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에 무너진 내딸… 아무도 책임 없다니”

집단 따돌림 끝에 전교 1등을 하던 중학교 2학년 딸이 학교에서 투신해 크게 다치고 학교 측이 사건을 왜곡하는 데에 분노하는 어느 교사의 가슴 아픈 사연이 스승의 날인 15일 공개됐다.

전남 목포시 A중 교사 Y(54) 씨는 이날 “교직에 근무해 모든 것을 용서하고 싶었지만 이제 학교로 돌아갈 수 없게 된 딸의 명예 회복과 ‘집단 따돌림’ 철퇴를 위해 나섰다”면서 가슴 아픈 심경을 털어놓았다.

30년 넘게 교직에 재직 중인 그는 3월 28일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접했다. 이날 오전 8시 45분경 목포시 Y중 별관 3층 난간에서 딸이 투신했다는 것. 중상을 입은 딸은 전남대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고 다행히 의식을 회복했으나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그는 “같은 반 P 양 등 학생 4명이 딸의 주위를 맴돌며 ‘잘난 척한다’, ‘재수없다’면서 괴롭히고 따돌려 딸이 투신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Y 씨는 집단 따돌림에 대한 안이한 대처와 사건을 왜곡하는 학교 측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그는 “가해 학생과 학교를 모두 용서하려고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이대로 묵과할 수가 없다”면서 “딸이 우울증이 심각해 투신했다는 등 악성 루머가 퍼져 학교로 돌아갈 수 없는 지경이 돼 버렸다”고 한탄했다.

Y 씨는 또 “딸에게 모든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학교를 이대로 놔둘 수 없다”며 “수사를 의뢰해 가해 학생을 가려내고 정확한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18일 열리는 학교폭력 자치위원회의 결과에 전적으로 따르겠다”면서 “더는 얘기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동아일보 / 정승호 기자 2006-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