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뢰밭에 서다

“요즘 한국경제 상황을 한마디로 규정하면 뭔지 아세요. 재미있는 비유인데요, ‘스리고’에 ‘피박’까지 뒤집어쓴 지경이랍니다. 당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는 얘기죠. 그나마 판돈이라도 많으면 버티는데, 강남사람들말고는 모두 아웃될 수밖에요.”

D증권 K애널리스트는 한국경제의 최근 상황을 이렇게 정의했다. ‘스리고’란 이른바 ‘신3고’의 다른 말이다. 1인3각 경기처럼 상승 추세인 금리·유가·원화가치(환율하락)를 뜻한다. 일각에선 치솟는 물가·금값까지 넣어 ‘신5고’라고도 부른다. ‘피박’은 돈벌이가 마뜩찮아 벌어놓은 여유자금마저 없는 상태다. 주로 중산층 이하의 가계부문과 중소기업이 해당된다. 물론 ‘강남사람들’로 대표되는 부동산가치 급등의 수혜자들은 불황 그림자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다. ‘저성장시대의 양극화 현상’이다. 절대다수는 안팎에서 죄어오는 불황압박에 속수무책이다. 신3고 시대를 살아갈 묘책을 찾지만 마땅한 대안조차 없다.

당장 ‘고공행진’ 중인 유가가 골칫거리다. 갈 길 바쁜 한국경제의 뒷덜미를 낚아채서다. 유가급등은 세계경제는 물론 한국경제 불안의 최대 복병이다. 사상 최고가를 연일 갈아치울 만큼 강세다.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최대 변수는 이란 핵문제다. 이게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향후의 유가향방도 결정될 전망이다.

‘에너지 블랙홀’인 중국의 원유수요 증가세도 유가인상을 부채질한다.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석유수요 증가분의 3분의 1은 중국에서 비롯됐다. 한국기업의 체감경기와 유가급등은 정확히 반비례한다. 한국은 석유의존도가 44%를 웃돈다. 전량 수입하는 탓에 유가타격은 치명적이다. 당장 휘발유값이 무섭게 뛰었다.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고유가시대가 언제 마감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완만하게 조정돼도 향후 10년은 고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율하락(원고) 후폭풍도 충격적이긴 마찬가지다.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은 사실상 약발을 다했다. 달러약세를 둘러싼 세계적 압력이 상당해서다. 미국이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밝힌 데 이어 중국·유럽·일본은 거꾸로 금리를 올리려는 분위기다. 달러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달러약세는 추세로 이해된다. 외환전문가들은 “속도가 늦춰져도 방향 자체를 바꾸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환차손을 줄이긴 해도 없앨 수는 없어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 평균환율은 916원이다. 환율이 930원 안팎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전망치는 더 암울하다. 모건스탠리는 연말 환율로 875원을 제시했다. 리먼브러더스는 내년에 85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원고시대를 살아가자면 원가절감과 R&D강화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디자인·브랜드 등 비가격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그나마 조용했던 금리마저 최근에는 인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저금리 기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콜금리는 3차례나 올랐다. 3.25%에서 4.0%(5월 중순 현재)로 뛰었다. 시장금리(3년 만기 국고채수익률)는 5%대에 육박했다. 금리를 올린 건 자금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모두 급증했다. 나라 밖 요인도 있다. 국내외 금리격차 때문에 자칫하면 국내자금이 해외로 떠날 우려가 있다. 그나마 지지부진한 경기회복세가 부담스러워 당장 금리를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딜레마다. 그럼에도 불구, 금리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기업·가계부문의 충격이 불가피하다. 고금리시대에 대비하라는 메시지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경기진단을 둘러싼 해석은 엇갈리는 모양새다. 정부부터 ‘엇박자’를 냈다. 재경부와 한은의 미묘한 시각차다. 재경부가 5% 성장을 고수한 반면, 한은은 4%대로의 하향조정에 무게를 싣는다. 환율·유가악재와 관련, “상황이 달라졌다”고 한은이 밝히자 재경부는 “이 정도는 흡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경기회복세가 내리막길로 돌아섰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대부분의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2006년 한국경제를 ‘상고하저’로 진단했다. 연초보다 수치를 낮춘 수정전망치도 잇따라 내놓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하반기 성장률(3.7%)을 상반기(5.6%)보다 1.9%포인트나 낮춰 잡았다. 외부충격에 휘둘릴 경우 ‘반짝경기’에 멈출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환율절상·유가급등 충격이 하반기에 제대로 반영되면 ‘더블 딥’(Double Dip·일시 회복 뒤 경기하강)이 펼쳐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그나마 수출이 갉아먹은 것을 내수가 채워주고 있어 아직까지 다행이다.

