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폭염 원인, 온난화 탓? 일반적 현상?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폭염의 주범은 과연 ‘지구온난화’일까. 기상학자와 기후학자 등에 따르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논란이 분분하다.

지구온난화에 무게를 두는 쪽의 주장은 이렇다. 지구기후변화 퓨센터의 제이 걸리지 수석 연구원은 지난 2일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일어난 혹서 등 기상이변은 어느 기상이변 하나를 한정할 순 없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지구 온난화의 결과와 완전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미 동부의 일부 지역에서 고온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장기간에 걸친 지구온난화의 명확한 증거라는 것이다. 스위스 연방기상기후학연구소의 폴 델라 마르타 연구원은 온실가스가 고온현상과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주 발표한 논문에서 1880년 이후 서유럽의 ‘장기간 혹서’ 기간은 2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가 주범이 아니라는 쪽은 여름의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미 버지니아 공대 패트릭 마이클스 교수는 4일 미국 인터넷 뉴스사이트 ‘CNS뉴스닷컴’에 “기후학적으로 7월 마지막 주의 평균 기온은 올들어 가장 높았는데 이는 이 기간 대기 흐름의 패턴이 이례적으로 더웠기 때문”이라면서 올 여름 고온은 별다른 현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국에서 가장 더웠던 해는 1930년으로, 그해 기록이 아직 깨지지 않고 있으며 1930년대는 지구온난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87년 ‘타임’에 지구온난화를 다뤘던 마이클 레모니크도 지난 3일 타임에 “여름 폭염 현상은 정상적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향신문 / 조찬제 기자 2006-8-6)

‘뒤척이는 열대야’ 해마다 늘어난다

폭염으로 전국이 들끓고 있다. 여름철 낮 최고기온은 과거에 비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일 경북 의성의 최고기온은 37.2도까지 치솟았다. 평년보다 6.4도나 높은 수치다. 대구 역시 평년보다 4.2도 높은 35.7도, 안동은 평년보다 3.9도 높은 34.1도를 보였다.

지난 30년간 서울 평균기온은 0.7도, 대구는 1.03도 등 전국 대도시 대부분이 0.5도 이상 상승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국의 기온상승은 전 지구적 추세보다 폭이 크다. 최근 100년간 세계 평균기온은 0.6도 상승했지만 한국은 1.5도로 2.4배 빠르게 상승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경제·인구성장이 계속되면 2100년에는 연평균기온이 2.2~2.4도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또한 한반도 전체 면적 중 2%(서울의 7.4배)가 사막화할 위험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최소 2천9백만달러에서 최고 7억달러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재해’에 해당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막거나, 사전 대처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상청 윤원태 기후예측과장은 “2000년 이후 한반도의 온도 상승폭이 세계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급격한 도시화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하루 중 최저 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것을 말하는 열대야 일수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6일 현재 주요 도시 열대야 일수는 서울 3일, 대구 10일, 포항 9일, 전주 8일, 목포 14일, 서귀포 14일 등이다.

대구·목포·전주·포항은 이미 평년(1971~2000년) 열대야 일수를 넘어섰다. 강릉·서울 역시 평년 수치에 육박했다. 올 여름 무더위 초입부터 역대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현상은 올해만의 특징은 아니다. 2000년 이후 열대야 일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2001~2005년 열대야 일수는 서울 6.6일, 강릉 7일, 대전 5일, 대구 12일, 포항 13.4일, 전주 7.4일, 광주 6.6일, 목포 9.2일, 부산 7.2일, 제주 19.8일, 서귀포 25.4일 등으로 대부분 평년값을 크게 넘어섰다.

특히 서귀포의 경우 평년에 비해 2000년 이후 6일이나 늘어났다. 제주도가 아열대화되어가고 있다는 징후의 하나다.

기상청은 올해의 무더위와 열대야를 이상 현상으로 보는 데 조심스러워하는 입장이다.

기상청 김태수 통보관은 “현재 고온현상은 역대 최고치라고 볼 수 없는 일반적인 기온”이라고 말했다. 이번 무더위의 직접적 원인인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도 여름이면 늘 발생하는 기상현상이라고 했다. 김통보관은 이번 무더위가 유독 힘들게 느껴지는 것에 대해 “최저기온이 25도에 근접하는 날이 계속되다 보니 체감상 예년에 비해 유독 무더워진 것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기상관측 이래 역대 낮 최고기온은 1942년 8월1일 대구의 40.0도다. 이어 1939년 7월21일 추풍령이 39.8도를 기록했다. 2위를 제외하고 1~5위는 모두 대구다. 무더위가 몰아쳤던 94년에는 열대야 일수가 서울 34일, 강릉 18일, 대전 30일, 포항 41일, 부산 41일 등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향신문 / 김준일 기자 2006-8-6)

더위→에어컨→온난화 ‘폭염 악순환’ 끊어라

급격한 기온상승은 생태계와 인체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점차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면서 과거에는 없었던 질병 등도 나타나고 있다.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열대성 질병인 말라리아는 1995년 23건에서 2000년 2,462건으로 100배 넘게 증가했고 세균성 이질 역시 같은 기간 107건에서 4,142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열대성 전염병인 뎅기열도 2001년 최초로 6건이 발생했다.

