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사태의 두 얼굴...시오니즘과 이슬람 聖戰

해외 유대인 속속 이스라엘 귀국

무슬림 `레바논 성전' 동참 줄이어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의 충돌이 2주일을 넘긴 전쟁의 와중에서 900명에 가까운 해외 유대인들이 최근 이스라엘로 잇따라 영구 귀국했다.

반면 이란과 이라크에서는 헤즈볼라의 `레바논 성전(聖戰)'에 동참하기 위해 수백명이 레바논을 향해 떠나 종교간 대결 양상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성경의 관점에서 보면 유대인들은 조상이 살던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되돌아간 것이어서, 19세기말 시오니즘(구약성경에 하느님이 유대인에게 준 땅으로 기술된 팔레스타인에 유대국가를 건설하자는 운동)이 다시 번지는 듯한 분위기이다.

25일 2대의 비행기편으로 텔아비브의 벤 구리온 공항에 도착한 유대인들은 모두 650명. 프랑스에서 하루에 이만한 규모의 유대인이 돌아온 것은 지난 1970년 이래 최대 규모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주에는 미국과 캐나다에 살던 유대인 230명이 이스라엘로 돌아왔다.

북부에서는 헤즈볼라가 2주일전부터 1천300발의 로켓을 쏘고 있지만, 벤 구리온 공항은 환영 열기로 가득했다. 이스라엘 전통 음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공항까지 마중나가 이들을 반겼다.

유대교 대제사장인 슬로모 아마르가 이들을 축복했고,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가 직접 환영사를 하면서 "우리는 강한 민족이다. 장기전을 견뎌낼 힘을 갖고 있다"고 독려했다.

10개월된 아들을 안고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날아온 사브리나와 제라르 사반 부부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우리의 군인과 조국을 믿는다. 그들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며 이스라엘 국기를 흔드는 아들을 향해 "곧 꼬마 군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전쟁이 귀국하려는 결심을 굳혀주었다고 털어놓았다. 프랑스 니스에서 온 요한나 세바그는 "헤즈볼라와의 전쟁이 더 많은 용기를 주었다"면서 "우리가 고국 정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도착한 메이르 부블리도 "전쟁이 터졌다고 겁쟁이처럼 귀국 계획을 취소하기는 싫었다"면서 "추호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며 전쟁은 자신들의 결심을 흔들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이민정책을 관장하는 준 정부기관인 유대인기구(AJ)에 따르면 올해 프랑스에서만 작년의 3천5명보다 많은 3천500명의 유대인이 영구 이주할 계획이다. 2002년부터 프랑스에서 고조되기 시작한 반(反)유대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란의 유대인 2만5천여명은 자신들의 유대주의를 시오니즘과는 구분짓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란 의회의 유일한 유대인 의원인 모리스 모다메드는 이스라엘에 어떠한 동정이라도 표현하면 이란 당국과 강경 이슬람 단체의 `타도' 대상이 된다면서 "우리는 이란인이고, 이란의 최고 가치를 위해 일한다. 다행히도 전쟁은 이곳 유대인 공동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유대인들은 상당수 이스라엘에 친척이 있는데도 불구,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이란 정부의 `이스라엘 파괴' 주장에도 공식적으로는 침묵해 왔으며, 지난주에는 이슬람 정권의 시선을 의식한 듯 남부 시라즈시(市)의 유대인들이 친(親)헤즈볼라 집회까지 주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슬람권에서는 청년들이 속속 헤즈볼라에 대한 `원군'을 자임, 전쟁터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26일 10대 청소년에서 노인까지 이르는 60여명의 자원자가 레바논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전'에 동참하기로 결의, 이미 레바논을 향해 떠난 다른 200명의 자원자에 가세했다.

이라크 남부도시 바스라에서도 헤즈볼라와 함께 싸울 이라크인들의 모집이 이뤄지고 있어 이스라엘-헤즈볼라의 충돌은 점점 종교적 대결로 전개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김화영 기자 2006-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