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에 ‘NO’ 할 수 있는 정부 돼야”

⑤ 금융 질서 바로잡자

미국 영국 유럽보다 금융개방도 높아

국익에 반하는 외국자본 제한규정 필요

우리나라 자본들은 외국자본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외국에 나가서 투자하는 경우엔 많은 장애가 있지만 외국자본이 국내에 들어와 투자하는 데는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이 물밀 듯 들어와 국내 금융시장을 왜곡시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투기적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는 유럽이나 미국 영국에 비해서도 크게 완화돼 있다. 국회 안팎에서 최소한 OECD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심상정 의원실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외국투기자본과 외국인 투자 사전심의제에 대해 한미 FTA 협상에 불리한 조건이 된다는 이유를 들지만 이미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이러한 제도를 도입해 놓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 외국인 경영권 제한규정 강화해야 = 심상정 의원 등 10명과 김종률 의원 등 16명, 배기선 의원 등 29명이 산자위에 발의한 ‘외국인투자촉진법’ 일부 개정법률안에는 국가안보, 경제질서 등에 위해를 끼칠 만한 외국인 투자에 대해 제한할 근거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포함됐다.

배 의원 등은 특히 “경영 지배 목적이 없던 외국인이 경영지배권을 행사하게 돼 국가 안보와 국내 경제질서에 해를 끼치게 되는 경우에도 경영권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의원 등도 “미국 일본 EU 등 OECD 가입국들이 국가안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외국인직접투자에 대한 사전심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현행 외국인투자촉진법상으로 인정되고 있는 방위산업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등에 관련된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인의 경영권 행사에 대해 사전승인 절차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 등은 “일부 외국인 투기세력에 의해 우리나라 경제에 국제수지 불균형, 환율 불안정, 금융사정 악화 등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고 나아가 국가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이를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며 “우리나라 경제질서와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하는 외국인 투자에 대해 제한할 수 있는 시정·중지명령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법안을 통해 외국인 투자의 시정·중지 명령을 위반한 외국인투자자에 대해서는 1년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도재문 산자위 수석전문위원은 “96년 OECD 가입과 IMF 외환위기를 전후해 외국자본에 대한 시장개방이 충분한 논의나 준비기간 없이 진행됐다”며 “외국인 지배주주에 대한 사전승인제는 국가 안전, 공공질서 유지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국민 보건위생 또는 환경보전에 해를 끼치는 등의 행태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제시했다.

반면 그는 “외국인들의 투자불확실성을 높이고 세계 각국들과 맺은 각종 협정에 위배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 정부보유 금융기관 팔땐 국익도 고려 = 이상경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0명은 재경위에 제출한 ‘공적자금관리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정부,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주식 등 자산을 팔 때는 가격 뿐만 아니라 매각기업의 성격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산업, 통신산업, 금융산업, 방위산업 관련자산을 매각심사할 때는 중앙행정기관장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강제조항도 넣었다.

엄호성 의원 역시 같은 제목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주식 등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 주요 관계자, 정부 관련기관 및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토록 하고 국회의 요구가 있는 경우 공적자금과 관련한 공청회, 세미나 등을 통해 여론을 들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성수 재경위 전문위원은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의 주식 등 자산을 파는 경우엔 국가경제상 중요성을 고려해 적정한 가격으로 매각하는 것이 국민의 직·간접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주요 기간산업과 관련한 자산매각시에는 관계 행정기관의 의견청취를 의무화해 기록으로 남겨 매각과정의 투명성과 신중성, 책임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우리금융 매각시한 없애라” = 금융지주사법 부칙에는 ‘정부가 지배주주인 금융지주사 주식을 단계적으로 5년이내에 지배주주가 되지 않도록 처분하지 못할 경우엔 그 후 1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면서 예외적으로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공자위 동의를 얻어 1년 연장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정부가 지배주주인 금융지주사는 우리금융지주를 가리킨다. 우리금융은 지난 2001년 설립돼 원래 2007년 3월 27일까지 지배주주가 되지 아니하도록 처분해야 하며 공자위 동의를 얻어 매각시점을 2008년 3월까지로 연장할 수 있다.

이상경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들은 “주식 처분의 촉박한 일정으로 공적자금 회수가 원활하지 못할 우려가 있고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국내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자칫 외국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며 “정부보유 주식매각 기한을 삭제하고 보유주식 처분계획을 수립해 국회 재경위에 보고토록 하자”고 제안했다. 올해 정부는 ‘10%+α’를 추가적으로 팔아 정부지분율을 68% 밑으로 떨어뜨리겠다고 밝혔다.

◆ 부상하는 한국식 ‘엑슨-플로리오법’ = 이상경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은 증권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놓으며 미국의 엑슨-플로리오법(종합무역 및 경쟁법과 방위산업법)과 같은 외국인 투자 사전심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 법안을 통해 “에너지 산업과 운수산업, 통신산업 등 주요 국가기간산업 지분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규모 이상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유가증권취득심의회의 사전심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에는 금융감독위원장이 유가증권취득심의회 위원장을 맡도록 했는데 미국의 엑슨-플로리오법에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명시했다”며 “이는 대통령이 통치권 차원에서 결정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반영, 위원장을 국무총리 이상급으로 수정제안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엑슨-플로리오법은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외국투자를 조사하고 투자철회를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 ‘공정무역법’도 공공이익에 반하면 투자금지나 철회를 지시할 수 있게 했다. 프랑스의 ‘화폐재정법’과 일본의 ‘외환과 무역법’에서는 사전심사나 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특히 일본에서는 투자변경이나 중지를 권고할 수도 있게 규정했다.

한국은행 윤성훈 차장은 “국내 금융 및 실물산업 발전에 유용한 건전한 외국자본 유입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투기성 외국자본의 부적절한 행태를 억제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한편 재경위 등에 계류중인 이 법안들은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심의에 들어갈 전망이다.

(내일신문 / 박준규 기자 2006-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