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 군사보호구역’ 편법 썼다

국방부의 대추리 일대 군사시설 보호구역 설정이 편법·위법적으로 이뤄졌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군사시설이나 군병력 등도 없는 상태에서 군사시설 보호구역 설정을 의결한 뒤 병력 투입과 함께 공포하는 ‘편법’을 쓰는가 하면, 설정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해당지역 자치단체장의 의견서 제출 시점을 두고도 평택시와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국방부는 9일 “(행정대집행에 나서기 3일 전인) 지난 1일 황규식 국방부 차관 주재로 군사시설 보호구역 심의위원회를 열어 대추리 등 285만평을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설정하기로 의결하고 국방부 장관의 재가를 얻었다”며, 그러나 “발효 일자는 철조망 설치 및 군병력 투입 시점으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변칙’은 군사시설 보호구역 설정 의결 당시 대추리 해당 지역에 보호할 군 시설은 물론 병력조차도 없다는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아무런 군병력이나 어떤 군사시설도 없는 상태에서 이를 예상하고 미리 군사시설 보호구역 설정을 의결한 것은 법률적 효력에 중대한 허점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김칠준 변호사는 “심의위원회가 군사보호구역으로 설정할지를 판단하려면 심의 당시 해당 지역에 군사시설이 있어야 이를 근거로 보호구역 설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 이번 경우는 완전 편법”이라고 말했다. 민변의 김승교 변호사는 “국방부 군사시설 보호구역 공포는 우회적으로 법을 위반한 것으로 실체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무효”라고 말했다.

또 국방부는 군사시설 보호구역 설정 의결(5월1일) 전에 해당 자치단체장의 의견서 검토를 끝냈다고 말했으나, 경기 평택시는 군사시설 보호구역 설정 의결이 끝난 뒤 3일이 지난 공포 당일(5월4일)에야 국방부 쪽에 의견서를 냈다고 밝혔다.

현행 군사시설보호법상 특정 지역을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설정하려면 군사시설 보호구역 심의위원회는 반드시 사전에 해당 자치단체장의 의견서를 받아 의견을 수렴하도록 되어 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인) 지난 4월28일 평택시장의 의견서가 51사단을 통해 접수됐다”고 밝혔다. 평택시는 그러나 국방부 쪽의 주장을 부인하며 “행정대집행 당일인 지난 4일 오후 국방부에 군사시설 보호구역 설정에 따른 평택시 의견조회를 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겨레신문 / 김도형, 홍용덕 기자 2006-5-9)

“군사시설 침입 軍형법 적용”

국방부는 평택 주한미군 이전 부지에 대해 이번주부터 측량과 지질조사에 들어가는 등 기초작업을 진행한 뒤 내년 봄부터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박경서(육군 소장) 미군기지 이전사업단 창설준비단장은 8일 “오는 9월 공사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작성한 뒤 10월부터 설계에 들어갈 것”이라며 “1년간의 설계 기간을 거친 뒤 공사에 들어가는 게 보통이지만,(완공 시한인 2008년까지)시간이 부족한 만큼 내년 봄부터 설계가 끝난 부분을 시작으로 공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단장은 “시위대가 평택의 군사시설보호구역 내로 들어오면 군 형법을 적용할 것”이라며 “군 형법을 적용하게 되면 민간인이라도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박 단장은 그러나 지난 5일 철조망을 뚫고 들어온 시위대에 대해서는 “군형법을 소급 적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도 이날 브리핑을 갖고 “비무장 상태로 건설 및 경계에 전념하고 있는 장병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은 위험한 발상으로 법적·인간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며 “군은 앞으로 자위 차원에서 장병들의 취약한 눈과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안면마스크, 보호대, 호신봉 그리고 경찰이 사용하는 방패를 지급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 단장은 “자위 차원에서 경찰이 사용하는 봉을 장병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신문 / 김상연 기자 2006-5-9)

