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 식별기’에 멍드는 가슴

광주의 일부 학교에서 급식비 식별기를 설치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 말이죠.. 급식비를 안낸 학생의 경우 이 학생은 급식 대상자가 아니다 라는 글자가 뜬다고 합니다.

학교측으로선 급식비를 내도록 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로선 이같은 학교측 주장에 쉽게 수긍이 가지 않습니다.

홍희정 기자. 광주에서 급식비 식별기를 설치한 학교가 몇 군데나 되죠?

<리포트>

네.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광주지역에서만 20곳이 넘는 학교에 급식비 미납자를 가려내기 위한 식별기가 설치돼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급식비를 못 낸다는 사실이 친구들 앞에서 알려졌을 때 받는 학생들의 상처겠죠. 이런 가운데 급식비 미납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 실태를 지금부터 함께 보시죠.

광주의 한 고등학교 급식 식당입니다. 학생들은 밥을 먹으러 들어가기 전에 바코드가 찍힌 학생증을 기계에 대야하는데요. 바로 옆에 설치된 모니터에, 이 학생이 급식비를 냈는지 안냈는지의 여부가 곧바로 뜨게 됩니다.

고등학교의 1학년 윤 모양은 며칠 전 이 급식비 식별기에 학생증을 댔다가 크게 당황했다고 합니다. 모니터에 자신이 급식 해당 학생이 아니라는 표시가 떴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윤 모양(ㅇ고등학교 1학년) : “선생님들이 학생증 찍는데 서서 (급식비) 안 냈다고 (식별기에) 미납자로 나오면은 급식비 좀 내라고 애들 다 있는데 그런 말하기도 하고요. 한 일주일동안 점심 저녁 때 미납자라고 (화면에) 뜨고 그랬어요.”

당시 많은 학생들이 서있는 식당에서 공개적으로 그런 일을 겪다보니 윤 양은 친구들에게 너무나 부끄러웠다고 합니다.

<인터뷰> 윤 모양(ㅇ고등학교 1학년) : “밥 먹을 때도 좀 기분이 나빠요. 미납자라고 나오니까 (친구들이) 너는 밥 먹지 말라고 장난 식으로 말하긴 했는데요. 기분도 나쁘고 그랬어요.”

윤 양의 어머니는, 다른 곳도 아닌 교육현장에서 한창 감수성 예민한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는 데 대해 학교측에 항의를 했다는데요.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할말을 더 잃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 모씨(어머니) : “한참 예민한 친구들이 모여 있는데 친구들 간에 서로 돈 안내면 뭐라고 하겠느냐, 식별기 말고 다른 방법이 없냐고 (학교에) 물어봤더니 없대요. 돈 없으면 급식을 안 먹으면 되지 왜 급식을 먹으면서 이렇게 자꾸 귀찮게 하느냐는 식으로 그러더라 고요.”

이 같은 논란은 윤 양의 학교뿐만이 아닙니다. 광주지역에서만 20여 곳의 학교에 식별기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인터뷰> 고등학생 : “(학생증을) 찍어서 소리가 안 나거나 돈 안 내면, 안 먹는다고 나오거든요. 그러면 밥 못 먹어요. 그런 아이들 많아요? 제가 그래요. 카드를 잃어버렸는데요. 잃어버리면 그냥 찍어서 (먹게) 해줘야 되잖아요. 잃어버려도 못 먹게 해요.”

<인터뷰> 고등학생 : “안 먹는 아이들은 한 두 명 반에 있는데 그런 애들은 혼자 반에 남아있거나 500원짜리 빵 하나 먹거나 그래요.”

그렇다면 학교는 왜 급식비 미납 식별기까지 설치하게 된 걸까요. 논란이 일고 있는 한 학교를 찾아가 봤습니다.

<인터뷰> 한 모씨(ㅇ고등학교장) : “미납학생이 나오면 그 돈을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 학교가 작년 12월말 1576만원의 미납금이 생겼는데, 그 동안 그렇게 걷어지지 않던 돈이 (식별기를 설치하고) 한 달만에 1000여 만원이 걷어져서 임금을 지불할 수 있었어요.”

특히 학교장은 급식비 납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식당운영이 어려워져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한 모씨(ㅇ고등학교장) : “연인원 230명이 한달 분을 내지 않는 것이거든요. 그러면 그 학생들의 돈이 (얼마입니까). (그 때문에) 돈을 낸 학생들이 밥을 못 먹는 상황이 됐을 때는 누가 해결을 해줄 겁니까.”

이런데도, 급식비 지원을 더 늘려도 모자랄 광주시 교육청은 올해 급식비 관련 사전 예산을 오히려 더 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광주광역시 교육청 관계자 : “작년에는 저희들이 70억을 편성을 했어요. 그래서 그 기준에 맞춰서 (예산을) 요구를 했는데 금년에 69억이 편성됐거든요. 왜냐하면 예산이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 결정이라던가 전반적으로 공평하게 예산이 배분되어야 교육청이 돌아가야 되잖아요.”

