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싱글족] 1인가구 300만 시대… 이제 핵가족도 무너지나

1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20%인 300만 가구가 넘는 것으로 추계됐다. 1인 가구 급증은 핵가족의 본격적 붕괴를 의미한다. 특히 결혼적령기의 미혼 사례보다는 1인 노인·이혼가구가 1인 가구 증가를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사회 경제 문화적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실시된 인구주택총조사에서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승우 통계청 인구조사과장은 “가구당 평균인원수가 줄었고,원룸 생활자가 증가한 것으로 볼 때 1인 가구가 2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체 가구가 1590만 곳(2005년말 현재)이므로 적어도 300만명은 ‘나 홀로’ 살고 있다는 얘기다. 2000년 조사 때 1인 가구는 222만여 곳(15.5%)이었다.

본보 취재팀이 통계청 데이터베이스인 통계정보시스템(KOSIS)의 1985∼2000년 인구·가구·주택 등 주요통계를 분석한 결과,노인 1인 가구가 전체 1인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85년 26%에서 2000년 31.8%(70만6580가구)로 증가했다. 이혼가구 비율도 같은 기간 5.3%에서 9.8%(21만8717가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증가추세로 볼 때 2005년 조사에는 100만 가구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25∼39세 1인 가구수도 늘기는 하지만, 전체중 차지하는 비율이 1990년을 정점으로 점차 줄고 있다.

엄밀한 의미의 1인 가구 외에 부모 혼자서 애를 키우는 이른바 ‘싱글대디’ ‘싱글맘’까지 합치면 실질적 독신가구는 약 450만곳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통계청은 2005년 기준으로 홀아버지와 자녀가 있는 가구가 24만여곳, 홀어머니와 자녀가 있는 가구가 100만여곳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가족 제도에 이어 현대식 가족 형태의 주축을 이루던 핵가족이 개인주의 흐름 앞에서 더 작게 쪼개지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윤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개인 자유를 중시하는 태도가 가족제도에서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인 가구 급증에 따라 통계청은 올 1·4분기 처음으로 1인가구에 대한 가계수지 동향을 조사했다. 이전까지는 2인 이상 가구에 대해서만 조사를 하다 소득과 소비에서 독신가구의 위력이 높아지자 이를 반영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가계소득이 줄고 있는 현상에 대해 ‘독신자 급증에 따른 착시 효과’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다수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간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가족간 교류가 약화된다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며 “특히 노인 1인 가구에 대해서는 더욱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싱글족] 싱글족 왜 증가하나?… 가치관 변화·이혼율 증가 등이 원인

1인 가구 증가 원인은 복합적이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와 함께 이혼율 증가,고령화 등이 여러 다른 성격의 ‘싱글’을 낳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정부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이제 개인 단위로 가족정책을 전환해야할 때라는 지적도 있다.

◇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 = 이혼율 증가와 고령화가 1인 가구 증가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이른바 ‘돌싱’(돌아온 싱글·이혼한 남성이나 여성)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혼자 사는 가구가 늘었다. 200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이혼 1인 가구는 21만9000여곳으로 전체 1인 가구의 10%에 육박했다.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경향이 보편화되면서 노인 1인 가구(60세 이상)가 늘고 있다.

안호용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농촌 지역에서 부부가 살다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도시로 나간 자식들이 함께 살지 않아 1인 가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족 및 여성 전문가들은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를 1인 가구 증가요인으로 지적한다. 결혼이 필수 아닌 선택이 되면서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너그러워졌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진 젊은 여성층이 이런 변화를 이끌어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G경제연구원 이연수 선임연구원은 “20·30대 여성들이 결혼보다는 자아성취를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치관을 달리함으로써 싱글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구매력 높은 미혼 여성을 마케팅 목표로 삼으면서 독신이 획일적으로 ‘자유롭고 화려한 삶‘으로 과대 포장됐다는 반론도 있다.

1인 가구 증가를 사회변화와 연관짓는 분석도 있다. 1인 가구가 현대사회 특징인 ‘이동성’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혼자 살면 이동이 자유스럽고,이는 현대사회에서 비용을 덜 치르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 주택문제 등 우려 = 1인 가구 증가는 최근 몇년간 부동산 값을 밀어올린 이유 중 하나로도 꼽힌다. 혼자 살겠다는 사람은 급속도로 늘고 있는데 주택 공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니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는 논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1인 가구를 고려하면 2004년 기준으로 102.2%라는 주택공급률은 턱없이 작다고 주장한다.

