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밀린 ‘호국의 달’…

각종 행사 잇달아 축소·연기

오는 10일 개막되는 2006 독일 월드컵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호국의 달’ 6월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들이 잇달아 축소·연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월드컵보다 중요한 사회 문제들에도 관심과 지지를 보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 응원에 밀리는 추모행사들 = 현충일인 6일을 앞두고 개최되는 추모행사는 월드컵의 직격탄을 맞았다. 전쟁기념관은 2일 기념관안 전사자 명비에 호국추모 헌화행사를 열고 20만여명의 전사자 이름이 새겨진 명비마다 꽃을 바칠 계획이다. 그러나 오후에 열리는 보훈음악회는 월드컵을 의식해 추모보다는 응원 열기에 초점을 맞춰졌다. ‘나라사랑 대한민국’이라고 명명된 음악회에는 월드컵 응원가를 부른 윤도현밴드와 버즈 등의 가수들이 대거 참여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해 현충일에는 50주년을 맞아 대규모 추모 행사가 많았지만 올해는 예년 수준”이라며 “나라를 위해 순국한 애국선열을 기리는 취지를 살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는 매년 6월초 개최되던 민주열사 추모제를 올해엔 9월로 연기했다. 민주열사 추모제는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 열사의 최루탄 피격일인 9일 전후에 개최돼 왔다. 국민연대 오종렬 상임대표는 “여러 대형 사업이 많아 날짜를 옮겼다”면서도 “6월은 추모 분위기 확산이 쉽지 않다는 자체 판단도 했다”고 말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6·10항쟁 19주년을 맞아 10일 기념식을 치른 뒤 11일 마라톤 대회와 29일 학술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6월10일 국가기념일 제정 건의,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 등 추진해 온 주요 사업은 8월 이후로 미뤄졌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미디어의 월드컵 홍수로 국민적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다”며 “올해보다 20주년을 맞는 내년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6·15 공동선언 여섯 돌을 맞아 광주에서 열리는 민족통일대축전도 월드컵 기간과 겹친다. 축전은 14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데 공교롭게 행사 직전인 13일에는 토고와,19일에는 프랑스와의 경기가 각각 예정돼 있다. 6·15 남측위원회 관계자는 “북한대표단 150명이 참가하는 등 행사 규모는 커졌지만 선전과 홍보는 더 어려워진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월드컵이 전부’ 반성해야 = 32일째 서울 청계광장에서 평택기지이전 반대 촛불집회를 하고 있는 단체들은 길거리 응원이 벌어질 때마다 ‘우리의 투쟁은 당신의 월드컵보다 아름답다’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문화연대 김완 활동가는 “월드컵을 앞두고 벌써부터 모든 사회 이슈가 묻혀버리고 있다”면서 “맹목적으로 월드컵 소식만 부각하는 방송사를 비롯한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 우성규 기자 2006-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