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은 깃털 몸통은 따로 있다”

“‘동북공정’은 중국의 거시적·총체적 국가전략의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학술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저 ‘고구려사 빼앗기’ 정도의 단순한 학술문제로 치부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동북공정’ 전문가로 평가 받는 윤휘탁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은 “중국의 거시적 국가전략은 ‘중화민족 대가정(大家庭)’ 만들기라는 국가 이데올로기에 집약돼 있다”며 “동북공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키 위해선 먼저 중국의 국가전략을 총체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이 파악하고 있는 동북공정은 그저 ‘깃털’일 뿐 ‘몸통’은 ‘신 중화주의’의 핵심인 ‘대가정’ 만들기라고 주장한다.

2003년 겨울 계간 ‘역사비평’에 ‘현대 중국의 변강·민족 인식과 동북공정’이란 글을 발표, 동북공정 이슈를 본격 제기한 윤위원은 최근 펴낸 ‘신 중화주의-중화민족 대가정 만들기와 한반도’(푸른역사)를 통해 대가정 만들기, 중국의 한반도 전략, 동북공정의 의미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중국의 국가관이나 국가 이데올로기, 대 한반도 인식과 전략 등의 실태를 보여줌으로써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싶었습니다. 향후 한반도 정세변화에 대한 중국의 예측과 대비책은 한반도의 운명과도 직결돼 주목했으면 합니다.”

윤위원이 제기한 ‘대가정 만들기’는 한마디로 ‘중화민족의 화합·단결을 바탕으로 큰 가정을 이루자’는 것.

그러나 그는 “기존 중화주의 전통을 비판적으로 계승하면서도 중화민족 국가의 새로운 부흥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신 중화주의의 서곡’”이라고 풀이했다.

대가정 만들기는 이미 치밀한 이데올로기와 현장 실천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논리적 근거이자 핵심 이데올로기는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 중국을 형성한 다민족 모두 ‘중화민족’이고 모든 역사적 활동은 중국 역사이며, 역사속 왕조가 관할하던 강역의 총합은 중국 영토라는 게 요지로 중국 지도부의 민족관·영토관·역사관·국가관이 농축돼 있다.

여기에 체제에 대한 약점 보완과 신뢰증진을 노리는 ‘사회주의 정신문명 건설론’, 중화민족의 단결·통일을 유도하는 정신적 촉매제로 교육관의 핵심인 ‘애국주의’ 등이 있다.

“중국은 대가정 만들기를 위해 대대적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동남연해 지역에 이은 서부대개발이 대가정 만들기의 ‘서북판’이라면, 만주 등 동북변강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동북공정은 대가정 만들기의 ‘동북판’이라고 할 수 있지요.”

윤위원은 “동북공정은 학술·역사부문의 ‘기초연구’와 향후 한반도 등 동북아지역의 정세변화에 대한 예측·대비를 위한 ‘응용연구’의 2개 과제로 추진 중”이라며 “‘기초연구’는 자료가 공개돼 우리가 알지만, ‘응용연구’는 비밀연구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동북공정을 학술차원에서 보면 ‘고구려사 왜곡’에 머문다”며 “그러나 동북공정을 대가정 만들기와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 차원으로 시야를 넓히면 조선족 문제는 물론 간도문제, 탈북자, 고구려, 발해, 나아가 고조선에까지 포괄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윤위원은 특히 “중국은 내년쯤 발해유적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며 “더 나아가 고조선과 부여까지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차원에서 접근할 때 우리의 대응책은 뭐냐?”고 되물었다.

즉 동북공정을 중국의 국가전략 차원에서 볼 때 우리의 올바른 대응책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대가정 만들기에 대한 총체적 분석과 연구에 집중하며 중국의 한반도 인식과 전략, 특히 동북아 전략에 대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며 “고구려·발해는 물론 고조선·부여 등 우리 고대사에 대한 확실한 역사논리체계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사학계만이 아니라 중국처럼 인류학·언어학·민속학 등 학제간 틀을 넘어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 김영민 기자 2006-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