대추리 철조망 넘을 땐 ‘군형법 적용’ 논란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8일 평택 팽성읍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터에 설치된 철조망 안의 군사보호구역으로 넘어와 시위를 벌이며 초병을 구타할 경우 민간인이라도 군형법을 적용해 군사재판을 받게 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평택 미군기지 터에서 발생한 불법 폭력시위는 공권력에 대한 계획적인 정면도전 행위”라고 규정하고 “관련 군형법을 적절히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적용할 군형법에 대해 “군사시설보호구역 안이므로 초병폭행죄를 적용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인에 대한 군형법 적용 방침을 둘러싸고는 논란이 적지 않다. 민간 형법보다 처벌수위가 높은 군형법을 평시에 민간인에게 들이대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군형법에 의해 처벌되는 민간인은 군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헌병대 구금시설 등에 영치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등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군수사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윤 장관이 언급한 초병폭행죄를 적용하는 게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추리 일대에 설치된 경계병력 전체를 초병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초병폭행죄(군형법 55·56조)보다는 군용시설 등 손괴죄(군형법 69조)를 적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군용시설 등 손괴죄를 적용하면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초병폭행죄(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징역형)보다 오히려 형이 무겁다. 국방부는 지난 5일 경찰에 체포된 시위자에 대해서는 군형법을 소급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철조망 안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군병력 2700여명의 장비와 관련해 기존에 일부 지급된 것외에도 “호신봉(진압봉), 방패, 안전마스크, 보호대 등 경찰이 보유한 장비를 지급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장병들에게 개인보호장구를 지급하는 것은 시위 진압용이 아니라 불법 시위를 예방하는 자위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 다수가 원하는 기지 이전사업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될 미군기지의 조기 반환을 위해 범대위 및 반대 단체들은 지역 주민들을 볼모로 특정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위를 자제하고 민주시민사회에 걸맞은 시위 형태로 바꿔줄 것을 요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병사들은 전투경찰과 달리 제대로 진압훈련을 받은 병력이 아니다. 진압장비가 보강될 경우 시위대와 충돌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국방부는 이미 장비 일부를 지급하고 있으며, 이번주중으로 장비지급을 모두 마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지급될 진압봉은 2m정도 크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신문 / 김도형 기자 2006-5-9)

‘살얼음 평택’ 갈등 장기화 조짐

경기 평택시 팽성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동·종교계가 비상시국회의를 잇따라 여는 등 투쟁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윤광웅 국방부장관은 8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평택 미군기지 터에서 발생한 시위를 ‘공권력에 대한 계획적인 정면도전 행위’로 규정, “관련 군법을 적절히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형법을 적용해 군사재판에 회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박경서 미군기지 이전사업단 창설준비단장은 금주 내에 호신봉과 방패 등 장비를 미군기지 이전부지 파견 군병력에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평택 사태’ 연행자 전원 석방 등을 요구하며 투쟁 강도를 되레 높여가고 있다. 노동·종교계도 가세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영등포2가 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경의 진압작전에서 폭력과 인권유린이 빚어졌다”며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민노총은 오는 13~14일 광주에서 열릴 예정인 전국노동자대회를 서울과 평택에서 분산 개최키로 하는 등 투쟁강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민주노동당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일 여성 시위자가 연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여성의 옷이 벗겨지는 등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민노당은 여성단체들과 연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환 평택기독교협의회장(목사)은 “대추·도두리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계엄령에 준한 폭력과 공포에 분노와 슬픔을 느낀다”면서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현지 주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시청 정문 앞에서 릴레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12일까지 낮에는 농성을 하고 오후 7시 이후에는 평택역에서 촛불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이날 오후 평택 미군기지 이전부지에서 군부대 철조망을 훼손한 혐의로 2차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23명에 대해서도 영장실질심사를 벌였다. 앞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평택 시위자’ 37명 중 대학생 이모씨 등 10명에 대해 영장을 발부하고 나머지 27명은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모두 기각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지난 3월부터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범대위 문정현 상임공동대표(신부·67)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키로 했다.

