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운 죽음, 남겨진 슬픔] 우린 그들을 곧 잊었다

서울 서부소방서에 설치된 국내 유일의 순직소방관 추모 부조물. 2001년 홍제동 화재사건으로 숨진 6명의 영웅들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이 부조물 역시 유족들의 사비를 털어 마련된 것이다. 강윤중기자

우리에게 공식적인 추모행사는 없다. 겨우 보상금·연금이 올해부터 조금 올랐을 뿐이다. 직업상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 유족들은 보상금의 많고 적음보다는 ‘추념과 기억’이 사라지는 우리 사회의 무신경과 무관심에 더 많이 슬퍼했다.

◇ 우리는 = 우선 정부 차원의 공식 메모리얼 행사는 없다. 기껏해야 장례식이 전부다. 보상금과 연금이 주어지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실제 추모하고 싶어도 추모할 공간이 없다. 모든 것은 개인적인 일로 돌려진다. 국내 유일한 추모단체는 ‘대한민국 순직소방관 추모위원회’ 정도. 나머지는 인터넷을 통해 추모의 댓글을 올리는 수준이다. 그것도 1년이 가지 않아 시들해진다.

추모위 김종태 사무처장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한다. 국가와 시민을 위해 목숨을 잃었음에도 그 가치를 고귀하게 여기지 않으니 국민들도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는 심지어 동료의 죽음을 ‘귀찮은 일거리’로 보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방방재청장이 영결식장에서 읽는 조사마저도 순직자 이름만 바뀔 뿐 매번 똑같다”며 “어떤 때는 분향 도중에 ‘시간이 없으니 그만두고 다음 일정 진행하자’는 경우도 있다”고 고발했다.

최근 소방공무원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지만 경찰, 군인과는 달리 일반묘역에 안장된다. 그들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기념조형물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2001년 3월 홍제동 순직 소방관들을 기리는 동판부조물이 서울 서부소방서에 설치된 것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유족들이 사비를 모아 만든 것으로 정부는 장소만 내줬다.

김사무처장은 “외국과 같이 멋진 추모공원은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국가가 그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유족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거짓약속도 횡행한다. 2003년초 발생했던 대구 지하철 화재 당시 한 의료단체가 “부상 소방관들의 건강상태를 매년 체크해주겠다”고 공언했지만 2003년 말 한번 시행한 이후 연락이 뚝 끊겼다. 이는 결국 소방공무원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진다.

한 경찰간부는 “젊은 경찰일수록 자기 업무가 아니거나 위험이 뒤따르는 업무는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국가에서 책임져준다는 믿음이 없으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사무처장은 “대구 서문시장 화재때 소방관들이 현장수색보다는 바깥에서 물만 퍼부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순직하면 국가가 해주는 것이 뻔한데 누가 목숨을 걸고 불길속으로 뛰어들겠느냐”고 한숨지었다.

(경향신문 2006-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