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알아두면 좋은 피서지 응급처리요령

찌는 듯한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서도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은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휴가철에는 아무래도 물이나 음식, 잠자리 등이 바뀌게 되면서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또한 물놀이나 산행 등을 하다가 몸에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이에 따라 휴가철 여행에 앞서 각종 사고에 대한 주의사항을 미리 알아두면 휴가를 즐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여름철 피서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의 처치요령을 알아본다.

◇ 칼에 베이거나 피부가 찢어진 경우 = 피가 많이 나면 깨끗한 물로 상처를 씻어 흙이나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소독약을 바른 뒤 깨끗한 수건이나 가제로 감싼 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상처가 1㎝ 이내인 경우는 소독한 후에 상처가 벌어지지 않도록 압박한 다음 반창고를 붙이면 된다.

상처에 소주나 된장, 담뱃가루 등을 바르는 행위는 금물이다.

보통 연고를 바르거나 항생제 가루를 뿌리는 사람이 많은데 이보다는 소독약을 바르고 씻어내는 것이 좋다.

만약 새빨간 피가 박동 치듯이 나온다면 동맥손상일 가능성이 큰 만큼 상처부위에 깨끗한 수건이나 헝겊을 눌러 지혈을 하고, 심장보다 높게 위치시킨 채로 병원으로 옮겨 치료해야 한다.

◇ 절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처치 요령 = 일반적으로 재접합은 절단 후 팔, 다리 등 근육이 있는 부분은 6시간 이내, 손가락 등 근육이 없는 부분은 24시간 이내에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 절단사고가 일어나면 얼음에 절단부위를 담가 두거나 절단부위의 소독 및 수분 공급을 위해 알코올, 생리용 식염수를 사용하기 쉬운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절단부위에 얼음이 닿게 되면 조직 손상을 일으켜 동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알코올은 혈관을 손상시켜 조직의 재생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쉽다.

가정에서 쓰는 생리용 식염수는 오염 가능성이 있는 데다 절단 부위를 생리식염수에 오래 접촉하고 담가두게 되면 그 크기가 불어나 양쪽 접합 부위가 맞지 않고 이후 조직의 변화 등 더 큰 위험을 불러와 봉합하기가 어렵게 된다.

절단사고가 발생할 경우의 응급조치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과다 출혈을 예방하기 위해 출혈 부위를 압박 붕대로 지혈하고 절단 부위를 높이 올린다. 이때 지혈제나 지혈대는 조직과 신경, 혈관이 파괴돼 오히려 재접합 수술이 어렵기 때문에 상처에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② 절단 부위는 가능하면 빨리 냉장 상태로 보관해야 하는데 절단 부위의 오염이 심하면 약국에서 생리식염수를 사서 씻어낸 후 깨끗한 천이나 가제로 싼 뒤 다시 깨끗한 큰 타월로 두른 다음 비닐봉지에 밀봉한다. 소독된 가제나 타월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가능한 한 깨끗한 것으로 바꿔줘야 한다.

③ 이 비닐봉지는 얼음과 물을 1:1의 비율로 섞은 용기에 담아 약 4도 정도의 냉장 온도를 유지시킨 다음 환자와 함께 병원으로 가져간다. 만약 밀봉이 잘못돼 얼음물에 절단부위가 노출돼 젖게 되면 조직이 흐물흐물해져 재접합이 어려워진다.

④ 일반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후에는 빠른 시간 안에 접합수술이 가능한 전문 병원으로 환자와 함께 이송하는 게 좋다.

◇ 벌레에 물리거나 벌에 쏘인 경우 = 벌레에 물리거나 벌에 쏘인 경우 대개 물리거나 쏘인 부위만 빨갛게 되며 가려운 정도이지만 일부에서는 알레르기 증상으로 쇼크에 빠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벌의 침은 핀셋 등을 이용하여 뽑아 주는 게 좋다. 물린 부위를 찬 물수건이나 얼음 등으로 찜질한 다음 암모니아수나 항히스타민제 연고를 바르고 2차적으로 세균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물린 부위를 긁지 않도록 해야 한다.

휴가를 가기 전에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자신에게 벌 독 알레르기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 심한지를 먼저 알아보는 것도 좋다.