(경향신문 / 최인진·권재현·황인찬 기자 2006-5-9)

“죽봉 잡았다” 자백만으로 구속영장?

검찰이 미군기지 제공을 위한 국방부의 강제철거 반대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에 대해 폭력 시위를 벌인 뚜렷한 증거 없이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이흥권 판사는 8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37명 가운데 27명은 단순 가담자였던 것으로 확인돼 이들의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죽봉을 잡은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이들에 대해서는 모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실제 ‘죽봉을 잡은 적이 있었다’는 것도 대부분 본인의 자백이었다”며 “죽봉을 건네 받기만 하거나 특별한 폭력행사가 없는 사람은 영장을 기각했고, 사진 등 증거자료로 적극적으로 폭력시위에 가담한 것이 확인된 사람들만 영장을 발부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죽봉을 휘두르지 않았거나 죽봉을 휘둘렀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데도 “죽봉을 잡은 적이 있다”고 진술한 이들에 대해 모조리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체포될 때 죽봉을 든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판사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들 가운데는 시위 전력도 없는 나이 어린 대학생들이 많았고 미성년자인 학생도 있었다”며 “시위 가담 정도와 증거 인멸·도주 우려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평택지원은 이어 9일에도 지난 5일 대추리 철조망을 끊고 군사보호구역 안으로 넘어가 시위를 벌인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23명 가운데 6명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대검 공안부(부장 이귀남)는 “7일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는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것”이라며 “영장이 기각된 27명에 대해 채증자료를 분석하고 범죄 전력과 보완수사 때 자진출석 여부 그리고 불법시위 재참가 여부 등을 살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과 검찰 사이의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어 ‘신중 검토’라는 용어를 썼지만 이번 사태에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검 공안부는 이번 사건을 ‘반미 세력이 주도한 전형적인 공안사건’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장유식 변호사는 “구속영장에 의한 인신구속을 징벌적 수단으로 악용하는 관행이 되풀이됐다”며 “과거 공안사건에서 반대세력의 기를 꺾기 위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군사독재정권 때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은 “검찰의 무더기 구속영장 청구는 기업 비리 등 수사에서 구속 수사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상반된다”며 “대검 공안부의 모습은 공안사건에서 구속을 남발했던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 황상철, 임인택 기자 2006-5-9)

5월 평택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 상징

5월 평택 대추리는 고립된 섬이다. 국토방위를 존재이유로 하는 한국군이 미군기지 확장이전 예정지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고 2000여 명의 경찰들도 미군기지 확장이전 예정지를 수호하기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대추분교를 초토화시킨 정부는 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세력도 초토화시키려 하고 있다. 뚜렷한 증거 없이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가 하면 군인들에게 진압봉을 지급하고, 격앙되어 군과 충돌하는 시위자들을 군형법으로 다스리겠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과연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인가?
  
정부와 보수언론들은 이번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 운동을 '반미세력이 주도하는 공안사건'으로 몰아가고 있다. 평택 주민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외부 불순세력이 미군 철수를 위해 기지 이전 반대운동을 선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기지 이전사업이 한미 간의 합의와 국회의 비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합법적인 국책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정부와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평택 지역 강제집행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이들이 모두 미군 철수를 노리고 기지 이전에 반대하고 있는가? 또 정부가 '백만장자'라고 호도한 주민들은 이들한테 '세뇌'당해 기지 터 수용에 따른 공탁금도 거부하고 있는 걸까?
  
사실 미군 기지를 둘러싼 갈등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예외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평택 지역처럼 미군기지 확장 용도로 소중한 땅을 내놓으라는 정부에 주민들이 저항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더군다나 전 세계를 활동범위로 하는 미군이 손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기지를 제공하는 것인 만큼 이 땅에 살고 있는 국민들도 반대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 이러한 정당한 권리 행사에 대해 정부가 성실히 대화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물리력을 동원해 억압한다면 그것은 '국가폭력'이다.
  
