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意심판 앞에 놓인 ‘북미FTA 12년’

얼핏 보아 멕시코 대선의 쟁점은 좌파와 우파의 충돌로 보인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에 대한 입장 차이가 놓여 있다.

집권 우파 국민행동당(PAN)의 펠리페 칼데론 후보(43)는 자유시장 정책을 고수하자면서 ‘이대로’를 외치고 있다. 좌파 야당 민주혁명당(PRD)의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52)는 나프타 체제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4년 나프타 체제가 시작된 뒤 멕시코의 대미 교역액은 3배가 늘었다. 수출의 85%가 미국으로 흘러들어갔다. 멕시코 재계가 성공의 증좌로 제시하는 것은 멕시코 북부에 들어선 3,000여개의 마킬라도라(하청공장)이다. 제조업 생산공정의 조립라인이 갖춰진 마킬라도라는 미국 기업들에는 ‘값싼 노동력’을, 멕시코 서민들에게는 ‘값비싼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합법, 불법 이민을 포함, 미국 내 멕시코 노동자들이 본국에 송금한 금액은 지난해 2백억달러에 달해 원유수출에 이어 두번째 외화벌이 수단이 됐다.

멕시코 기업들을 상대로 한 격주간지 엑스판시온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95%가 오브라도르 후보의 당선이 성장엔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이유다. 그러나 미국과의 경제통합으로 멕시코 보통사람들의 생활이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다. 무려 12년 동안이나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었지만 국민의 반이상은 여전히 4달러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다. 농업부문의 일자리는 이미 30% 정도가 사라졌다. 농민들의 유입으로 도시빈민이 급증하고 범죄율이 올라가고 있으며 한해 1백만명의 멕시코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미국으로의 불법이민을 위해 리오그란데강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 임기중인 2008년부터 단행될 옥수수와 콩에 대한 대미 농업부문 관세 철폐는 3백만 멕시코 농민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옥수수와 콩은 멕시코인들의 주식이다. 재배농들로선 그나마 근근이 유지해왔던 생명줄이 끊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멕시코 재계가 ‘좌파 포퓰리스트’라고 비판하는 오브라도르 역시 나프타 체제 자체를 뒤엎자는 혁명적인 제안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농업부문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수정안인 셈이다. 나프타가 멕시코 대선의 ‘심장’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이미 미국경제와 촘촘하게 얽힌 멕시코 경제체제에서 ‘나프타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인식에 여야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경향신문 / 김진호 기자 200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