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무관심 “왕따 두려워 속내 표현 못해”

월드컵 무관심女 “매국노 소리나 왕따 두려워 속내 표현 못해”

월드컵 분위기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월드컵 축구 경기에 무관심한 이들의 소외감과 왕따 콤플렉스도 심해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주부 최재경씨는 5월 25일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진행 : 개그맨 노정렬, 낮 12시5분~1시30분)와의 인터뷰에서 “나처럼 월드컵 축구에 비호감 내지 무관심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월드컵 쏠림과 지나친 열광이 불만이지만, 왕따가 될까봐 혹은 ‘매국노’ 소리를 들을까봐 표시를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우리나라의 월드컵 열기는 솔직히 광기 수준이 아닌가 싶다”며 “애국심과 일체감이 강요되고 있다는 느낌도 들면서 나한테 정말 애국심이 없는 걸까, 내가 이상한 건가 하는 부질 없는 자괴감도 문득 든다”고 토로한 뒤 “나도 관심을 가져보고 신을 내보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내가 신이 나지 않는데,신이 나야 한다고 부추기는 압박도 느낀다”며 “왜 나는 신이 나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혼자 소외되는 느낌, 뒤섞이지 않는 느낌, 또 혼자 유별나게 군다는 느낌 등 별별 생각이 다 든다”고 말했다.

또 “이런 생각을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표현하기가 좀 그렇다”며 “사람들과 섞이지 않는 뭔가 트렌드에 뒤지는 냉소적인 사람이라고 볼까봐 나도 모르게 걱정을 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최씨는 “하지만 이제는 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월드컵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을 텐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월드컵에 너무 확 쏠려서 월드컵에 무관심한 사람들, 비호감을 갖고 있는 이들에 대해 어떤 생각이나 배려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이제 6월이 되면 월드컵으로 도배가 될 TV를 볼 일이 거의 없어지고, 밤마다 굉장히 시끄러워지고, 혹시 좋은 성적을 냈거나 크게 실망을 시킬 경우 흥분 분위기에 밤 거리 걷기도 좀 무서워지는 느낌도 들겠지만 그것은 다 견딜 마음이 돼 있다”며 “하지만 우리 사회가 한쪽으로 많이 휩쓸려가고 그 때문에 개인이나 특정 계층, 직업군에 그늘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도 함께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 이진성PD

(노컷뉴스 2006-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