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운용 방만..잉여예산으로 해외연수

삭감예산 편법 사용.보조금 엉터리 지급

작년 위법.부당 사용 예산 4천61억원 추징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남는 예산을 직원들의 해외연수에 사용하거나, 삭감된 예산을 다른 항목에서 전용하는 등 방만하게 예산을 운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1일 발표한 '2005 회계연도(2005.5∼2006.4) 결산검사보고서'를 통해 지난 한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을 상대로 감사를 벌여 2천44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해 4천61억원을 추징.회수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특히 지난해말 기획예산처 등 125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정부예산 편성 및 집행 실태 감사에서 연도말 불요불급한 예산 집행, 불법 전용, 부적정한 예비비 배정 등 49건을 적발했다.

중앙선관리위원회 등 11개 기관은 연도말에 시설비 등의 집행 잔액이 불용처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들의 해외연수, 운동기구 구입 등 시급성이 없는 항목에 118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관광부 등 6개 기관은 예산을 과다 편성한 뒤 집행되지 않은 81억원을 경상경비 등으로 사용했으며, 해마다 청사 개.보수 시설비 예산을 반복 편성해 예산처 전용 승인도 없이 취사용품, 자료실 서가 구입비 등으로 6억원을 썼다.

육군본부는 2004년과 2005년 부대운영비관련 지급 소요액보다 30억원을 많이 편성한 후 예산 편성과정에서 삭감된 `지상군 페스티벌 행사비' 등으로 12억원을 집행하기도 했다.

교통안전공단 등 16개 기관은 기획예산처와 협의없이 결산잔액 등 2천392억원으로 신규사업을 추진하거나 기존사업비를 증액하는 등 임의집행이 지적됐다.

감사원은 37개 부처가 지난해 11월 이후 집행 예정인 예산의 집행 필요성 등을 집중 점검해 3천28억원에 대해서는 불필요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 집행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또한 당초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던 신규 사업이나 삭감된 사업을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전용된 사례도 지적됐는데, 노동부는 예산처 심의도 없이 출연금 232억원을 당초 사용 목적과 다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제2캠퍼스 건립사업을 추진하는데 쓰는 등 13개 기관이 예산 전용 절차도 밟지 않고 434억원을 목적 외로 사용했다.

중앙선관위도 2004년과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 및 보궐선거 예비비 중 3억8천만원을 사무용 의자 구입 등으로 집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목적과 달리 보조금을 사용하거나 장기간 보조금을 사장하는 등의 국고보조금 집행.관리가 부적정한 사례도 적발됐다.

경남 남해군 등 6개 기관에서 보조대상 사업이 아닌데도 보조금을 신청하거나 보조금 44억원을 목적외 사업에 전용했으며, 마산시는 입지선정도 하지 않은 채 폐기물처리시설 보조금 67억원을 받아 지난해 말까지도 집행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는 한국해양연구원이 2001∼2005년 총 8차례에 걸쳐 용역성과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용역비 11억원을 지급하는 등 연구용역비를 부당하게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기획예산처장관 등에게 출연기관 결산 잔액에 대한 세부 집행기준을 마련토록 하고 예산낭비 관련자에 대해서는 고발이나 징계 조치했으며, 전용 예산으로 신규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거나 승인없이 예산을 목적 외로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한편 감사원은 이번 결산검사 결과 세입은 전년대비 5.1% 증가한 197조7천882억원, 세출은 5.0% 증가한 192조3천998억원 등으로 잉여금은 5조3천884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복권기금 등 60개 기금의 자산 총액은 전년대비 19.1% 증가한 572조2천167억 원이었고, 당기순손실은 전년대비 75.0% 증가한 5조3천54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예산 `펑펑', 회계처리도 `엉터리'

감사원이 1일 발표한 `2005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보고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얼마나 부실하게 운용되고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애당초 편성과정에서는 삭감된 예산을 편법으로 집행하거나 연말에는 다음해 예산 감소를 우려해 남은 예산을 `펑펑' 쓰는가 하면 예산의 결산 회계도 부실하게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 예산.보조금 `마구잡이' 사용 = 중앙.지방행정기관이 예산을 집행과정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허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국제협력단 등 9개 기관은 별도 적립한 223억원을 자체수입에서 누락한 뒤 같은 금액만큼 출연금을 과다 편성해 정부 예산을 다시 타냈다.

교통안전공단 등 16개 기관은 기획예산처와 협의도 없이 결산잔액 등 2천392억 원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거나 기존 사업비를 부풀린 뒤 임의로 집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목적과 달리 보조금을 사용하거나 사업 추진이 부진한데도 보조금을 교부하는 등 국고보조금 집행과 관리도 부적정한 경우가 많았다.

경남 남해군은 오염하천 정화사업 목적으로 환경부로부터 지원받은 국고보조금 15억원 중 11억원을 수질개선과 무관한 교량건설 등에 사용하기도 했다.

마산시는 입지선정도 하지 않은 채 폐기물처리시설 보조금 67억원(1998∼2003년)을 교부받아 지난해 말까지도 전액을 집행하지 않은 채 사장시키고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등 5개 기관도 24억원의 예산을 전용한 후 예산심의를 거치지 않은 신규 사업비 등으로 집행하기도 했다.

◇ 원칙없는 기금 증액.사용도 빈발 = 적정한 절차를 밟지 않은 채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한 신규사업 추진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지적됐다.

중소기업진흥 및 산업기반기금의 경우는 최근 3년간 1건의 국회 심의도 받지 않고 35개 사업에서 1조4천634억여원을 증액해 제멋대로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지난해 기금운용계획의 국회 확정이후 불과 1개월 뒤에 계획을 변경해 한국관광홍보방송 제작 등 15개 신규사업(141억원 규모)을 추가로 추진해 국회 심의를 무색케 했다.

최근 3년간 이같이 국회 심의없이 자체적인 기금운용계획 변경으로 증액된 규모가 6조918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감사원은 파악했다.

감사원은 기금사업비를 증액할 수 있는 범위가 과다하거나 불합리해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한 신규 사업추진이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기금관리주체의 기금운용계획 자율 변경범위를 조정하는 등 통제 수단을 마련토록 권고했다.

◇ 정부 회계처리도 부실 투성 = 감사원은 일부 정부 회계의 세입과 기금 등에서 회계처리 오류나 국가재산을 누락하는 등의 문제점도 다수 지적했다.

경찰청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교통법규위반 차량에 부과한 과태료는 모두 징수 결정액으로 계상하고 체납된 금액을 미수납액으로 계상해야 하는데도 지난해 말 현재 1조736억원의 체납 과태료 누적액을 누락시켰다.

건교부는 `개발이익환수에관한법률' 등의 규정에 따라 택지조성사업자 등에게 부과하는 개발부담금, 광역교통부담금 등도 징수결정액과 미수납액으로 각각 계상하여야 하는데도 지난해 말 현재 4개 부담금 징수결정액 3천280억원을 누락시켰다.

보훈기금 등 6개 기금은 취득원가로 계상해야 할 토지 등 유형 고정자산가액을 재평가 가액으로 계상해 1천829억원을 과다 계상하기도 했다.

또한 국유재산 총액 산정에서도 국민주택기금에서 액면가액으로 계상해야 할 주식 등을 평가해 주식 평가손실 5천507억원을 빼는 바람에 이를 과소 계상하기도 하는 등 허술한 회계 처리관행을 그대로 보여줬다.

감사원은 이같은 회계 오류에 대해 해당기관에 시정하도록 통보하고 앞으로 결산 검사와 관련된 재무감사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 한승호 기자 200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