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살아있는 神’

푸미폰 국왕 즉위 60돌 ‘겸손한 권력’ 지향 갈수록 국민사랑 받아

9일 즉위 60돌을 맞은 태국의 푸미폰 아둔야뎃(78) 국왕은 국민들로부터 ‘살아있는 신’으로 존경받는다. 재위 기간 중 17번의 쿠데타 발생과 21명의 총리 교체가 있었지만, 그의 권위는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리더십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태국 언론은 그의 리더십 요체를 ‘겸손한 권력(reserve power·특별한 때에만 행사하는 권력)’으로 표현한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치에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민생 안정과 민주주의 확립에 강력한 권위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그는 즉위 직후부터 시골 방문을 시작으로 ‘민중과 함께하는 왕’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가령 1950년대부터 3000여 개의 ‘로열 프로젝트’를 진두 지휘했다. 북부 치앙마이 고산지대 화전민들을 위한 고랭지 채소 보급, 1970년대부터 ‘구름씨 뿌리기 작전’과 자체 개발한 인공강우 지휘 센터 설치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유럽특허사무소(EPO)는 작년 10월 푸미폰 국왕의 인공강우 기술에 대해 특허를 발급했다.

그는 또 어떠한 부정부패 스캔들에도 연루된 적이 없어, 최고의 도덕성을 갖췄다는 평가이다. 수년 전 푸미폰 국왕을 알현한 외국 정부 고위인사는 “푸미폰 국왕이 낡고 오래된 양복을 입고 있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9일 푸미폰 국왕이 방콕 왕궁 앞 로열 플라자에 운집한 군중을 향해 “모든 태국민이 국가를 보전하고 번영을 가져오는 데 바탕이 되는 것은 단합”이라고 말하자, 노란색 왕실기(旗)를 든 군중은 “국왕 폐하 만수무강하세요”를 연호했다. 일부 군중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이날 정치권은 정치적 비난을 중단하기로 했고, 교도소의 16만 죄수들까지 국왕의 만수무강을 비는 종교 의식을 가졌다.

(조선일보 / 송의달 특파원 2006-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