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준 실장 “부당한 韓·美 FTA 촛불로 고발”

지난 3월 발족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공동범대위(범대위)’가 시위 무대를 미국 워싱턴으로 옮긴다. FTA에 반대하는 미 단체들과 손을 잡기 위해서다. 원정대는 내달 열리는 한·미간 1차 본협상 기간에 국제적 반전·반세계화 단체와 연계해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미 하원의원들과 공동 기자회견도 갖는다.

- 美노총과 공동연대 약속 -

원정대는 약 100명. 거대한 세계 무역자유화를 거스르는 집회를 세계자유화의 심장에서 갖는 한국 시위대. 그 중심에 서 있는 주제준 실장(42·전국민중연대 사무처장). 그들은 무엇 때문에 어려운 이 길을 걸어가려는 것일까.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연 이를 해낼 수 있을까 생각은 복잡했는데 의외로 쉬웠다. “입장을 함께하는 미국측 단체들과의 공동 연대를 통해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서죠. 할 수 있다면 미 노조와 하원을 독려, 미 의회에 입김을 넣어 협약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있죠.”

주실장은 “8백만명의 미국 노총(AFLCIO)이나 4백만명의 혁신 동맹 노조는 미 정부가 과거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후 부작용이 더 많았다”면서 이들은 NAFTA가 골격이 되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미 노조측은 멕시코 불법 이민자가 쏟아져 나오고 생산설비가 임금이 싼 멕시코로 옮겨감에 따라 오히려 실업자가 대거 양산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범대위는 이들과 이미 공동연대를 약속했다. 주실장은 부시의 지지율이 최악인 상황에서 노조의 입김이 강한 민주당이 오는 12월 중간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자연스레 한·미 FTA 결의안의 의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렇게만 되면 ‘원정 시위’가 또다른 여론 정치 수단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역사적 의미를 가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미국 시민, 나아가 지구촌 가족들에게 미국의 세계시장 잠식 욕구를 알리는 계기도 되는 것이죠. 벌써 기업의 이윤만을 극대화시키고 노동자를 벼랑끝으로 모는,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우리와 같은 배를 타겠다고 했습니다.”

70여개 반전·반세계화 단체들로 구성된 재미위원회와의 공동연대는 범대위의 뜻에 동조하는 교포단체들이 매개체가 되어 성사됐다. 범대위와 재미위원회는 부시 지지율이 최저인 상황에서 민주당이 어떤 행보를 할 것인지, 재미위원회가 그런 민주당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원정대는 재미위원회에서 파견한 400명의 노조원들과 라파예트 공원에서 4일부터 5일간 집회를 갖는다. 5일엔 한국의 비폭력, 평화시위의 상징인 ‘촛불시위’가 예정돼 있다. 집회는 7~8일을 기점으로 분수령을 이룰 전망. 5일로 예정된 양국간 협상 양허안 교환각서의 내용에 따라 향후 집회의 강도와 내용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란다. 주실장은 “쟁점 사항에 따라 협상의 난이도가 달라지는 이상, 난항 없이 수월히 진행될 경우 공동연대의 대처방안이 달라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합법·평화적으로 치를것”-

7일엔 미 하원의원들과 한국의 국회의원이 합세한다. 양국이 협상을 시작한다고 선언한 바로 그 장소, 미 의회 앞에서 집회를 가진 후 백악관까지 행진한다. 현재 범대위를 적극 지지하는 미 중견 하원의원이 의원들을 조직, 한·미 FTA 저지를 당론화하기로 한 이상 적어도 양국간 추가 협의가 예정된 9월 전에 당론이 확산될 것이라고 주실장은 내다봤다.

그는 한편 한·미 정부가 폭력 시위로 몰아가는 데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재미위원회가 발빠르게 변호사로부터 법률지원을 받은 후 합법적으로 집회 신고를 해 놓았죠. 폭력 집회로 매도하는 것은 합법 절차를 밟은 위원회뿐 아니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하원의원들까지 매도하는 것입니다.”

12일 후면 백악관 앞에서 자신을 태우는 500여개의 촛불을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시청이 아닌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워싱턴 한복판에서 한국 고유의 시위 문화가 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경향신문 / 심희정 기자 2006-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