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티베트 장악 자신감..달라이 라마 흠집내기

"자치권 협상 관련 더 많은 양보 얻으려" 분석도

칭짱(靑藏)철도 개통으로 티베트 공략에 자신감을 갖게 된 중국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 달라이 라마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 관리들과 언론은 달라이 라마를 "존경할만한 가치가 없는 종교지도자" 등으로 혹평하며 노골적인 비난 발언을 여과없이 전하고 있고 티베트 공무원에 대한 종교적 통제도 시도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21일 전했다.

중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측과 티베트 자치권 협상을 물밑에서 진행하고 있는 과정에 나온 이런 움직임을 티베트 관측통들은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티베트를 위한 국제운동(ICT)' 대변인 케이트 손더스는 중국 당국의 달라이 라마에 대한 인신공격은 티베트에서 대규모 소요가 발생했던 지난 87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먼저 지난달 18일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웹사이트에 `달라이 라마의 중용'이라는 글을 싣고 달라이 라마가 말하는 `고도의 자치'는 "사실상 얄팍하게 포장된 독립이자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곧 관영 인민일보, 신화통신, 차이나 데일리에도 전재됐다.

티베트자치구 장칭리(張慶黎) 당 서기의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뷰를 인용한 이 기사에서 달라이 라마는 "반중국 세력과 연계해 종교적 교리에서 벗어난 분리주의적 믿음을 알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찌기 루퍼트 머독이 달라이 라마를 `승복과 이탈리아제 신발을 걸친 정치인'라고 비꼬았던 발언도 잠파 푼촉 티베트자치구 주석에 의해 다시 인용되기도 했다.

영자지 티베트 데일리는 지난달 12일 `달라이의 반동적 본질을 깨달아야 한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티베트 펜포에서는 공무원들이 달라이 라마에 대한 5천∼1만자의 비난문을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장 서기는 또 티베트자치구 공무원들에게 종교적 의식을 피할 것을 암암리에 지시했으며 최근 공산당 방침에 대한 학습과 티베트 지식인들에 대한 탄압도 이어지고 있다.

달라이 라마 사진을 올리고 그의 71세 생일을 축하한 티베트 유명작가 우저의 블로그가 폐쇄됐고 티베트 춤 강사인 겐둔이나 학자 돌마 캬브는 티베트 역사, 불교를 연구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미 콜롬비아대의 로비 바넷 티베트학 교수는 "이는 중요한 정책적 변화"라며 "중국이 달라이 라마의 기반을 약화시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략으로 선회한 듯 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이 칭짱철도로 인해 보다 대규모 무력에 의한 직접적인 통제가 가능해지면서 티베트인들의 정신적인 측면에 대한 억압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달라이 라마가 자신의 고향과 가까운 칭하이(靑海)성 시닝(西寧)에 돌아왔다는 소문이 돌면서 9천명의 티베트인들이 시닝시에 찾아온 것에 대해 적잖이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도 티베트인들의 달라이 라마에 대한 믿음의 척도를 보여준 한편의 일화였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해 단지 300명의 티베트인만 찾았을 뿐이라고 외신 보도의 규모를 축소 발표했다.

(연합뉴스 / 정주호 특파원 2006-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