코치까지 영입해서 시도했던 아르헨티나의 IMF식 경제개혁이 결국 실패로 끝나자 미국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해왔던 많은 남미
나라들조차 미국의 지도력에 노골적으로 도전을 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정책의 실패로 인해 그 동안 골목어귀에서
미국의 하수인 역할을 충실히 해왔던 일부 아랍 국가들조차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아랍국들의 승리라고 내놓고 말할 정도면 소위
"지존"으로서 영 체면을 구긴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결과 지금까지 미국 마음대로 요리되던 세계 경제시장이 삐걱거리게 되고 결국 국제수지뿐 아니라 가정경제의 역사상 최대적자를 기록했고
미봉책으로 국채를 남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 입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들이 1930년대 대공황 정도는 아니겠지만 상당히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미국중심의 단극화 해체는 상대적으로 EU와 브라질, 중국 등 다극화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며 이미 인도, 브라질 등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만드는 것이 거론되는 등 UN기구의 개혁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중동문제와 경제 상황으로 인해 여론이 변화되기 시작했고 비록
네오콘들이 자신들의 기본 틀을 바꿀 수 없다 하더라도 외부적 압력에 못 이겨 변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고 있는데 이유는.
= 신자유주의는 19세기 자유주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 자유주의는 극도의 방임주의로서 국가의 간섭을 일체 배제하는 것
이었습니다. 은행마다 통화를 발행하여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국가가 관리하는 중앙은행을 반대했고 또한 특허의 정부독점에도 반대를 했습니다. 이들은
민주주의조차 반대했으나 1,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방임주의는 몰락했다고 볼 것입니다.
자유무역과 대비되는 보호무역은 이미 미국이나 영국에서 강력하게 시행된 역사가 있습니다.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헤밀턴의 경우
영국과의 자유무역을 강력 반대했습니다. 그는 신생국가인 미국의 경쟁력이 갖추어 질 때까지 외국산(영국) 수입품을 최대한 억제하는 유치산업
[幼稚産業- 장래에는 성장이 기대되나 지금은 수준이 낮아 국가가 보호하지 아니하면 국제 경쟁에 견딜 수 없는 산업]을 주장해서 미국을 강대국의
대열에 오르게 한 장본인 입니다. 미국은 1830년대 이후 100년간 공산품관세를 제일 높게 매겼고 2차 대전이후 세계최고의 경제 강국이 된
이후에야 자유무역을 주장했지요. 현재도 불리한 것은 개방을 안 하고 있습니다.
-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이면서도 한미 FTA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데.
= 세계교역 10대국가인 한국이 자발적으로 미국에게 FTA를 요구한 것은 미국 측 입장에서 보면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것' 입니다. 미국
정부와 FTA를 체결한 국가들은 주로 친미의 중동국가 몇 몇, 중남미 저개발국가 등이고, 그래도 무역량이 어느 정도 되는 국가로는 호주가
유일합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막연히 자유무역을 주장하나 미국 측이 요구하는 4대 선결 조건(쇠고기, 의약, 자동차, 스크린쿼터) 가운데 하나인
스크린퀴터(Screen quota: 극장이 자국의 영화를 일정기준 일수 이상 상영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현재 40%에서 FTA이후 20%로
축소예정) 예만 보더라도 FTA가 어떤 포커판에서 논의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끗발 높은 카드는 다 공개하고 따라지 끗발로 버티기를 하고
있는 꼴 입니다.
한국은 이제 가격경쟁국가에서 이미지 경쟁국가로 변환되고 있고 그래야 합니다. 스크린쿼터라는 유치산업보호에 힘입어 많은 재능 있는 감독과
영화인들이 한국의 이미지를 높여왔다고 봅니다. 그런 보호가 없었다면 누가 헐리웃 영화에 대항하여 영화를 찍을 모험을 감행할 것이며 좋은 인력들이
영화 쪽에 몰려들겠습니까?
UN 산하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협약에 동의하지 않은 국가가 미국과 이스라엘 밖에 없습니다. 세계 영화시장의 85%를 독점하는 미국영화
지배 하에서 저질의 영화 끼워 팔기를 제동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가 바로 스크린 쿼터 입니다. 칸 영화제에서 프랑스인들이 한국의 스크린쿼터
축소반대에 한국인들 보다 더 지지를 보낸 것은 한국의 경우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님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통해서 타 문화를 접촉하는 것이 가장 큰 문화 전파수단 중의 하나인데, 우리나라에서 유럽과 남미 등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미국영화의 독점 때문입니다.
미국이 원하는 FTA는 단순히 상품 무역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적 재산권, 의료체계, 교육체계, 자본시장 규제 등 거의 모든 제도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저는 반대이지만, 꼭 미국과 FTA를 체결해야겠다면, 미국 전문가를 양성하여 미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미국제도 중에
진짜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이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잘 연구한 후에 체결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 합니다.
- 미국전문가라면 한국에도 많은 미국 유학생 출신들이 있지 않나.