독신자 입양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독신자 입양을 허용하는 국내입양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1인 가구가 늘수록 입양을 통해 가족을 이루고 싶어하는 독신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지금까지는 양친이 있는 가정에 대해서만 입양이 허가됐다. 입양기관들은 편부,편모 가정이 입양 어린이에게 좋은 환경이 되기 어렵다며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1인 가구 증가로 국민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체적으로는 패스트푸드나 간편조리음식의 섭취가 늘면서 질병이 유발될 수 있고,정신적으로는 가족관계가 가져다주는 친밀함의 부족으로 우울증 등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 정부가 할 일은 =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 1인가구에 대한 복지 서비스는 두말 할 것 없이 정부 의무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독신을 선택한 1인 가구에 대해서는 마땅히 손쓸 일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이재경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현재 1인 가구 증가는 결혼을 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얘기인데,개인 선택에 대해 돕고 말고 할 것이 없지 않냐”고 말했다.

1인 가구 증가를 다양한 가족형태 등장의 하나로 보고 가족 정책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윤홍식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러 형태의 가족이 나타나고 있으며 1인 가구도 그 중 일부로 볼 수 있다”며 “사회보험을 비롯한 복지체계를 가구중심,부부중심에서 개인중심으로 돌리면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인 가구 자립을 위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나 정책 아이디어 수준이다. 양승주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국장은 “자발적으로 선택된 다양한 가족의 모습에 대해 각각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게 기본 방침이지만,자발적 1인 가구에 대해서는 정책적 수요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 김명호 팀장 이광호 이용훈 권기석 기자 2006-7-23)

[이래서 나홀로] 프랑스 파리 한집건너 독신자

프랑스나 노르웨이 같은 유럽 일부 국가들은 ‘독신자의 나라’라고 불릴 만하다.

올 초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 보도에 따르면,전국적으로 3가구당 1가구가 독신 가구다. 특히 파리시는 두 집 중 한 집이 독신이다. 전체 독신자 수(25세 이상,2004년 기준)는 남자 520만명,여자 440만명으로 모두 960만명이다. 20세 이상으로 대상을 넓히면 1300만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독신자 비율이 배로 늘었으며,매년 12만건에 이르는 이혼이 큰 이유로 꼽힌다. 최근 통계는 이혼 후 홀로 사는 남녀가 150만명,배우자와 사별한 남녀가 63만명으로 집계됐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선호하는 여가활동은 TV 시청,집에 머물기,독서 등이며,91%가 자신들의 삶을 행복하게 여긴다고 응답했다.

노르웨이는 한 집 건너 혼자 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1인 가구가 보편적이다. 이혼 가정이 많고,자녀 수도 적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일정한 나이가 되면 싱글로 살아가는 노인이 많다. 물론 경제적 독립을 위해 혼자 사는 젊은이들 비율도 적지 많다.

미국도 ‘나홀로 가구’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인구통계청의 ‘2000년 인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720만가구다. 이는 미국 전체 가구의 26%이며,인구의 9.7%에 해당한다. 이 수치는 신세대 싱글족을 포함,이혼 사별 등으로 혼자 사는 사람을 다 포함한 것이다.

이들의 연간 구매력은 1조달러를 훨씬 넘는 규모로 추산돼 미국 내에서 매력적인 소비계층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2000년 인구조사 보고서는 독신자 주택소유율이 31.6%로 자녀를 둔 부부들의 소유율(31.3%)을 처음으로 추월했다고 밝혔다.

특히 뉴욕 같은 대도시의 1인 가구 비율은 훨씬 높다. 뉴욕 맨해튼에 사는 친구들의 이야기인 ‘프렌즈’나 뉴요커 여성 4명의 일상을 솔직하게 표현한 ‘섹스 앤 더 시티’ 등은 나홀로족들의 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미국 내 최고 TV 인기 시트콤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민일보 / 김명호 팀장 이광호 이용훈 권기석 기자 2006-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