불황타개를 위한 최선의 솔루션은 ‘수출·내수’가 함께 크는 쌍끌이 성장이다. 현재로선 둘 다 만만찮은 과제다. 지금까지 버텼지만 더 이상은 어렵다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내수마저 꺾이면 확장국면의 소멸은 불가피해진다. 실제로 경기·체감지표 몇몇을 살펴보면 내수회복에 실린 힘이 약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적잖다. 와중에 양극화는 한층 심화되는 추세다. 산업 양극화는 물론 가계부문의 빈부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일각에선 부동산 등의 자산버블 붕괴론까지 내놓았다.

더 큰 문제는 ‘성장동력’의 부재다. 경기확장을 지속할 방법은 없을까.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은 “유가·환율안정과 함께 투자활성화 방안 및 구매력 회복”을 강조했다. 노성태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반기업·반부자 정서해소와 기업에 의한 자연스러운 고용창출”을 경기회복 조건으로 밝혔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이란·북한 등의 정치적 리스크가 서둘러 해소돼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비즈니스 2006-5-26)

버는 돈 제자리, 내는 돈 껑충…‘어휴’

“버는 돈은 늘 제자리이고 쓸 돈은 많고, 아주 죽겠어요.”

서울시 도봉구에서 비디오대여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의 푸념이다. 가뜩이나 생업인 비디오대여점이 내리막길인데다 경기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볼멘소리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통계수치는 A씨와 다른 이야기를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06만2,3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2% 증가했다. 처분 가능한 소득도 268만3,600원으로 3.8% 불어났다. 도시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면 소득은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월평균 소득이 344만4,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6%, 처분 가능한 소득은 299만1,100원으로 3.9% 성장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살림이 좀더 넉넉해졌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나아졌다고 느끼는 사람은 흔치 않다. 증가폭이 미미하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지출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소비지출이 아니라 연금, 세금 등 비소비지출이 불어났다. 쓰는 것 없이 돈이 나가니 소득이 줄었다고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 조세는 7.0%, 공적연금은 9.1%, 사회보험은 7.3% 증가해 소득 상승폭을 훌쩍 앞질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물가가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20.3(2000년=100 기준)이었다. 이는 전월 대비 0.1%, 전년 같은 달 대비 2.0% 오른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제유가의 급상승은 가계의 주름살을 깊게 하고 있다. 지난 5월 둘째주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543.3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4년에 비해 13.1%, 지난해에 비해 7.8% 인상돼 물가상승률보다 4배 가까이 올랐다. 자가 운전이 일반화된 현실을 감안하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지만 빚은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 금융부채는 11.2%로 전년에 비해 3.2%포인트 증가했다. 부동산 열풍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투자 열기가 정체 또는 냉각되면서 투자차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져 가계의 부담은 더욱 커진 상태다. 더욱이 주택담보대출은 은행권의 공격적인 영업과 맞물리면서 갈수록 몸집을 키워나고 있어 가계발 금융대란마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적으로 쉽지 않은 살림살이지만 서민층의 고통은 다른 계층에 비해 더욱 크다. 흔히 말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산층의 가처분소득 비중은 IMF 외환위기 이전으로 회복됐지만 하위층은 오히려 감소했다. 14.8%에서 13.4%로 악화된 것이다. 통계청의 가계수지 조사에서 상위 20%의 가계 흑자율은 35%에 이른 반면, 하위 20%의 흑자율은 -78.7%에 달해 상하층의 격차가 상당히 크게 나타났다.