= 친미(親美) 파는 있으나 지미(知美)파는 드뭅니다. 미국을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요. 미국에 대한 상식 수준의
역사조차 무관심하고 미국의 장. 단점을 모르고 있으며 또한 알려고 하는 노력도 부족합니다. 미국은 실체가 아닌 이미지로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게 보여 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한국교표들조차 유럽여행을 와서는 미국과 유럽의 표피적 대비 수준에 불과한 관찰을 하여
"미국이 역시 더 살기 좋은 나라다" 하고 돌아가는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유럽보다 가게들도 늦게까지 열고 서비스 값도 싸 살기에 좋지만, 이것은 많은 저임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는
이야기이거든요. 단순히 영어배우기에 급급할 뿐 미국시스템의 장. 단점을 파악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가 잘못 접근하는 것 중에 하나가
미국의 기술개발 연구지원 실태입니다. 한국 정부는 20%정도만이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나 미국은 50%이상을 정부가 지원합니다. 미국시스템은 절대
자유방임시스템이 아닙니다.
교과서적 상품포장용 이미지만 추종할 것이 아니라 미국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지미파를 키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미국을 알기 위해 발을 담그면 지미파가 되기 전에 숭미(崇美)파가 되어버린다거나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에서
장학금을 주어 미국으로 유학생을 불러들여 친미파나 숭미파를 키워온 것은 한국의 삼성이라는 재벌이 사회지도층이 될 재목들을 사전 포섭해온 것과
비슷하다 할 것 입니다.
- 한국의 재벌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 재벌에 대한 순수한 사업적 측면과 사회적 영향력은 나누어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다각화된 기업집단으로 재벌의 순환출자구조 등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일부 재벌, 특히 삼성의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미래 지도자들에 대한 친 삼성파 육성을 위한 포섭 등 사회악적 행위는 재벌의
해체가 아닌 정치자금법 등을 통해 규제해야 합니다.
- 정치자금법을 만드는 정치인들 또한 삼성에서 장학금을 받지 않은 사람이 드물 텐데.
= 기업이 정치에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규제해야지 자본의 집중을 막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예만 보더라도
1982년에 반독점법을 이용해 AT&T라는 거대기업을 해체했지만, 또 마이크로 소프트나 월마트 같은 거대기업이 등장했습니다. 자본주의
특성상 경제력 집중은 불가피한 것입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정부가 기업에 개입하면 독재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한국의 역사상 독재와 정부개입이 중첩되어 왔으나 이는 명확히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선진국들은 정부의 기업 활동에 대한 개입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 이런 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떻게 평가하나.
=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독재와 경제는 구별되어야 합니다. 1960년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아프리카 가나라는 국가의 절반도 되지
않았었습니다. 유치산업 보호 및 국내자본의 국외 유출 반대 등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국 경제성장에 공헌한 것에 대한 평가가 너무 가볍게 생각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 한국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인사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 한국인의 밀어붙이기는 강한 강점일 것 입니다. 그러나 장점이 때로는 단점이 되기 때문에 장점과 단점이 상호 보완관계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노무현 정권의 코드인사 문제는 유럽과 같은 내각제 상황 하에서는 문제가 될 게 없습니다. 집권당과 공무원간에, 집권당의 강령에 따른
일종의 계약관계가 성립하니까요. 그러나 한국의 대통령제에서 막대한 권한이 주어지는 장관을 단순히 코드가 맞는다고 비전문가를 앉힐 때는 문제가
다릅니다. 요즘 한국에서 일어난 인사문제도 그 까닭이라고 봅니다.
-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로 한국의 많은 개혁지지 세력들이 많은 기대를 가졌지만 지금은 많이 무너지고 있는데
유럽 국가들의 노조와 비교하면 어떤가?
= 양극화의 심화와 노조문제는 모두 사회복지가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소득재분배전(세금 이전의 소득)의 양극화는
유럽이나 다른 선진국들이 훨씬 더 심합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소득재분배 비율(세금)이 너무 낮기 때문에 시장 자체를 억눌러 그 불평등을
눌러왔지요. 대기업 혹은 강성노조가 있는 곳에 취업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즉 한국 경제구조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자영 영세상인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차이는 너무 큽니다.
노조가 가진 것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 더 강성화 됩니다. 노조에도 가입할 수 없는 비노조원들은 아무런 혜택이 없어 이러한
귀족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갈 수도 없습니다. 북구 유럽 국가들은 복지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노조조직률이 8-90%가 되어도 노조가 거의
쟁의를 하지 않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노조비율은 높지 않으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것은 이들 노조의 쟁의 행위가 단순히 노조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업문제, 빈민문제 등 사회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 입니다.
- 미래 한국을 짊어지고 나갈 젊은 학생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 젊은 세대들은 미래를 멀리보고 준비해야 합니다. 기성세대들이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하겠지요. 2-30년 후 혹은
3-50년 후 국제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예견해야 합니다. 인도나 브라질 전문가를 몇 년 안에 키울 수는 없는 겁니다.
<인터뷰: 노컷뉴스 김홍민 / 유로저널 박운택 기자> (노컷뉴스 2006-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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