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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게임’ 파문 ‘카드대란’ 복사판
“마음대로 카드(사행 오락기) 만들어 쓰게 해놓고, 정부의 위기 경고는 막차를 탔으며, 무책임하게 신용불량자(도박피해자)와
가계빚(상품권)만 쏟아낸 것이죠.”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의원이 카드대란과 사행산업의 감사보고서에 “동어(同語) 반복이 많을 것 같다”며 내놓은
비유다.
‘국민의 정부에서 가장 실패한 정책’으로 ‘카드대란’을 지적한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임기중 가장 문제되는 정책적 오류로 성인오락실과
문화상품권’을 꼽은 것을 빗댄 것이다. 다음 정부에 이월되고 임기중에 터진 것이 다를 뿐, 정부 책임으로 귀속되는 정책 실패가 비슷한 유형으로
되풀이됐다는 뜻이다.
실제 2004년 7월 감사원이 발표한 카드대란 감사보고서의 얼개는 현재 진행중인 성인오락기 ‘바다이야기’ 감사의 ‘예고편’ 성격이 짙다.
당시 지적된 카드대란의 핵심은 ▲감독 소홀과 위기징후 포착 실패(금감위) ▲정책의 일관성 부족(재경부·규제개혁위) ▲카드발급 남발(카드사)
▲결제능력을 넘는 카드사용 등으로 압축된다.
예컨대 감독기관인 금감위는 2002년말 4장 이상 복수카드 소지자가 1천23만명(돌려막기 카드사용자 1백7만명)에 이를 때까지 복수카드
조회나 카드사의 유동성 점검을 소홀히 해 위기징후를 조기에 포착하지 못했다고 지적됐다. 재경부는 1999년 현금서비스 이용한도(월 70만원)
폐지와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처럼 부양책을 쏟아내고 보완대책은 지연시킨 책임이, 규제개혁위는 가두모집 금지안을 사회문제화될 때까지 1년간
실기(失機)한 문제점이 나왔다.
19개 카드회사들은 국민연금 납부 예외자(무소득자) 1백84만명에게 4백31만장의 카드를 발급하고 사망자 189명도 카드 소유자로 등록한
상태였다. 허술한 감독망과 ‘오락가락’ 정책, 카드사의 과열경쟁이 가계빚 4백50조원의 신용불량 시대와 카드사 부도 사태를 낳았다는 결론이었다.
현재 부풀고 있는 바다이야기 의혹에도 카드대란의 ‘복사판’ 흐름이 엿보인다. 문화부가 사행산업 규제완화에 오락가락하고, 영상물등급위는
로비에 직접 노출되며, 청와대·국정원·검찰·경찰 모두 사행산업의 난맥상을 조기에 짚지 못한 까닭이다. 정책집행기관인 재경부를 문화부로,
감독기관인 금감위를 영상물등급위와 정부 민정라인으로, 72조원의 현금대출을 쏟아낸 카드사를 30조원의 상품권 발행업체로 치환하면 큰 틀에선
‘닮은 꼴’로 엮어지는 셈이다.
결국 문제는 카드대란을 넘겨받고 출발한 참여정부가 비슷한 오류를 되풀이하며 ‘정책적 늪’에 빠진 점이다. 최대 피해자가 급전에
쫓기거나(카드), 일확천금의 환상을 키운(도박) 서민들인 것도 정책 실패의 후유증이 넓고 길어질 개연성을 높여준다. 큰 틀에선 외환위기 탈출과
경기부양(카드), 미래 성장동력 확보(게임)라는 명분을 내걸었던 두 정책이 ‘비틀린 성장정책’의 전형이 될 공산이 커진 셈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어떤 정책이 미칠 영향과 초래될 결과까지 예측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부분까지 챙기지 못한 것은 정책을 제조하고 입안하고 추진한
정부의 1차적 책임”이라고 실토한 대목이다.
또 하나의 정치적 관심사는 여당이 불지핀 인책론이다. 노대통령 또는 한명숙 총리의 대국민사과도 정치권에서 달궈지고 있는 민감한 쟁점이다.
법률적·정책적 문제와 별도로 참여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인정하는 성격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사과할 일에 한번도 사과를 안
하거나 인색한 적이 없었다. 전체적 상황을 파악한 뒤 대통령이 사과할 필요성이 있다면 대통령이, 총리 수준의 사과가 필요하다면 총리가, 장관급
사과가 필요하다면 장관이 사과를 하지 않겠느냐”(고위 관계자)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 과거 카드대란은 국가부채(외환위기)를 민간인 부채로
떠넘긴 결과를 초래했지만, ‘명백한 고의나 중대 실수가 없다’며 정책실패 당사자들에게 ‘면죄부’를 줘 논란을 빚었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뒤로 판단을 늦춘 청와대의 교통정리에 따라 당·청간 불씨도 지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경향신문 / 이기수 기자 2006-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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