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중국으로… 중국으로

대기업들 제2의 투자 러시
2008 올림픽·2010 박람회 앞두고 중국 소비 불붙자
공장 잇따라 착공… 1분기 투자 작년보다 75% 늘어

삼성그룹은 올해 대(對)중국 투자를 지난해(5억달러)보다 60% 증가한 8억달러로 늘려잡았다. 삼성전자는 2억4000만달러를 들여 쑤저우(蘇州)에 있는 LCD·반도체 모듈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96년 이후 중국 투자가 뜸했던 삼성중공업도 산둥성(山東省) 룽청(榮成)에 총 3억5000만달러가 투입되는 연산 50만t 규모의 선박용 선체 블록 공장을 지난 3월 착공했다. 2008년 완공목표다.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기)는 올해 중국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미 중국 내에 생산법인 2곳 등 5개 법인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지주회사 설립을 계기로 지게차 공장 설비를 확충하고, 할부금융사 신설 등 중국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들이 다시 중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1990년대 중반의 중국 투자 러시가 재연되는 듯하다.

◆ 급증하는 중국 투자 = 3일 재정경제부·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대기업의 대중국 투자는 3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2억달러)에 비해 75%가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고작 4.3%(통계청)에 그쳤다.

대기업의 중국 투자는 1995~1996년 정점을 이룬 뒤 외환위기 등을 거치며 주춤했다. 이후 2003년부터 회복추세를 보여왔다. 정부 관계자는 “7월 말쯤 나오는 2분기 투자 실적도 1분기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중국 소비시장 구조가 바뀐다 = 중국 투자 급증은 중국 경제가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上海) 국제박람회(EXPO)를 앞두고 올 들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중국 내 LCD·PDP 등 평판TV 판매대수가 지난해 190만대의 2배가 넘는 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도 급증세다.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두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늘고 부동산 경기도 호전 조짐을 보이면서 건설장비·기계 판매량도 급상승추세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좀 과장하면 ‘물건이 없어 못 판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배영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오랜 경제성장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산층이 소비 주역이 되면서 중국 소비시장이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 올림픽 효과를 선점하라 = 대기업들의 중국 투자는 크게 두 갈래. 내수시장에 대해서는 IT(정보기술)·자동차 분야의 투자 확대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이 중국 내 LCD 모듈 공장 증설에 나서는 것은 LCD TV 등 고급가전과 통신기기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시장선점을 노린 전략이다. 현대자동차는 ‘중국의 마이카붐’을 겨냥, 10억달러가 소요되는 베이징 제2공장을 건설 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차이나유니콤에 대한 10억달러 투자계약을 성사시키며 중국 내수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철강·조선·에너지 등 중공업 분야는 국내 고(高)환율을 피해가기 위한 생산기지 이전이 초점을 이루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중국에 선체 블록 생산기지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STX그룹도 둥베이(東北)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기지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포스코는 중국 철강사 1~2곳, ㈜SK는 중국 탄광 등의 인수를 각각 검토 중이다.

거꾸로 정부의 기업규제와 만연한 반(反)기업정서, 경직된 노사관계 등 국내 여건이 대기업을 중국으로 밀어낸다는 지적도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년간의 세계경제 호황으로 대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커졌지만, 국내에는 이들을 붙잡을 투자유인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최유식 기자 2006-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