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PC방 잘못 가면 전과자 됩니다

불법 모르고 들른 2만6300명, 경찰 단속에 도박범 신세로
택시기사·노동자·주부·대학생 등 피해
현금내고 포커등 게임… 걸리면 벌금형

“키보드에서 손 떼세요. 컴퓨터 만지지 말고 떨어지세요.”

5일 오후 5시30분, 서울 동대문구 장안2동 ‘○○게임 PC방’. 경찰 10명이 갑자기 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순식간에 카운터와 환전소, 손님을 장악했다. 50대의 컴퓨터가 있는 이 성인 PC방에는 손님 5명이 게임에 빠져 있었다. 혼란을 틈타 손님들이 빠져나가려 하자 동대문경찰서 박왕현 생활질서계장이 급박하게 외쳤다. “문 닫아! 입구에 한 명 지키고 있어!”

33번 자리에서 포커게임을 하던 강모(56·무직)씨. 모니터 화면엔 ‘보유금액 84305알’이 떠 있다. 경찰은 “보유금액 84305알, 보이시죠? 맞죠?”라고 확인했다. “오늘 2만원으로 시작했는데 게임이 잘돼서 8만4305원까지 불렸어요. 성인 PC방에서 게임하는 것만으로도 단속대상이 되는 줄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게 다 불법이면 정부에서 허가는 왜 내주는 겁니까?” 강씨는 이날 다른 손님과 함께 경찰서로 이동했다. 같이 붙잡힌 장모(여·47·식당종업원)씨는 “오랜만에 식당 노는 날이라 친구 따라 구경 왔다가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다”며 “성인 PC방에서 하는 게임이 불법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주택가 근처에까지 급속히 퍼지고 있는 성인 PC방. 일반 오락실인 줄 알고 섣불리 들어갔다간 전과자가 되기 십상이다. 성인 PC방은 일반 PC방으로 점포를 냈으나, 실질적으로 도박장으로 운영된다. 간판에는 ‘PC방’ 옆에 대부분 ‘게임’ 또는 ‘성인용’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시간당 1000~2000원을 내고, 컴퓨터를 이용하는 일반 PC방과 달리 성인용 PC방은 들어가는 순간 종업원이 다가와서 어떤 도박게임을 얼마나 할 것인지 묻고, 현금을 내면 바로 전자칩을 준다. 전자칩은 현장에서 즉각 현금으로 교환된다. 경찰 관계자는 “성인 PC방에서 돈을 주고받으며 도박게임을 하기 때문에 불법이 되는 것”이라며 “PC방처럼 꾸며 놓았지만, 들어가는 순간 도박게임을 하도록 요구받기 때문에 처음 온 사람도 모를 수 없다”고 말했다.

업주의 경우 도박장개설죄(형법 247조)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손님도 도박죄(형법 246조)로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세 차례에 걸친 경찰의 특별단속으로 형사입건되어 졸지에 ‘도박전과자’가 된 사람은 무려 2만6307명이나 된다. 지난해(5009명)에 비해 5배가 넘는 수치다. 구속자 수는 654명으로, 지난해(71명)에 비해 9배 가량 늘어났다. 건설사 간부에서 택시기사, 일용직 노동자, 자영업자, 주부와 대학생까지 다양하다. 경찰은 지난 5일 ‘성인 PC방과의 전쟁’을 선포, 오는 10월 28일까지 대대적인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최근 성인 PC방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PC방의 업태(業態) 자체가 관할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누구나 개업할 수 있는 ‘자유업’인 데다, 법망이 느슨하기 때문이다. 인터넷PC협회 조광혁 사무국장은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일반 PC방은 2만3000개, 성인 PC방은 3000여개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박란희, 장상진, 최수현 기자 200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