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이 "생태보고로 탈바꿈" 사실일까?

27일 서울시는 청계천이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피라미, 버들치 등이 서식”하는 것이 확인되는 등 “생태보고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5월~6월 기간 중 3차에 걸쳐 수중카메라를 동원해 청계천 5곳을 관찰한 결과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피라미, 버들치 등을 포함해 다양한 수종의 물고기들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를 “청계천 상류에 물고기가 서식하고 산란할 수 있는 거석 등 60여 개의 시설물을 설치하고 이들 주변에 수생식물을 심어 자연 친화적인 생태환경을 조성한 결과”로 평가했다.

청계천 수질에 대해서도 “금년 2~4월 측정결과에 따르면 청계천 전 지역이 BOD(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0.5~2.2㎎/ℓ로 1~2급수 수준을 유지”해 왔다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 “어류집중 서식지역에 수중카메라를 설치하여 물고기의 유영모습 및 먹이섭취 모습 등 물고기의 생생한 활동모습을 청계천문화원 모니터와 서울시 인터넷 방송 등에서 실시간으로 방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발표에 따라 동아, 조선일보, 서울신문 등 언론을 통해 “생태보고로 탈바꿈한 청계천”에 대한 기사가 그대로 실렸다.

그러나 서울시 발표와 언론의 보도만 보고 ‘아! 청계천이 생태하천이 되었구나.’하고 기뻐한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불과 20여일 전인 지난 8일, 오전에 내린 비로 청계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사실만 기억해봐도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물고기의 떼죽음은 10분당 2mm를 초과하는 비가 내릴 경우, 청계천 우수관 수문이 자동으로 열려 오염물질이 섞인 빗물이 유입되도록 설계된 청계천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서울환경연합은 논평을 통해 “물고기 떼죽음에 대한 조속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청계천은 물고기 공동묘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청계천이 생태하천이 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이미 복원공사 완료 이전에 예고된 일이었다.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자연환경분과위원으로 활동했던 시민환경연구소 안병옥 부소장은 2004년 11월 1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계획대로 복원이 완료된다면 청계천은 계곡-하수구-어항-하천으로 이어지는 기형적인 하천이 될 것”이며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도심의 오염물질을 머금은 초기빗물이 하천으로 쏟아져 들어와 물고기의 떼죽음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청계천 바닥의 조류를 걷어내는 청소작업을 벌인 것에 대해, 환경단체들로부터 “청계천이 어항임을 자인하는 것”이냐 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강의 물을 끌어다 흘려 보내는 청계천의 구조 상 조류 발생은 자연적인 것이며, 물고기들의 산란을 위해서도 조류를 걷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판단이었다.

조류가 발생하면 “더럽다”는 민원이 제기된다는 것이 서울시 측이 밝힌 바닥청소의 주된 이유였다. 즉, 생태적인 면보다는 ‘환경미화’적인 측면이 더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청계천이 진정한 의미의 복원하천이 아니라, “거대한 어항”으로서 서울 시민들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 자체가 ‘생태’와는 별로 관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긴 하다.

청계천이 “생태의 보고로 탈바꿈”하고 있는지 여부는 지금 눈에 보이는 물고기들의 종류와 수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 또 물고기들이 죽어나갈 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서울시는 구태의연한 행정을 그만두고 민간의 생태전문가들과 환경운동 진영의 제언을 받아들여 근본적인 대책 모색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일다 / 박희정 기자 2006-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