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도 野도 ‘FTA 발빼기’

여야 정치권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몸을 사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가 달렸다’며 앞으로 내달리고 있으나 정치권은 뜨뜻미지근하다.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여론만 살피고 있다. ‘뜨거운 감자’는 일단 피하자는 기류다.

한나라당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대통령과 국회 한·미 FTA 특위 위원들의 만찬에 불참했다. 한나라당 특위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당초 참석하려 했으나 사행성 성인오락게임 ‘바다이야기’ 파문이 계속 확산되는 등 정치적 상황이 복잡해져 시기상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기준 대변인도 ‘바다이야기’ 문제나 전시작전통제권 등 다른 중요 현안이 많은 데다, 야당 대변인(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을 고소한 사람들과 대화하기 어렵다는 게 불참 이유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한·미 FTA 추진과정에서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특위 위원은 “국회 차원에서 정보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장만 이어질 것이 뻔하다”며 “실질적 논의보다는 국회와도 협의했다는 ‘구색 맞추기’ 성격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정운영의 공동축인 여당이 마땅히 해야 할 정책적 뒷받침이 눈에 띄지 않는다. 지도부는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내심 “제2의 IMF가 올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근태 의장이 지난 24일 당내 한·미 FTA 특위의 인사말을 요청받고 불참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당 특위가 17개 분과별로 진행한 토론 내용을 총괄하는 자리였지만 김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위 관계자는 “김의장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여당 FTA 특위는 정부의 협상 내용·과정에 대한 국회 보고를 강화하는 내용의 통상절차법 등을 마련하고도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정치적 문제와 국가적 문제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며 한나라당의 만찬 불참에 유감을 표시했다. 민주노동당 김성희 대변인은 “한·미 FTA와 같이 국가의 미래가 걸려있고, 사회적 갈등을 내재한 문제에 대해 집권여당이 아무런 정치적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경향신문 / 박영환·이주영 기자 2006-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