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발해인의 다리” 北 금성리 고분사진 공개

북한에서 발굴된 것으로는 유일한 발해시대 고분벽화가 처음 공개됐다.

북한의 웹사이트인 ‘내나라’는 2004년 9월 함경북도 화대군 금성리에서 발견된 발해(698∼926) 고분벽화의 사진을 최근 공개했다.

이 고분벽화는 국내 학계에 존재만 알려졌을 뿐 실물 사진은 공개된 적이 없었다.

발해 복식 연구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민지(미국 거주) 씨가 국내에서는 접근이 차단된 ‘내나라’에 사진이 게재된 것을 발견하고 국내 언론에 알렸다.

사진에서는 흰 각반을 차고 검은 신발을 신은 사람의 다리가 확인됐다.

또 벽면에서 분리된 회벽 조각에서는 연꽃 위에 서 있는 신선 그림이 확인됐다.

원래 널방(주검 칸)의 동·서·북쪽 벽면에 모두 벽화가 있었지만 발견 당시에는 북쪽 벽면 아랫부분에만 약간의 회벽과 함께 벽화가 남아 있었던 것.

김 씨에 따르면 연꽃 위의 신선 벽화 그림은 6세기 고구려 고분벽화인 오회분 4호묘 등에 등장하는 주제이며 흰 각반을 차고 검은 신발을 신은 인물 그림은 1980년 중국 지린(吉林) 성 허룽(和龍) 현에서 발견된 발해 정효(貞孝) 공주 묘 널방의 동·서벽 남단에 그려진 시위(侍衛)들의 포와 바지, 신발 차림을 연상케 한다는 것.

전호태(한국고대문화사) 울산대 교수는 “이 고분벽화는 발해 상류층 문화가 함북 지역까지 보급됐다는 것을 보여 주며 발해 복식 이해에도 도움을 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 금성리 고분에서는 발해 상경용천부에서 출토된 것과 같은 모양의 벼루 2점과 자기 조각, 형태가 다양한 쇠로 만든 관못 38점(길이 3∼9cm), 금동연꽃무늬장식판(지름 12.5cm, 두께 0.05cm) 등이 출토됐다.

발해 벽화고분으로는 정효 공주 묘와 1991년 헤이룽장(黑龍江) 성 닝안(寧安) 시 상징청(上京城) 부근에서 발견된 싼링툰(三靈屯) 2호분이 알려졌으나 후자는 벽화 사진이 공개되지 않았다.

(동아일보 / 권재현 기자 2006-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