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성인오락실 vs 불법 성인PC방

"성인오락실 '합법'도 의혹.."

법인 성인오락실과 불법인 성인PC방의 차이는 뭘까?

둘 다 도박행위로 서민들의 사행행위를 부추기지만 성인오락실은 허가 난 합법오락이고, 성인PC방은 허가나지 않은 불법오락이다.

따라서 사법.행정 당국도 다른 처벌 기준을 적용하고, 처벌 강도마저 큰 차이가 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대구 모 경찰서의 간부는 "성인오락실과 성인PC방은 모두 사행성 도박장의 일종으로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적발시 처벌의 범위 및 수위는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성인오락실에서 사행성오락을 제공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행위로 취급된다.

문화관광부가 지난 2002년 2월 게임산업 발전 및 상품권 유통 증진 등의 이유로 '게임장 경품 취급 고시'를 내고, '바다이야기' 등 성인 오락의 경품으로 상품권 사용을 허용하면서 합법화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인오락실 업주는 경품지급기준(2만원)을 어기거나 게임물을 불법 개조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을 때만 행정처분 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간혹 적발돼 영업정지를 당해도 업주들은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낸 다음 수개월씩 영업을 계속한다.

판결이 나기까지 3~4개월이 걸리고 패소하더라도 항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형사처벌로 부과되는 벌금도 100만원 정도에 불과해 당국의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합법적인 오락을 즐기는 고객에겐 어떠한 법적.행정적 제재도 가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불법 고스톱. 포커게임 등의 성인PC방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성인PC방에서 돈을 걸고 오락을 하는 행위는 형법상 도박죄에 해당돼 업주뿐 아니라 고객도 형사처벌된다.

도박에 사용된 컴퓨터 등 기계류도 경찰이 증거물로 압수함에 따라 적발된 업주가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구 서구청 위생과 관계자는 "성인PC방에 대한 처벌이 강력하지만 성인오락실에 비하면 매출액이나 고객 수에서 애들 장난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오히려 성인오락실이 질이 더 나쁘다"고 말했다.

실제 성인오락실에 설치된 기계 한 대에서 나오는 이익은 하루 20만원에 달해 50대가 설치된 오락실은 하루 대략 800만~1천만원의 수익을 올리지만 비슷한 규모의 성인PC방이 그 정도의 수익을 올리려면 1주일이 넘게 걸린다.

대구 모경찰서의 간부는 "여론은 둘 다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데 현행 법과 제도는 성인오락실을 합법으로 보고 처벌 강도가 약해 의혹의 눈길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황철환 기자 2006-8-22)

[‘바다게이트’ 터지나] 서민 가정도 삼켜버린 ‘쪽박의 바다’

《경기 안양시에서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두 딸을 키우던 평범한 가장 조모(36) 씨. 3년 전 우연히 스크린경마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그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3년 만에 5000만 원을 잃은 그는 돈을 구할 수 없게 되자 차를 판 돈을 회사에 입금하지 않고 성인오락실로 달려갔다. 직장을 잃은 조 씨는 5월부터 ‘바다이야기’라는 더욱 ‘흥미진진한’ 게임으로 종목을 바꿨다. 조 씨는 “200배짜리 한 방만 터지면 빚을 갚고 도박을 끊을 생각이었지만 바다이야기에만 2000만 원을 잃었다”며 “도박에서 만회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후회했다. 부인은 이혼을 요구했고, 조 씨는 현재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쪽방에서 지내며 일용직 노동자로 노숙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도박 중독자들의 자발적 치료모임인 ‘한국 단(斷)도박협회’ 사무국장 이모(51) 씨는 “성인오락실은 도시 농촌 가릴 것 없이 주택가 곳곳에 침투해 본인은 물론 가정까지 파괴한다”며 “성인오락실을 드나드는 사람이 주로 서민층임을 감안하면 사회적 폐해가 카지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지적했다.

