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동맹, 지구상 어디라도 함께 간다

미일 정부는 다음달 29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일 동맹이 ‘지구적 규모의 협력’을 지향하는 등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공동성명에 명기하는 것을 협의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經) 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이는 주일 미군기지 개편 계획의 최종 합의를 계기로 일본측이 “미일 동맹이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한 것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함에 따라 추진되는 것으로, 자위대의 지나친 전개(展開)를 제한하기 위해 미일 안보조약에 명시한 극동조약을 사실상 폐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 등을 통해 양국이 안보에서의 협력 분야가 크게 확대됐다는 점을 총괄 정리할 예정이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미일 동맹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면서, 협력을 위한 새로운 틀 만들기의 출발점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일본 정부는 자국과 주변지역 유사시 자위대와 미군의 협력 방식을 전면 쇄신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유사시를 대비해 미국과 ‘미일 공동작전계획’ 및 ‘미일상호 협력계획’을 맺고 있는 일본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위대법과 유사법제, 주변사태법 등을 제정했다. 그러나 이것들은 양국 군사협력 방식을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을 뿐 구체안은 담지 못해 실질적인 협력 방식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 대만의 무력충돌 등에 대비한다는 속내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주일 미군기지 재편 계획의 합의를 계기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대신하는 새로운 방위협력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성명은 또 세계적인 테러와 재난, 질병 등에 대해서도 양국이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아 지구적 규모의 미일 군사 협력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양국이 동맹강화를 주창하는 문서를 정상간에 작성하는 것은 1996년 미일공동안보선언 이후 10년만이다. 취임 이후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문서로 동맹강화를 선언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일보 / 김철훈 특파원 2006-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