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소동은 MD 예산 확보용?
지난 1998년 8월 말 발사된 북한 대포동 1호 미사일. ⓒAP 연합

의심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도대체 북의 미사일 소동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와 무슨 관계인가. 북한은 왜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그것도 결정적인 국면마다 미국 미사일방어(MD) 추진 세력의 손을 들어주나.

1998년 8월31일 북한이 갑자기 쏘아올린 대포동 1호(광명성 1호)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추진 세력을 환희에 들뜨게 했다. 한 달 전인 7월 말 ‘이란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신속하고도 강력한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한 ‘럼스펠드 보고서’가 발표되었을 때만 해도 이를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한 달 뒤인 8월 말 갑자기 대포동 1호가 발사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럼스펠드 보고서>는 마치 예언서로 각광을 받았고, 미사일방어(MD) 추진파가 대세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일본을 미사일방어(MD) 공동 개발로 끌어들이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으니, 북의 미사일 한 발로 미국 군산복합체가 거둔 이익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지난 5월 말부터 미국과 일본의 일부 언론에서 불거지기 시작한 북의 대포동 2호 미사일관련 움직임 또한 미국 내 미사일방어(MD) 추진 과정과 결부해서 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우선 갑자기 웬 미사일 소동인지,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는 점이다. 지난 6월21일자 조선신보는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방북 초청이 거부된 것과 연관을 짓기도 했는데, 심정적으로는 이해되지만, 납득하기는 어렵다. 만약 힐의 방북을 끌어내기 위한 압력 수단으로 미사일 카드를 꺼냈다면, 부시 행정부를 그렇게 겪어보고도 그 속성을 모르느냐는 면박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갑작스러운 미사일 소동으로 미국 내 대화파인 라이스 중심의 국무부 세력이 급격히 약해지고, 그 대척점에 서 있던 체니 중심의 네오콘과 아베 신조 등 일본 강경파들이 신바람을 내는 결과가 됐다는 점 또한 예상하지 못했다면 이상하다. 체니 부통령은 백악관 리크 게이트와 엽총 오발 사건으로 워싱턴에서는 이미 ‘시체’ 취급을 당하고 있었고, 아베 신조 역시 야스쿠니 참배 비판 여론으로 인해 ‘총리 대망론’에서 멀어져가던 중이었다. 북한 미사일은 이들을 회생시킨 마법 지팡이요, 구세주였던 셈이다.

올해 상반기 워싱턴에서 벌어졌던 체니와 라이스 양 진영의 세력 각축 과정과 결부해봐도, 북의 미사일 소동은 납득하기 어렵다. <시사저널>이 그동안 몇 차례 보도한 대로, 라이스를 중심으로 한 국무부와 공화당 상·하원 외교위 의원들은 지난 5월 중순께부터 체니와 네그로폰테 국방정보국(DNI) 국장이 주도한 고위급 탈북자 비밀 망명 프로젝트를 좌절시키고,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려 노력해왔다.

5월17일자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젤리코 보고서’에서 6자회담과 북·미 평화협정을 동시 추진한다는 해법이 제시됐고, 베이징을 방문한 힐 차관보는 중국을 통해 북측에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북이 힐 차관보를 초청하겠다고 한 것은 바로 그 직후의 일이다. 이러한 전체 흐름으로 볼 때 힐의 방북이 자신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현재 유리하게 조성된 판도를 뒤엎는 행태를 하는 이유가 뭔지, 납득이 안 된다.