그런데, 이런 급식비 식별기 논란은 사실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전북지역 14개 중·고등학교에서 급식비 미납 학생을 가려내는 지문인식기가 설치돼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인권위원회는 급식비 때문에 학생들에게 지문 등록을 강요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며 지문인식기를 철거하도록 했는데요

<인터뷰> 김형완(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본부 총괄팀장) : “지문 등록을 요구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된 바가 없고, 학생증 분실로 인한 불편해소라든지 식당운영의 효율적인 관리라든지 이런 목적의 공익성이 생체정보를 요구할 만큼의 중대한 사항이 아니라 2005년 4월 14일 시정을 공고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급식비를 못내는 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인데요. 지난해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은 2만 2천5백여명. 2004년에 비해 무려 5천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렇다보니, 급식비와 관련한 논란은 언제든 다시 반복될 수 있는 상황인데요.

고등학교 1학년 딸을 둔 유 모씨. 유 씨는 남편과 사별하고 딸과 단둘이 살고 있는데요. 하루 종일 식당에서 일을 하지만 70만원 월급을 받아 30만원 월세를 내고 나면 나머지 돈은 거의 딸에게 들어갑니다.

<인터뷰> 유 모씨(학부모) : “우리 아이가 5, 6살부터 일을 시작했어요. 한 달에 한 70만원을 법니다. 그래도 어떡해요. 딸한테 한 40만원 들어가지만 내가 60살이 안됐으니까 보호대상자가 안 되고 그렇습니다.”

이런 유 씨에게는, 비록 몇 만원이지만 매달 꼬박꼬박 들어가는 딸의 급식비도 큰 부담입니다. 동사무소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데요.

<인터뷰> 유 모씨(학부모) : “급식비도 4만원씩 나와요. 부담이 많이 되세요? 부담이 되어도 내야지. 우리 딸이 먹는 거니까요. 동사무소에서 (지원)한다니까 (급식비) 혜택을 학교에서 줄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혜택을 하나도 못 받는 사람한테만 급식을 (무료로) 준다고 하더라고요.”

초등학생인 유 모군 3남매 역시 급식비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6년 전 엄마가 큰 빚을 지고 가출한 뒤, 할머니가 폐품 팔아 번 돈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급식비를 면제받을 수 있는 아이는 삼남매 중 둘째뿐입니다. 어려운 가정이라도 급식비 지원은 한집에 한 명만 되기 때문이라는데요.

<인터뷰> 여 모씨(3남매 할머니) : “급식비 지원은 누가 받고 누가 못받고 있나요? 막내하고 첫째 둘 (못 받고 있습니다). 둘째는 면제가 되고요. 둘째는 급식비를 안내거든요. (첫째와 막내도) 동사무소 가서 (면제) 해달라고 해도 안되고요.”

나머지 두 아이는 급식비를 내야하지만 공과금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라 급식비는 1년도 넘게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두 아이를 굶길 수도 없고 할머니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인터뷰> 여 모씨(3남매 할머니) : “(급식비는) 모르겠어요. 하여튼 작년에 내고 못 냈어요. 그게 맞을 겁니다. 낼 수가 있어야지요. (급식비보다) 전기세 그런 거 내야지 어떻게 해요.”

학교측에서 급식비 내라는 말 때문에 상처 입은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학교에서도 거의 포기를 한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여 모씨(3남매 할머니) : “미안하죠 남과 같이 못해줘서 미안하죠. 할머니를 쥐어뜯는데...... 어떻게 해요. 돈이 없는걸”

한 달에 급식비 몇 만원 때문에 가슴앓이를 해야 하는 학생들. 이들을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하기에 앞서, 급식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KBS 2006-5-12)

빈곤층 자녀 10% “매일 한끼 굶어요”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지역아동정보센터를 이용하는 빈곤가정 미성년 자녀 10명 가운데 1명은 매일 아침 또는 저녁 식사를 굶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전국 90개 지역아동센터(공부방)를 이용하는 아동청소년 1,100명을 대상으로 ‘생활실태 및 생활환경‘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전체 응답자 중 37.2%(407명)는 아침을 굶거나, 자주 거른다고 응답했다. 이중 9.9%(108명)는 매일 아침을 걸렀고 매일 저녁을 굶은 아동도 10.4%(114명)에 달했다. 이는 대부분 저소득 맞벌이이거나 결손가정인 부모가 아침 일찍 일터에 나갔다가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는 바람에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대상 중 21.4%(234명)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답했으며 응답자 중 20.5%(224명)는 학교 교사로부터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절반 이상이 야간에도 보호자없이 방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들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한 후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5~6시가 42.0%(459명)로 가장 많았지만 보호자는 절반가량(47.7%)이 오후 7~8시에 귀가했다.

지역아동센터는 현재 전국에 1,700여개가 설치돼 4만4천여명의 아동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들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 가정 출신은 27.8%, 차상위계층 가정 출신은 42.4% 등으로 전체 이용 아동 가운데 약 70%가 빈곤가정 아동으로 조사됐다.

(경향신문 / 김정섭 기자 2006-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