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황금주'… 진실은?

"황금주 도입 되는거예요? 안 되는거예요?"

29일 법무부 상사팀은 종일 업무가 마비됐다. 이날 오전 모 일간지가 '황금주 도입이 추진된다'고 보도하고, 법무부가 일부 부인한 뒤 황금주 도입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가 쇄도했다.

이어 정부와 열린우리당도 당정협의에서 황금주 도입을 유보키로 결정하면서 진위 논란이 확산됐다.

◆ 논란 부추긴 정부

정부의 애매모호한 입장 발표가 혼란을 부추겼다. 법무부는 이날 "창업 초기의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거부권부 주식을 허용키로 했다"면서도 "그렇다고 황금주 허용은 아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는 앞뒤가 맞지 않았다. 황금주의 뜻이 인수·합병(M&A)이나 이사 해임 등 경영권에 직결된 사안을 '거부' 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주식이기 때문이다. 거부권부 주식과 다를 바가 없다. "거부권부 주식은 황금주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거부권부 주식을 예외적으로 도입키로 한 것을 두고 황금주를 도입했다고 할 수는 없다"며 "황금주는 도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넓은 의미의 황금주에는 복수의결권, 차등의결권부, 거부권부 주식 등이 있는데 거부권부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도입하지 않는다고 법무부는 주장했다.

"거부권부 주식의 일부 허용을 황금주 도입으로 볼 것이냐"를 놓고 입장이 갈린 셈이다. 일부 매체는 '황금주 도입이 추진된다'고 보도하고, 법무부는 '황금주 도입 안 한다'고 발표한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이날 황금주 논란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있다.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 '황금주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상법 개정을 주도한 법무부 산하의 '회사법 개정 민관특별분과위원회'(이하 위원회)도 지난달 전체회의를 열고 거부권부 주식, 복수 의결권 주식 등 넓은 의미의 황금주를 일체 도입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 4일 법무부가 발표한 상법 개정시안 발표 자료에도 거부권부 주식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날 느닷없이 "거부권부 주식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 것.

법무부가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부 주식 도입안을 포함키로 한 것은 지난달말.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결정된 뒤다. 위원회에서 이미 부결된 내용을 법무부가 전격적으로 끼워넣은 뒤 발표 자료에서는 다시 제외한 것이다.

법무부 상사팀 관계자는 "위원회의 방안은 이미 나와있었지만 벤처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거부권부 주식의 일부 허용방안을 추가했다"며 "벤처기업 등 소규모 회사의 경우 자금조달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황금주 제한적 허용..속내는?

결론적으로, 황금주에 가까운 거부권부 주식이 일부 허용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창업 초기의 비상장 벤처기업에게만 허용되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장치가 절실한 상장 대기업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새로 설립하거나 주주 전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한편 상장하지 않은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거부권부 주식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 비상장 상태에서는 지분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경영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정관 등을 통해 주식의 이전을 제한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재정경제부는 "거부권부 주식이 일반기업으로 확대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거부권부 주식을 도입한 기업의 경우 상장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황금주에 속하는 거부권부 주식이 국내 상법 체계에 들어오게 됨에 따라 장기적으로 허용 범위 확대를 통해 상장사에도 황금주가 허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정부가 반(反) 재벌 정서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재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위원회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당초 위원회내 제2소위에서는 재계와 일부 학자들의 주장으로 황금주 도입 방안이 통과됐다"면서 "결국 전체회의에서 부결됐지만, 이후 재계 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황금주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 이상배 기자 2006-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