사행성 성인게임인 바다이야기의 폭발적인 인기와 더불어 골목마다 들어선 성인오락실이 전국을 도박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다.

▽ 성인오락실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들 = 13일 오전 부산 동래구 온천동 금정산 기슭에서 김모(38) 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유서에서 “나를 이렇게까지 파멸하게 만든 모든 성인오락실은 없어져야만 합니다”며 때늦은 원망을 했다.

김 씨는 일용직 건설노동자로 10년 전 우연히 성인오락실에 들러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1억 원이라는 거액의 빚을 졌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쳤다.

만연된 도박은 한 개인의 파멸뿐만 아니라 가족과 이웃의 삶까지 위협한다.

오랜 실직 끝에 지난해 11월 인천 부평구 십정동의 한 성인오락실 종업원으로 취직한 권모(34) 씨. 이 오락실에서 3개월 동안 일하며 대박의 꿈을 키운 그는 1월 16일 인근 D오락실에서 4일 만에 150만 원을 잃었다.

가진 돈을 모두 날리자 그는 오락실 주인 강모(32) 씨에게 “생활비로 써야 하니 잃은 돈 중 조금만 돌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강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해 남은 인생을 교도소에서 보내게 됐다.

중소 식품회사 부장이던 정모(54) 씨는 노숙인으로 전락했다가 올해 초 도박중독자 모임을 찾았다. 정 씨는 2년 전 저녁 산책길에 우연히 성인오락실에 들렀다가 도박에 중독돼 결국 아파트까지 날렸다. 이후 회사 돈에 손을 댔고 회사에서 쫓겨났다. 도박 자금이 모자라자 딸이 다니는 직장에 찾아가 손을 벌렸다. 딸의 신용카드로 돈을 찾아 다시 성인오락실을 찾았다. 정 씨의 딸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신용불량자로 내몰렸고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 농촌 구석구석까지 침투한 성인오락실 = 성인오락실은 전국적으로 1만4000여 곳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원도에만 596곳으로 바다이야기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에 비해 100개 이상 늘었다. 강원 평창군의 한 이장은 “순진한 농민들이 심심풀이로 성인오락실에 들렀다가 재산을 탕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한 달 만에 1000만 원을 날린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요즘은 주부와 대학생들도 도박 열풍에 빠져들고 있다.

서울의 개인택시 운전사 방모(51) 씨는 최근 새벽에 ‘특이한 손님’이 늘었다고 말한다.

서울 종로와 강남 일대의 바다이야기 같은 성인오락실에서 나온 손님들이 돈을 갹출해서 택시를 함께 타고는 각각 다른 목적지에서 내린다는 것. 하루에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잃어 택시비도 없는 사람들이다.

방 씨는 “과거에는 중년층이 성인오락실을 주로 드나들었는데 요즘은 새벽 시간에 오락실을 나서는 20대 손님도 적지 않다”며 “남편 몰래 사행성 게임에 빠져 새벽에 귀가하는 주부들도 가끔 태운다”고 탄식했다.

전북 전주시 덕진동의 대학생 최모(27) 씨는 올해 초 우연히 성인오락실을 찾았다. 처음에는 “용돈이라도 벌어야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시작했다가 2시간 만에 10만 원을 벌자 이내 게임에 중독됐다. 결국 최 씨는 등록금까지 손을 댔고 자취방으로 사용하던 원룸의 전세금까지 빼 성인오락실에 털어 넣었다. 최 씨는 “호기심의 대가가 너무 컸다”면서 “부모님 몰래 휴학을 한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조용휘 기자, 황금천 기자, 정승호 기자>

▼ 불법 도박게임 신고 최고 5000만원 포상 ▼

앞으로 불법 도박게임을 신고하면 최고 50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경찰청은 21일 “불법 도박게임의 신고 활성화를 위해 포상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예산 확보를 위해 기획예산처 문화관광부와 협의를 거쳐 이르면 9월부터 제도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경찰이 마련한 포상금 지급안에 따르면 불법 사행성 도박게임의 제작 판매 유통업체를 신고하면 최고 5000만 원, 불법 PC 도박장을 신고하면 최고 5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경찰은 이 같은 포상금 지급을 위해 올해 8억 원과 2007년 12억 원 등 모두 20억 원의 예산을 기획예산처에 요청했다.