소득의 양극화는 사교육비 지출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분기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의 사교육비는 무려 10배나 차이가 났다. 상위 10%의 경우 지난해 1분기 25만7,477원에서 31.8% 가량 사교육비가 늘었지만 하위 10%는 4만567원에서 3만4,411원으로 오히려 15.2%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가난의 대물림’이 가속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가계의 어려움은 6개월 전과 비교한 생활형편을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분기 소비자평가지수는 87.2로 기준치에 크게 못미쳤다. 이는 전월 90.1에 비해 2.9포인트 위축된 수치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오던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6개월 후의 생활형편을 수치화한 ‘소비자기대지수’도 내림세다. 지난 1월 104.5에서 2월 103.8, 3월 103.4, 4월 100.6으로 4개월 연속 하락했다. 겨우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내수경기가 다시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엄살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경비즈니스 2006-5-26)

재래시장 고사직전… 백화점도 이상징후

선거철이 되면서 재래시장을 찾는 후보자가 늘었다. 상인들과 악수하며 ‘재래시장 지원·육성’을 약속하는 후보가 한두 명이 아니다. 후보자의 이 같은 행보에는 재래시장의 어려운 현실이 녹아들어 있다.

국내 유통업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했다. 10년 전만 해도 규모가 작던 편의점, 할인점 등은 이제 유통의 거대 축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할인점·백화점에 비해 자금력도 달리고, 서비스 시스템도 부족한 재래시장은 그야말로 위기다.

서울 홍제동 인왕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K씨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만 장사가 그나마 되고, 평소에는 일할 맛이 안 난다”며 “주변에 대형할인점이 많이 생기면서 단골손님들조차 재래시장에 발길을 끊었다”고 힘없이 말했다.

서울 독립문 부근 영천시장의 상인도 푸념을 늘어놓았다. 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J씨는 “파 한 단을 1,500원에 팔고 있다”며 “할인점에 가면 재래시장보다 2배 이상 비쌀 텐데도 손님들이 시장은 점점 더 기피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야채가 안 팔려 저녁에 떨이로 할인판매할 때가 많아졌다. 주변 다른 가게도 마찬가지다.

재래시장의 입지가 점점 더 좁아지면서 상인들은 조합 등을 꾸리며 대책마련에 나섰다. 물론 한계가 있다. 자금부터 부족하다. 재래시장 육성을 이끌 전문인력을 찾기도 어렵다. 대형 유통기관들이 슈퍼형 편의점, 슈퍼형 할인점을 내세우며 주택가 곳곳을 파고들어 더더욱 힘든 상황이다.

재래시장과 달리 백화점과 할인점의 매출은 꺾이지 않았다. 지난 4월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증가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5개월 연속 증가한 수치다. 할인점 매출 또한 3.1% 늘어나 2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4월 유통업체 매출증가는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의 판매증가가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백화점의 가전제품·가구류 등 가정용품부문 매출이 10% 늘었다. 이밖에도 남성의류, 여성정장(9.1%), 잡화(8.1%), 식품(7.8%)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또 할인점은 침구류 등의 가정생활용품(7.7%)을 중심으로 스포츠(5.1%), 식품(3.9%) 등의 매출이 증가했다.

유통업은 체감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적잖은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2006년 한국경제를 ‘상고하저’로 분석했다.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듯 유통업계의 5월 매출은 시원한 그림을 보이지 않았다. 4월까지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백화점 매출이지만 5월의 매출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다.

