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구려사 연구 정치적 문제에 편중"

고고미술사 연구 퇴조, 정치ㆍ민족기원 연구 급증

중국 사회과학원이 '동북공정'을 추진한 이래 중국 역사학계가 '고구려는 중국 역사에 속한다'는 내용을 논증하는데 치중하고 있다는 통계분석이 나왔다.

고구려연구재단 이인철 연구기획실장은 8월 초 출간될 '중국의 고구려 연구'(백산자료원)에 기고한 '중국의 고구려연구 동향'에서 이같이 밝히고, "동북공정이라고 하는 인위적 연구동향 조장의 결과로 빚어진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 실장에 따르면, 2006년 6월까지 1편 이상의 고구려 논문을 발표한 중국 학자는 모두 612명으로 이들이 저술한 고구려 관련 저서는 모두 199권에 논문은 1천460편.

중국학자들의 고구려논문 및 저서는 대부분 1980년대 이후 나왔고, 1980-90년에 발표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된 논문 수는 1960년대 20편, 1970년대 6편인데 비해, 1980년대 307편, 1990년대 573편이고 2000년 이후에는 지금까지 503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이 실장은 "2000년대 들어와서 중국학자의 고구려논문 발표가 크게 증가한 원인은 동북공정이 실시된 것에 기인한다"며 "동북공정의 결과물들이 책으로 집중 발간되면 중국학자들이 출간하는 저서의 숫자는 급격히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1편 이상의 고구려 논문을 쓴 한국 학자는 350명으로, 순수하게 한국학자들이 쓴 고구려 연구성과만을 따지면 저서가 95권, 논문은 879편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고구려 연구자가 한국 학자보다 많고, 그들이 발표한 저서와 논문도 한국 학자의 성과에 비해 훨씬 많은 것이 현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 학계에서 고구려의 미술사 관련 연구는 퇴조하는 반면, 고구려의 대외관계, 민족의 기원, 고구려에 대한 중국의 영향 등의 연구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나온 1천460편의 고구려논문을 분류하면 광개토대왕비문을 중심으로 한 금석문 연구가 155편으로 수위를 차지했다. 발표된 논문 수를 기준으로 1940년대 이전에는 금석문연구가 고구려 연구의 전부를 차지했고, 1980년대에도 성곽(15.1%)이나 금석문(14.5%)의 연구 비중이 가장 컸다. 그러나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정치와 민족을 주제로 한 논문의 숫자가 크게 증가하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특히 2000년대에는 대외관계(10.9%), 귀속(10.9%), 민족(9.5%), 정치(8.9%)의 비중이 늘어나 금석문 등의 고고학과 미술사적 연구경향이 퇴조하는 반면, 귀속문제, 조공책봉과 같은 대외정책, 고구려 민족의 기원이 중국 한족과 같음을 주장하는 연구, 고구려에 대한 중국문화의 영향을 강조하는 연구가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장은 "그 배경에는 2000년대 들어 고구려 귀속문제에 대한 논의가 절정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동북공정의 결과 고구려가 중국의 소수민족 지방정권이었음을 논증하고, 그 역사도 중국사에 속한다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보강해 논문을 발표하는 중국학계의 연구동향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 김용래 기자 2006-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