<이종석 기자>

(동아일보 2006-8-22)

[바다이야기 의혹] '바다' 평범한 삶을 삼켰다

등록금 포함 수천만원 날린 휴학생…잠자리 누우면 기계음 환청 대학생
1억원 빚까지 지고 자살한 30代…전문가 상담 미군부대 근무 외국인
중독자 부지기수… 대박 유혹 끊임없는 '마수'


대학생 아들을 둔 최모(52)씨는 '바다 이야기'소리만 들으면 치가 떨린다. 올 봄 아들(대학 2 휴학)이 갑자기 학교를 가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최씨는 이유를 듣고 깜짝 놀랐다. 등록금을 다 써 버렸다는 것이었다. 아들을 다그쳤더니 "성인오락실에 다니면서 바다 이야기를 하다 그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최씨는 등록금을 다 쓰자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부모님 카드를 몰래 가져가 현금 서비스를 받았다. 나중에는 자신 명의로 만든 카드로 빚을 냈다. 이렇게 해서 날린 돈이 수 천만원. 최씨는 아들을 휴학 시키고 유학을 보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

바다 이야기는 젊은이들을 도박 중독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세련된 이미지에 일반 게임 같은 분위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모(26)씨는 "지금껏 성인오락실하면 어두컴컴하고 칙칙한 것만 떠올랐지만 바다 이야기는 다르다"며 "천연색 LCD 모니터를 비롯해 디자인이나 분위기가 게임방에 온 것 같고 젊은 감각에 딱 맞다"고 말했다.

이런 친숙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바다 이야기를 대학생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2000년 서울대 전기공학부 학생들은 '엔버스터'라는 벤처기업을 차린 뒤 2004년 8월 바다 이야기의 핵심인 확률 프로그램을 개발, 12월 시장에 내놓았다.

조금 게임을 더하면 돈을 딸 수 있을 것처럼 예고를 해주는 게임내용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방황하던 중 성인오락실을 알게 됐다는 대학생 B씨는 "아무 생각도 없이 돈 욕심이 나서 계속했다"며 "잠자리에 누우면 오락기 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고 털어 놓았다.

동네 구멍가게 만큼이나 게임장이 많다 보니 별 어려움 없이 드나들 수 있다는 점도 중독의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한 바다 이야기 매니아는 "화투 포커 경마는 특정 장소를 찾아 가야 할 수 있지만 바다 이야기는 어딜 가나 널려 있어 중독자를 무한정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 이야기의 도박성으로 피해를 본 사례는 부지기수다. 13일 오전 10시께 부산 동래구 온천2동 금정산 8부능선에서 손모(38)씨가 나무에 목을 매 숨졌다.

바다이야기 등 성인오락실을 드나들며 진 1억원의 빚 때문이었다. 이에 앞서 8일에도 성인오락실에 다니며 거액을 잃은 한 인쇄업소 직원이 고성능 스캐너와 컬러프린터 등을 이용해 1만원권 위조지폐까지 제작해 오락실에서 다시 사용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한국단도박모임 이모 사무국장은 "지난해 중반 이후에 바다 이야기 등 새로운 히트 도박게임에 중독됐다는 상담이 전체 상담건수의 절반 이상일 정도로 많아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미군 부대에 근무한다는 외국인이 "영어 상담 프로그램이 없느냐"며 물어 온 적도 있다고 한다. 이 국장은 "무엇보다 자신이 중독됐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친구나 가족이 중독 증세를 보이면 즉시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 / 박상준 기자 2006-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