국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기온 상승과 도시화로 아파트 지하 등에 서식하는 특정 모기종이 증가해 열대성 전염병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생태계도 달라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1995년 2백87만ha였던 침엽수는 2003년 2백71만ha로 감소했다. 또 대나무의 일종인 왕대의 분포지역은 19세기 지리지에 기술됐던 것과 비교해보면 2001년 현재 북쪽으로 100㎞ 올라갔다. 개마고원 지역의 기온은 100년간 3도나 올라 냉대림이 큰 피해를 봤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난대성 어류가 한반도 근해로 올라오고 명태 등 한류 어종이 자취를 감추는 증후도 나타나고 있다. 서해는 1980년 13.8도에서 2000년 15.6도로 1.8도 높아지고 있다. 인간에게 직접 미치는 피해도 적지않다. 에어컨 사용 등으로 전력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대기 중에 발산하는 이산화탄소량도 급증, 호흡기 등 여러 질환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다시 지구온난화를 부추겨 전력수요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무더위로 잠을 못자서 생기는 열대야증후군으로 심한 피로감과 낮시간 무기력증, 집중력 저하, 두통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처 방법으로 지나친 실내 냉방은 금물이라고 권하고 있다. 열대야를 이기려고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에어컨 온도 역시 외부와 10도 이상 차이나게 해서는 안된다. 기온이 높은 오후 1시부터 2시간가량은 외부활동을 자제해 무더위를 피해야 한다. 또 하루 최소 2~2.5ℓ의 물을 보충해야 한다. 더위를 먹어 쓰러질 경우엔 당황하지 말고 시원한 그늘에 옮겨 옷을 풀어헤치고 소금물을 먹여야 한다.

(경향신문 / 김준일 기자 2006-8-6)

나무 심고 물대고 ‘찜통도시’ 지자체 안간힘

지자체들이 해마다 심해지고 있는 도심 열섬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도심 녹화, 하천 정비 사업 등을 잇따라 실시하고 있다. 이런 사업이 마무리된 곳에서는 실제로 도심 온도가 조금씩 떨어지는 등 톡톡히 효과를 거두고 있다.

폭염 도시로 인식됐던 대구시는 ‘전국 최고의 찜통도시’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이는 대구시가 지속적인 도심녹화사업과 수경시설 확충 사업 등을 꾸준히 펼쳤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1995년부터 지금까지 11년간에 걸쳐 시가지 곳곳에 1천만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97년부터 도심 남북을 가로지르는 신천(10여㎞, 폭 30~50m)에 연중 일정량의 유지수를 흘려보내고 있다. 이는 수분 증발을 통해 공기 이동 효과를 가져와 도심 열기를 낮추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대구의 한여름 낮 최고 기온은 96년 이후 조금씩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96년 38.3도에서 97년 36.6도, 98년 35.3도, 99년 35.5도 등으로 주춤거렸다. 올들어서도 지난 4일 36.7도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경북 의성(37도)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김수봉 계명대 환경학부 교수는 “대구가 내륙 분지형 도시지만 지속적인 녹지공간 확충으로 한여름 기온을 조금씩 가라앉히고 있다”면서 “녹지율이 10% 증가할 때마다 0.9도씩 기온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서울 송파구 등도 하천 정비 사업을 통해 도심 열섬 현상을 크게 해소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서울시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실제로 청계천 주변 온도가 타지역에 비해 2~3도 떨어졌고 이는 늦은 밤에도 시민들을 청계천으로 불러내는 한여름밤의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가 3년여에 걸쳐 마무리한 성내천 정비 사업도 주민들의 한여름 피서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성내천은 정비 전까지만 해도 악취가 나고 물이 더러워 버려진 공간으로 남아있었으나 정비 계획이 끝나고나서부터는 여름철의 더위를 잊게 해주는 대표적인 친수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인천도 시청 앞 광장을 비롯, 10여곳에 분수대를 설치해 열대야에 지친 시민들의 더위를 식혀 주고 있다.

인천시는 또 2002년부터 3백만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벌여 공원·녹지면적을 57.3㎢에서 62.4㎢로 늘렸다.

올들어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는 경남 합천군도 합천읍을 경유하는 황강의 수중보 설치에 나섰다. 합천군은 연말까지 황강에 수중보를 조성하면 수위 조절이 가능하고 강물의 증발 효과 등으로 무더위를 식히는 데 일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향신문 / 박태우,·한대광 기자 200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