가정의 달인 5월 백화점의 매출은 치솟아야 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빅3’ 대목이 지났지만 매출액은 소폭 상승에 그쳤다. 선물을 사려는 소비자가 몰리는 5월 백화점들은 대대적인 사은행사를 펼치면서 판촉전을 벌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5월1~15일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소폭 올라섰다. 롯데백화점은 가장 큰 신장세를 보여 본점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7개 전점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신장했다. 현대백화점은 경인지역 7개점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올해의 신장세에는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데 대한 반사효과가 반영돼 있다. 지난해 5월 롯데백화점 본점의 매출은 -4.3%, 현대백화점은 -6.3%, 신세계백화점은 -2.7%이었다. 이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미치는 성장률이 아니다. 이 같은 5월 백화점 매출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중산층이 지갑을 소극적으로 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반기에 경기가 악화될 조짐이 5월 백화점 매출에 나타난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중산층과는 별개로 부유층의 지갑은 닫칠 줄 모른다. 지난 5월5일 ‘어린이날 특집 가구대전’을 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어린이용 가구 ‘베로니카 세트’를 445만8,000원에 팔았다. 중산층의 혼수용 가구세트 가격과 맞먹거나 오히려 더 큰 금액이다. 놀라운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 가구는 전시된 당일 두 세트가 팔렸다.

가정의 날 선물로 명품 또한 잘 팔려나갔다.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건강식품 등 고전적인 어버이날 선물 대신 명품잡화가 매출을 이끌었다. 어버이날인 5월8일을 앞두고 5월1~3일 대부분 백화점에서 명품선물군의 매출은 25~100% 가량 늘어났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본점과 에비뉴엘관 등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35%에 달했다. 핸드백과 지갑, 구두 등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5% 올라섰다.

현대백화점 역시 경인 7개점의 명품잡화 판매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구두와 벨트 등 명품잡화 판매율이 11%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예외는 아니어서 4월29일부터 5월3일까지 해외명품 매출 신장률이 91%에 이르렀다. 특히 루이비통이나 페라가모, 펜디 등 명품 브랜드의 매출이 대폭 신장했다.

소비의 양극화는 사실 백화점과 할인점의 4월 매출에서도 발견됐다. 4월 매출동향과 관련, 메리츠증권은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매단가는 백화점이 9.2%, 할인점이 2.1% 높아졌다. 반면 구매고객수는 할인점이 1.2% 늘어났고, 백화점은 2.3% 감소했다. 백화점에서는 구매단가가 증가한 반면, 할인점에서는 구매고객수가 늘었다는 데서 소비 양극화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중산층의 백화점 이탈이 지속되는 것과는 달리 백화점 내 고소득층 매출비중은 높아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의 매출변화를 지켜보며 하반기 경기를 예측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경기예측도 예측이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고사 직전의 재래시장으로 본다.

유통시장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청은 재래시장의 활성화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향후 3년간 시설개선과 경영 현대화에 국비 4,678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특성과 경쟁력 수준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하게 된다.

중소기업청은 최근 산하기관인 시장경영지원센터와 공동으로 경기도 수원 지동시장, 인천 종합어시장 등 전국 25개 재래시장을 시범시장으로 선정했다. 시범시장은 해당 시·도의 추천을 받아 입지여건, 시설수준, 경영능력, 상인조직 등 4개 분야 25개 항목에 대한 경쟁력 평가를 거쳐 선정됐다. 이들 시장은 2년간 시설개선과 경영혁신 등 정부지원을 우선적으로 받는다.

시범시장에는 주차장과 진입로, 아케이드, 고객지원센터, 배달시스템, 공동창고, 지역특산품 매장 등 시설이 개선, 설치된다. 또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해 세일행사, 상품권 발행, 마일리지 쿠폰, 홍보전단지 발행 등 마케팅 활동을 지원받는다. 아울러 시범시장마다 정기적으로 상인교육을 하는 상인대학이 마련된다. 지역대학과 전문기관이 경영혁신교육을 맡게 된다.

이밖에도 각 지자체는 재래시장 활성화 전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강원도는 재래시장 발전에 2008년까지 1,22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는 250억원을 투입하고 10대 전략을 세우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상인들의 최대 민원사항 중 하나였던 주차장을 확충하고 빈 점포를 고객안내센터, 휴게실, 어린이놀이방으로 변경한다는 전략 등을 내세웠다.

전북지역 역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동상품권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북지역 64개 재래시장에서 공동상품권을 함께 쓸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5월 중 상품권 제작자와 사업주체간 발행계약을 마치고 제작에 착수했다.

(한경비즈니스 2006-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