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머리' 남미 '자원' 합쳐 美 견제 나서나

EU·남미 빈에서 4번째 정상회담
중남미 좌파 자원민족주의 ‘걸림돌’

독주하는 미국에 맞서, 유럽이 중남미와의 유대를 강화해 미국을 견제할 수 있을까?

11~13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는 ‘EU(유럽연합)-LAC(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연안 국가)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EU-LAC 정상회담은 1999년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처음 열렸고 이번이 4번째다.

◆ 중남미에 집중 투자하는 EU

11일의 외무장관 회의에 이어, 12일에는 정상회담 및 경제 문제를 집중 논의하는 비즈니스 정상회담이 열렸다. 13일에는 중남미 지역을 소그룹으로 나눠 EU와 회담을 갖는다.

흔히들 중남미를 미국의 텃밭으로 알고 있지만 의외로 EU와 경제적 이해 관계가 더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중남미와의 교역량에 있어서는 EU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EU와 중남미의 교역량은 1472억달러. 2004년보다 13% 늘었다. 1990년에 비하면 2배 늘어난 수치다.

외국인 직접투자 및 원조 규모에서는 오히려 EU가 미국을 앞지른다. 2005년 중남미에 대한 EU 국가들의 외국인 직접 투자는 615억달러. 정보통신·우주항공·자동차·엔지니어링·에너지·환경·교통 등의 부문에 EU 기업들이 대거 투자했다. 중남미가 EU에 주로 수출하는 품목은 철강, 설탕 등의 원자재이다.

◆ 고조되는 자원 민족주의가 걸림돌

회담장 분위기가 그리 매끄럽지만은 않다. 최근 중남미 국가들에 좌파 정권이 대거 들어서면서 남미 총 5억2000만 인구 중 3억명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최근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가 대표적. 중남미 국가들이 EU와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자유 무역을 강화하는 데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EU 순회의장국인 오스트리아의 우르술라 플라스닉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가스국유화 조치를 선포해 서구 국가들을 놀라게 한 볼리비아의 조치에 반발했다. 플라스닉 외무장관은 “외자에 대한 법적 장치가 어떤 것인지를 서구 투자자들이 확실히 알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서방 석유메이저들이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와 재계약을 하도록 이미 지시했다.

게다가 급성장하는 중국의 존재도 EU와 남미의 경제 협력을 어렵고 불투명하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값싼 중국 제품이 EU 시장에 쏟아져 들어가고, EU 국가들이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면서 중남미 경제가 더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이들 국가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 강경희 특파원 2006-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