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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의 위기 재정경제부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재경부 해체론이 나왔던 IMF사태 이후 최대 위기라는 소리가 나온다.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나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 등 재경부 출신들이 ‘현대차 로비’에 연루된 사실을 말하는 게 아니다.
고령사회에 대비한 중장기 세제개혁안 등 핵심 현안이 삐걱대고 있고, 통상교섭본부와 재경부가 주도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도 재경부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는 게 관가의 시각이다. 타 부처에 대한 정책조정력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복지·노동 등 사회부처는
물론 산업자원부 기획예산처 금감위 등 경제 관련 부처에서도 재경부의 정책 방향이나 정책수단에 반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를 두고 재경부 내부에서는 ‘선이 굵지 않은’ 한덕수 부총리의 스타일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정세균 산자부 장관,유시민 복지부
장관 등 정치인 출신 실세들을 장악하지 못하고 청와대에도 할 말을 못한다는 것이다. 재경부의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 한 부총리 개인의 성향
때문이라는 식이다.
분명히 최근 재경부의 ‘곤경’에는 재경부 탓으로만 돌리기에 무리한 측면이 있다. 각종 위원회를 통한 정책결정을 선호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업무스타일,여당과 청와대가 따로 노는 정치시스템 혼선 등이 재경부의 업무추진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재경부의 ‘본업’인 경제 분야의 성적표가 너무 초라하다. 우선 선진 산업국가에서 정부 업적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 일자리 창출을 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2002년 59만7000개가 만들어졌던 새 일자리는 2004년 41만8300개,2005년
29만9000개로 계속 줄고 있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거나 저임 일자리들이다.
재경부가 ‘성장 지상주의’를 강조해왔지만 참여정부 4년째인 올해까지 성장의 양과 질도 실망스럽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3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4%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경부는 올해는 경기가 본격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미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는 징후가 강해지고 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연 1% 정도로 제자리걸음 하는 것이나 다름없고,소비 회복도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한 마디로 고용도,실질소득 증가도 보장하지 못하는 빈 껍데기 성장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경제 성적 부진이
재경부에게 뼈아픈 것은 외환위기 이후 대외 개방과 규제 완화만 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누누이 주장해온 것이 재경부였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또한 재경부의 주장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경제정책을 펴왔다는 점에서 재경부의 ‘철학’과 능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감위 공무원은 “재경부가 너무 시장을 모른다”고 했고, 산자부 국장은 “성장동력을 개방을 통해 외부에서 찾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제
재경부는 조세와 금융 등 핵심 역량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 과장은 “재경부에게 대외 개방과 시장만능은 이데올로기가 됐다. 조금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부처이기주의로 몰아간다”고 말했다.
이러한 다른 부처의 시각이 다 옳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근의 곤경을 한 부총리 개인의 리더십이나 성향 문제로 돌리기엔
재경부가 처한 문제가 훨씬 구조적이고 심각해보인다는 사실이다.
<배병우 경제부 차장>
(국민일보 2006-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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