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대 ''농업박물관'' 짓는다고? <농림부>

농림부가 추진 중인 ‘국립농업박물관’ 건립 계획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농업 관련 국립박물관은 해외에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필요성이 의문인 데다 농림부가 내세운 설립 명분도 약해 농민단체 등으로부터 ‘시장 개방으로 농업이 풍전등화인데 지금 그런 일 할 때냐’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기획예산처와 농림부 등에 따르면 농림부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침에 따라 2012년 전북 완주군으로 이전하게 될 수원 농촌진흥청 부지에 국립농업박물관을 짓겠다며 관련 작업을 추진 중이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 지시로 시작된 국립농업박물관 건립 검토작업은 농림부 내 태스크포스 구성, 관련 연구용역 의뢰 및 내부 토론, 농림부 간부 등의 해외농업박물관 현지 조사까지 이뤄진 상태다.

농림부는 이 같은 박물관 설립안을 청와대에 보고한 후 농진청 개청 100주년 기념행사 등 적절한 시점에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농림부는 관련 보고서에서 “농업이 한반도의 가장 오랜 산업으로 보존 가치가 높으나 농촌 고령화 추세 때문에 옛 농법 등 역사적 지식 보존을 위한 박물관 추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업시장 개방으로 위축된 농업계를 미래지향적으로 통합해낼 수 있다며 박물관 건립을 FTA대책에 포함할 것도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농림부 계획은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교통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관계자는 “각 부지의 처리 문제는 이전기관별로 자체 매각해서 그 대금을 이전 재원에 충당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기획처 관계자도 “사라져 가는 농기계·농법을 보존하는 게 한시가 급하다고는 하지만 국가가 건립·운영해야 하는 국립박물관은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농림부 안대로라면 예산 500억원 이상 사업이라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해야 할 텐데 이조차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농민단체 측에서도 “이미 농협과 전라남도에서 농업박물관을 운영하는데 국립박물관을 또 지을 필요 있느냐”는 반응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농업이 우리 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필요성도 다소 있겠지만 과연 시기가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농림부 측의 해외시찰 보고서도 국립박물관 건립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농림부 측 인사 17명이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프랑스에서 방문한 농업박물관은 단 두곳. 하나는 독일 한 군청이 오래된 축사를 매입해 꾸민 소규모 박물관이며, 다른 한곳도 프랑스 한 소도시의 증기기관차 정비소를 개축해 만든 농기구박물관으로 직원이 20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보고서조차 “농업을 단일 주제로 한 전문적인 박물관을 찾기는 어려웠다”며 박물관 운영 주체도 주로 지방정부라고 밝히고 있다.

(세계일보 / 박성준 기자 2006-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