우리 나라에 서식하는 벌 가운데 가장 흔한 벌 독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꿀벌과 말벌, 땅벌인데 이중 배에 노란 줄무늬가 있는 땅벌은 땅속이나 썩은 나무에 집을 짓고 살기 때문에 산행할 때 무심코 건드리기 쉬운 만큼 주의해야 한다.

◇ 귀에 이물질이 들어간 경우 = 귀에 곤충들이 들어가게 되면 귓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심한 통증과 잡음으로 고생하게 된다. 이 때는 귀를 밝은 쪽으로 향하게 하거나 손전등으로 빛을 따라 나오게 유도해야 한다.

만약 그래도 안 되면 알코올이나 깨끗한 물을 귓속에 떨어뜨려 벌레를 죽게 할 수 있다. 이때 이물질을 빼내려다가 잘못 건드려 안쪽으로 들어가면 결국 꺼내기가 힘들어지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 또한 귀지가 많은 상태에서 습기가 차거나 물이 들어가면 점차 팽창해 청력이 줄어들거나 균의 서식처가 돼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성냥개비 등으로 과격하게 물을 닦아내려다 상처를 내면 염증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자외선에 오랫동안 노출된 경우 = 적당한 일광욕은 혈액순환을 돕고 비타민 D의 합성과 살균작용을 유지시킨다. 그러나 과도한 햇빛 노출은 기미와 주근깨를 심하게 만들고 화상을 일으키기 쉽다.

화상을 입은 경우에는 냉수로 20분씩 하루 서너 번 찜질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온몸에 화상을 입은 경우는 20분씩 하루 서너 번 찬물 목욕을 하는 게 좋다. 하지만 이때 비누나 샴푸를 사용하면 피부를 건조하게 하고 자극을 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물집이 생겼다면 가급적 터지지 않게 하고, 만약 터졌다면 잘 소독해줘야 한다.

◇ 음식이나 물갈이로 복통과 설사가 심한 경우 = 날씨가 더워지면 음식이 쉽게 상해 식중독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아이들은 물갈이를 할 수도 있으므로 물과 먹는 음식에 주의해야 한다.

물갈이를 하거나 식중독에 걸리면 구토, 설사, 복통을 일으킨다. 구토나 설사로 인한 탈수를 막기 위해서는 수분을 보충해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끊인 보리차 물에 설탕과 소금을 넣어 먹이면 좋다. 설사가 가라앉으면 소화가 잘 되는 죽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복통이 있는 경우에는 수건 등으로 배를 따뜻하게 해 주면 좋다.

◇ 햇볕에 서 있다가 쓰러진 경우 = 열 탈진, 열 실신, 열 경련, 일사병 등 열 증후군은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에 무리하게 일이나 운동을 할 때 흘리는 땀 때문에 몸 안에 수분과 염분이 모자라 생기는 병이다. 이 때는 구토, 메스거움, 두통, 근육경련, 의식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노약자, 어린이, 만성질환자에서 이 같은 증상이 잘 나타난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경우에는 시원한 곳으로 옮긴 후 다리를 높여 준다.

그래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열이 올라가면 열사병과 같은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는 만큼 찬물에 적신 수건 등으로 덮어주고 얼음찜질을 계속해 체온을 낮춰 주면서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 물에 빠져서 호흡곤란이 있는 경우 =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냈을 때는 물을 토하게 하는 것보다 호흡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호흡이 없는 경우에는 인공호흡을 해야 한다. 한 손을 이마 위에 놓고 머리를 부드럽게 뒤로 기울이면서 머리를 기울게 하는 손의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환자의 코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턱을 들어 인공호흡을 한다.

두 번 정도(한 호흡 당 1~1.5초)공기를 불어 넣는다. 인공호흡을 할 때 가슴이 올라가지 않는다면 환기가 효과적이지 못한 경우로 볼 수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부적절한 기도 유지 때문이다. 따라서 기도유지를 다시 한 다음 인공호흡을 해야 한다.

(도움말:산재의료관리원 대전중앙병원 박정규 응급의학과 과장, 한림대성심병원(평촌) 응급의학과 왕순주 교수,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원장)

(경향신문 / 이재국·김유진·임지선 기자 200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