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교육·의료 개방 사실과 달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이 끝났다. 그러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협상의 세부 내용에 대해 도무지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당국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한 비난도 증폭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여당의원이 제기한 1차협상 ‘성과론’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1차협상 보고 간담회 뒤 열린우리당의 정책위 부의장 송영길 의원은 1차 협상의 ‘성과’를 꼽으며 “의료와 교육 분야의 무분별한 개방으로 공공의료·공교육 체계에 타격을 받지 않을까 하는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미국은 이 부분에 관심이 없어 쟁점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미 FTA의 키워드가 서비스 산업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서비스산업은 법률·회계·디자인 등 비즈니스 서비스를 한편으로,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서비스와 교육·의료 등 소비자 후생과 직결되는 부문을 다른 한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비즈니스 서비스는 일단 논외로 하고 여기서 여당의원이 ‘성과’로 지목한 교육·의료 부문을 한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관련 부분에 대한 정부 발표문을 보자. “미국측은 교육 및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비영리법인 제도의 변경과 이를 통한 시장 개방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밝힘.” 그렇다면 이 말이 미국이 한국의 교육 및 의료서비스 시장 개방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말로 해석이 가능하며 그래서 이를 1차 협상의 ‘성과’로 치부할 수 있을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아니다. 정부발표를 자세히 보자. 미국이 관심이 없다는 것은 “비영리법인 제도의 변경과 이를 통한 시장개방”이지 교육 및 의료서비스 시장 그 자체가 아니다. 또 협상이 진행중인 마당에 그렇게 말할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비영리법인 제도의 변경’에 관심이 없을까.

당연하다. 왜냐하면 비영리법인 제도의 변경, 곧 교육 및 병원의 영리 법인화는 인천을 비롯한 ‘경제자유구역’에서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데 굳이 변경을 요구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영리법인화는 오직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시행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맞다. 그래서 문제다. 예컨대 병원에 대한 영리법인화를 정책으로 갖고 있는 재정경제부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를 요구해 온 삼성의 입장에서 경제자유구역내 미국 병원에만 이를 허용하는 것은 국내 기업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다. 그래서 영리 법인화는 언젠가 완전 허용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행법상 비영리법인인 교육과 의료기관이 영리법인이 되면 도대체 왜 문제인가. 경제자유구역내 학교와 병원의 설립은 한·미 FTA의 투자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더 이상 그 무슨 거룩한 사회사업이 아니라 그저 돈벌이의 한 방편일뿐이라는 말이다. 더욱이 투자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는 말은 일체의 이행의무 부과가 금지되고 과실 즉 영업이익의 자유송금이 무조건 보장되고 미국계 교육 및 의료기관의 대 정부 제소권이 보장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이행의무란 무엇인가. 예를 들어 대학의 경우 입시제도, 병원의 경우 국민건강보험이 그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이행의무 부과가 금지된다는 말은 곧 미국계 ‘주식회사 OO대학교’은 현행 입시제도와 무관하게 학생을 선발할 수 있고 ‘주식회사 ××병원’은 건강보험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나 보건복지부가 공공성이니 뭐니 하면서 ‘귀챦게’ 굴면 어찌될까. OO대학교와 ××병원은 FTA 협정 위반으로 정부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에 제소하면 된다. 이 모든 것은 서비스 그중 의료·교육서비스에 대한 투자조항 적용이 면제되지 않는 한, 또 투자조항에서 이 분야를 부속서 유보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 한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누가 싸움판에 나가 5대 맞고 져야 하는데 3대밖에 안 맞고 졌다고 떠벌린다면 우리는 그를 두고 무어라 불러야 할까.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파이낸셜뉴스 2006-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