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물로 살펴 본 5·6共 비화] 김현희 특별사면 ‘사전각본’ 있었다
정부가 KAL기 폭파범 김현희를 사형선고 직후 특별사면한 것은 그를 수감할 경우 심경변화가 생길 수 있고,나중에라도 꼭 사면시켜야 한다는
사전방침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희 자신이 KAL기를 폭파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고,잘못도 뉘우친 상황에서 정부가 그의 어떤
심경변화를 우려했는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현재 이 사건은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가 조사 중으로 이 부분에 대해 집중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록원이 28일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에게 제출한 전직 대통령 기록물 자료에는 김현희 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당시
학생운동을 막기 위해 KBS와 MBC를 동원해 특집계획 프로그램을 제작한 내용도 들어 있다.
◇ 김현희,감형 대신 특별사면 = 법무부는 1990년 3월28일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KAL기 폭파범 특별사면 실시건의’ 보고서를 제출,노
대통령으로부터 보고서 내용대로 실시하라는 인가를 받았다. 보고서를 제출한 날은 대법원이 3월27일 김현희에 사형을 확정한 바로 다음날이다.
보고서에는 2가지 안이 건의됐다.
첫째 안은 특별사면안으로 “사면시 테러범에 대한 지나친 관용이란 비판,사망자 유가족의 불만 예상” 등의 예상 문제점도 함께 적시됐다.
두번째는 감형안으로 “수감시 심경변화,신변노출로 관리상 험로,감형 후 다시 사면해야할 부담” 등의 3가지 애로사항이 있다고 보고됐다. ‘감형 후
다시 사면해야 할 부담’이라는 부분은 정부가 애초부터 김현희를 사면시키겠다는 방침이 정해져 있었음을 암시한다.
법무부는 2가지 안 중 법무부측 선호안으로 특별사면안을 제시했다. 그 이유로 ‘사건의 진상을 증언해줄 유일한 생존자’ ‘신변보호’ ‘1회
조치로 종국처리’ 등 3가지를 들었다. 김현희는 KAL기 폭파사건이 조작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생존자이고 국정원의
신변보호하에 현재까지도 외부접촉을 일절 끊고 지내고 있다. 특별사면 방침을 정한 뒤 정부는 국회답변을 통해 “수감으로 자살할 경우 증언자가
없어질 우려가 있어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 학생운동 막으려 방송사 동원해 특별기획 제작 = 1985년 문화공보부가 작성해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서명한 ‘학원안정법 제정 홍보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양 방송사를 이용해 학생운동을 억제할 목적으로 학원법 제정 우호여론을 조성했다. 문공부는 법제정 이유로 “1988년
목표를 향한 안정기반 구축의 당위성”을 들어 1988년 서울올림픽을 의식해 언론홍보대책을 마련했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첫 단계로 ‘법제정
반대여론 순화’를 제시하고 “문제 기고가인 동아(일보) 김중배 칼럼 등의 사례들에 대해 각사 사장을 통해 강력 순화유도”라는 대책을 마련했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친여신문 매체들에서 기획특집,해설,시리즈를 각사 10회 이상 게재하고 양 TV사의 특집캠페인 전개방안”을 마련했다.
보고서에는 ‘학생운동 40년’ ‘민족의 장래를 생각한다’ ‘KBS청문회’ ‘KBS 뉴스파노라마-학원안정법 왜 필요한가’ 등 양 방송사
특집프로그램도 적시됐다. 정부는 또 문공부,교육부,법무부 장·차관들이 분담해 언론사 간부들을 집중 접촉,반대여론을 순화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중진언론인 C씨,학계 중요인사 H씨의 기고 등을 통한 여론조성과 유명 문인 S씨와 학계인사 M씨 등 15명으로 구성된
전국순회강연과 토론회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 1986년에 정보요원 3900명 부활 = 1986년 들어 학생운동이 다시 거세지자 청와대 치안비서관은 1984년에 중단된 대학상주
경찰정보요원 상주를 부활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보요원이 상주하던 학원자율화조치 전에 비해 학생운동 횟수가 18배,참가인원은
8배 늘어났다는 이유였다. 보고서에는 전국 111개 대학 중 37개 대학에 전문정보원 400명,일반정보요원 500명,정보보조요원(사복전경)
3000명을 투입키로 했으며,대외발표없이 비밀로 상주시킨다는 방침이었다.
교육부와 문공부가 1986년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제학생(운동권) 현황파악 보고서에 따르면 운동권 학생이 집중된 학과가 많은 학교는
고려대(25개 학과) 서울대·전남대(24개 학과),성균관대(19개 학과) 연세대(16개 학과) 순이었다.
◇ 기타 =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호원이던 함윤식씨가 1987년에 쓴 책 ‘동교동 24시’에 나오는 교도관 비리나,교도소내 불법사항들은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나 해당자들이 법무부 장관의 문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미국내에 한국에 대한 우호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예일대,MIT대,프린스턴대,하버드대,스탠포드대,버클리대,UCLA대 교수들을 선별해 연간 2만달러의 지원금을 주는 방안도 마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집행여부는 자료에 언급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성인 위주의 삼청교육대와 별개로 1982년에 학생과 가정을 괴롭힌다는 이유로 고교생 500명을 군부대 등에 입대시켜 4주간
교육을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계획은 교육부가 기안했고,전 전 대통령이 직접 서명했다. (국민일보 / 조민영 기자 2006-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