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십대들이 성폭력을 겪고 있다

'가출을 했든 하지 않았든 십대여성들에게 있어서 성폭력적 상황은 아주 일상적이었다.' (최자은/ 서울시 늘푸른여성지원센터/ 2004~2005년 심야 거리상담 프로그램 상담기록 결과보고)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2일 늘푸른여성지원센터 주최로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청소년 성평등 정책포럼’에서 십대여성들이 겪는 성차별 문제가 가정과 학교, 그리고 학교 밖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고발됐다.

최자은 활동가는 십대여성들이 이성친구와, 거리나 유흥업소에서 만난 헌팅 상대, 아르바이트 업소 사장 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성폭력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너무나 친밀한 관계 속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성폭력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대응하는 방법을 몰라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특히 이성교제를 하고 있는 십대여성의 경우, 남자친구와의 성관계에서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성관계를 ‘거절’하는 의사표현일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십대들은 성관계를 갖게 되거나, 성폭력 피해를 겪었을 때, 두려움과 고민들을 함께 나누거나 지원 서비스를 알아볼 수 있는 자원이 거의 없다고 한다.

가정 학교서도 ‘몸의 권리’ 존중받지 못해

포럼 참가자 변혜정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10대 여성의 가출 경험을 분석했는데, 가출의 계기를 이루는 가족 배경으로는 성폭력과 구타 등의 폭력, 집안일과 생계를 도맡아야 하는 상황 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옥영 수락중학교 교사는 학교 현장이 십대여성들의 신체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 쉬운 구조임을 비판했다.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하고 주위의 지지도 받지 못한 채 원하지 않는 임신과 낙태를 감당해야 하는 사례, 얼굴이 못생겼다거나 몸집이 크다는 이유로 남학생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사례, 그리고 화상채팅에 호기심을 가졌다가 협박을 당하게 된 사례 등을 그 예로 제시했다.

우옥영씨는 또한 학교 현장에서 여성교사에게 가해지는 ‘성차별’을 학생들이 그대로 배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성교사를 육아와 가사노동에 능한 ‘슈퍼우먼’으로 바라보는 사회와 학교에 만연된 풍조, 운영 관리직으로 승진이 제한되어 있는 점 등을 통해 학생들은 ‘주도성 있고 사회를 넓게 보는 적극적인 사람’을 남성으로, ‘보호 받아야 하고 육아와 가사에 관심이 많으며 소극적인 사람’을 여성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십대들의 ‘자치’가 이뤄져야

학교 안의 성 평등을 위해 우옥영씨가 제안한 것은 ‘인권’이나 ‘보건’ 등의 교과를 도입해 제대로 된 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십대들이 스스로 폭력과 차별을 해소하는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학교 자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가정과 사회가 십대여성을 미숙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 발언이었다.

거리 상담을 해 온 최자은씨는 십대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 여성 개개인이 가진 능력에 초점에 맞추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십대여성들이 일상 생활과 대인관계에서 겪는 차별의 경험들을 가부장적 사회 문화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 이를 통해 십대여성들이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상황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데이트나 성관계, 피임에 있어서의 대화와 거절, (상대방이) 콘돔을 사용하도록 하는 협상 등 특화된 성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선미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십대여성의 진로교육에 있어서 노동시장의 성차별에 대해 인식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존 남성노동자들 위주로 구성된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은 직업 진입단계부터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에, 십대여성들의 진로 개발을 위해선 이런 문제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포럼 참가자들은 십대 여성들을 위한 정책과 예산이 확보되어야 하며, 정책을 펼 때 십대여성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이들의 요구를 존중, 반영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일다 / 조이승미 기자 200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