7월까지 예산 확보 못하면 MD 무산될 수도

그렇다면 북의 미사일 소동은 어떤 각도에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1998년과 마찬가지로 미국 내 미사일방어(MD) 추진 과정과 결부해서 보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국내의 한 정보 소식통은 지난 4월 말 워싱턴 내부 인사로부터 미사일방어(MD)와 관련한 매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부시 대통령에게 납북자 메구미 가족과 탈북자 가족 등을 만나는 ‘정치 쇼’의 배경을 묻자 엉뚱하게도 미사일방어(MD) 얘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즉 부시 행정부가 정권 출범 직후인 2001년부터 6년간 심혈을 기울여온 미사일방어(MD) 체제가 현재 기로에 처했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본격적인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이라기보다 미사일방어(MD)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실험 단계였다고 할 수 있으며 2007 회계연도 예산(FY2007)부터 본격 추진을 위한 예산이 책정되는데, 이것을 통과시킬 것인지 아니면 중단할 것인지를 올해 상반기 중, 늦어도 7월 말까지는 결판내야 한다는 것이다.

2007 회계연도 예산은 지금까지와는 예산 구조 면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즉 그동안 미사일방어(MD) 예산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국방 예산의 일부로 편성돼왔는 데 비해 FY2007부터 별도의 미사일방어(MD) 예산이 책정됨으로써 중간에 정권이 교체되어도 2010년까지는 사업의 영속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결국 미사일방어(MD) 추진론자들 처지에서는 올해가 바로 미사일방어(MD)의 존폐 여부를 판가름하는 결정적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문제는 미사일방어(MD) 추진파뿐 아니라 미사일방어(MD)를 공약으로 걸었던 부시 행정부 전체의 명운이 걸린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북한이 미국의 ‘노림수’에 장단 맞춘 까닭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위국(MDA)은 이에 따라 이미 1백11억 달러에 달하는 FY2007 미사일방어(MD) 예산안 개요를 의회에 상정한 바 있으나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그도 그럴 것이 2002년, 2004년, 2005년 세 차례 실시된 미사일방어(MD) 요격 실험이 모두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이미 무기 체계로서의 신뢰성이 극히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지 않아도 사상 최악의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판국에 또다시 천문학적인 지출을 해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가 이뤄지지 않을 수 없다. 최근의 미사일 소동 이후 던컨 헌터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이 밝힌 바에 의하면 ‘많은 민주당 의원’이 이미 2007년 예산 심의 때 전체 요구액 중 절반 가까운 47억5천만 달러를 삭감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할 경우 미국은 이지스 함 등을 동원해 요격 체제를 갖추겠다고 공언했다.

이처럼 부시 행정부가 명운을 걸고 추진한 미사일방어(MD)의 운명이 경각에 달려 있어, 북한과 대화나 문제 해결이 근본적 벽에 부딪히곤 했다는 것이다. ‘깡패 국가’ 북한의 존재가 그나마 미사일방어(MD) 추진 세력의 거의 유일한 명분이다시피 한 상태여서 문제의 해결은 커녕, 오히려 북이 이 시점에 한타 벌여주기를 기대하는 심리도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은 왜 장단을 맞춰주는 것일까. 북이 이런 내막을 몰랐다면 할 말이 없지만, 알면서 같이 춤췄다면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다. 즉 현재 미국 의회에서 쟁점이 된 ‘FY2007 미사일방어(MD) 예산안’은 과거의 예산안들과 크게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주적 개념의 차이다. 2006년 예산안까지는 미사일방어(MD) 추진의 명분으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주로 거론되어왔지만, FY2007에서는 이것이 빠지고 대신 ‘MID-EAST'라는 알쏭달쏭한 대상이 주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MID-EAST’가 과연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부시 행정부가 올해 초부터 보인 행보를 보면 분명해진다. 즉 올해 초 발표된 QDR 보고서(4년 주기 국방정책 재검토)에서 처음으로 중국 위협론이 부상했고, 지난 4월20일자 워싱턴 타임스가 보도한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동북아 전략인 ‘헤지 전략’에서도 중국의 중·장거리 미사일을 겨냥한 미사일방어(MD) 개발이 최우선으로 강조되었다.

결론적으로 볼 때, 북의 미사일 소동은 7월 말까지를 겨냥한 부시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를 위한 미사일방어(MD) 예산 확보와 직결돼 있음과 동시에, 그 이후 벌어질 북·미 빅딜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사저널 / 남문희 전문 기자 2006-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