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로 임기 끝나는데…" 지자체는 외유중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해외나들이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직원 사기진작 명목의 선심성 해외연수는 물론이고 심지어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도 적지 않다. 시민단체 들은 “지역 주민들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임기 말과 월드컵대회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앞다퉈 해외여행을 떠나는 행태는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고 성토했다.

◆ ‘선심성’ 직원 해외연수 = 전남 여수시 공무원 17명은 지난 16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태국과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이어 다음달 4일까지 7000만원의 예산으로 4차례에 걸쳐 공무원 72명이 일본과 중국, 태국 등 동남아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다.

앞서 시는 지난 12일 선진국 박람회 견학 명목으로 8박9일 일정으로 직원 10명을 일본 도쿄와 나고야, 오사카 등지에 보냈다. 시는 임기 만료 전 한달여 동안 모두 1억1800만원을 들여 직원과 가족 102명에게 해외견학을 시켜줄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연수 목적이 해외여행 미경험자 및 하위직 공무원의 사기 진작과 조직 활성화 도모를 위한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관광성 해외연수임을 시인했다.

전북 익산시 공무원 38명도 지난 12일부터 4박5일간 일정으로 백두산으로 배낭연수를 다녀왔다. 앞서 지난 7일에도 38명이 5개조로 나뉘어 유럽과 미주 등지로 9박10일간의 연수혜택을 받았다.

공무원 해외 배낭연수는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수 인원이 참가하는 것이 원칙이나 한꺼번에 78명이나 해외로 나간 것은 배낭연수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익산시 공무원들은 올 들어 한 팀도 배낭연수에 나서지 않다가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한꺼번에 연수에 나서 ‘선심성 여행’이란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 단체장·지방의원들도 한몫 = 김용암 경북 영양군수는 선거법 위반 사건에 연루돼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지난 7∼12일 부부동반으로 중국여행을 다녀왔다. 그의 여행 명목은 ‘퇴직공무원 해외연수’이지만 선출직인 단체장이 일반공무원처럼 퇴직을 명분으로 해외나들이를 하는 것은 ‘혈세 낭비’의 전형이라는 시각이 없지 않다.

류인희 봉화군수도 지난 5일 7박8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왔고, 백상승 경주시장은 이종근 경주시의회 의장과 함께 19일 6박7일 예정으로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지로 여행을 떠났다.

외유에는 지방의원도 예외가 아니다. 광주시 광산구의회 의원 14명은 19일 4박5일 일정으로 일본과 중국으로 떠났다. 개인 사정으로 빠진 의원 1명을 제외하고 전 의원이 해외여행에 동참, 끈끈한 단합을 과시한 것이다. 광산구의회 관계자는 “퇴직공무원들도 가는 해외연수를 왜 의원들은 못 가느냐. 연수든 관광이든 ‘안 가면 손해’ 아니냐”고 말했다.

김영기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임기 말에 행정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업무를 잘 챙겨야 하는데도 이때를 틈타 무더기로 해외로 나가는 행위는 공직기강 해이의 한 단면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앞으로 행정정보 공개 신청을 통해 실태파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 김영석·박찬준·장영태 기자 2006-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