그러나 정부와 보수언론들은 기지 이전 반대운동에 색깔을 덧칠하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 과거 국가의 요구에 따라 두 번씩이나 살던 곳에서 강제로 떠밀려 나온 이들에게 정부는 또 다시 평생을 일구어 온 땅에서 나갈 것을 강요하고 있다. 그 정부는 '백만장자가 생존권 운운한다'며 그들의 강제수용 반대의사를 보상 문제로 깎아내리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폭력적인 공권력을 사용하기에 앞서 주민들을 설득하거나 이해를 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한 것도 아니다. 미국과의 협상 결과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위해 평생을 살던 곳에서 나가라고 요구할 뿐이었다.
  
주민들이 이러한 정부를 '자신들을 보호할 최후의 보루'로 볼 리 만무하다. 그 누구보다 정부의 강제집행에 분노하고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이들이 바로 그곳 주민들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국책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주한미군 기지의 평택 확장이전은 아직까지 서두를 이유가 없는 사안이다. 반환 기지의 환경복구에 대한 책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기지 반환이 한참 지연되고 있고,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비용을 담은 '시설종합계획' 발표도 9월로 연기되었다. 그런데도 군, 경찰, 사설 경비업체를 동원하면서까지 국방부가 강제집행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가 숨기고 있는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운동의 본질은 기지 이전에 관한 잘못된 협상과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있다.
  
지난 2003년에 시작된 주한미군 기지 이전 협상에서 2006년 1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한미동맹의 중대한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처음으로 협상다운 협상을 했다'던 정부는 지난 3년 간의 대미 협상을 통해 사실상 미국 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그 결과 용산과 미 2사단 등의 평택 확장이전은 단순한 미군기지 이전이라는 공간이동의 의미가 아니라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 전략적 유연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 되었다. 이는 과거 용산기지 이전사업과는 맥락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2004년 주한미군 기지 이전협정 상의 목적에도 중대한 변경이 생겼다.
  
이러한 주한미군 기지 이전과 전략적 유연성은 평택 주민들만의 문제일 수 없다. 왜냐하면 한반도 평화와 국민 안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엄청난 재정부담이 뒤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택 기지의 용도나 비용 부담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 정부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펴 왔다. 정부는 주한미군 기지 이전이 마치 한국 측의 요구에 의한 것으로 호도했고, 사회적 합의와 비용에 대한 철저한 검토 없이 서둘러 처리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처럼 강변했다. 경우에 따라서 정부가 협상 결과에 대한 자의적인 평가와 기대를 협상의 성과로 부풀리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은 축소, 왜곡하기도 했다(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주한미군 기지의 평택 확장이전에 관한 정부의 주장 vs 진실 10가지' 참조).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사업이 '국책사업'이기 전에 청문회에 회부되어야 할 사안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회가 무책임하게 비준 동의한 2004년 기지이전 협정이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강행에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이들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강제집행을 중단하고, 잘못된 협상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미군이 점유하게 될 평택 기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발휘를 위한 것이며, 이로 인해 한반도가 분쟁과 갈등의 불씨를 안게 된다는 것, 그리고 정부가 이 모든 것을 숨기고 있음을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잘못된 협상 결과를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보호해야 할 현존 군사시설이 없는 지역을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설정하기 위해 계엄 상황을 방불케 하는 폭력적인 강제집행을 단행했다. 그리고 한국군으로 하여금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에 철조망을 치게 하고 민간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경계를 서게 하는 등 미군 기지 확보를 위해 한국군을 동원했다. 이에 따라 민간인과 군의 충돌 우려도 더욱 높아졌다.
  
이 모든 사회적 갈등과 충돌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와 국회에 있다. 그러나 정부는 거짓말과 말 바꾸기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고, 오로지 선거만 쳐다보고 있는 국회는 최소한의 책임도 방기하고 있다.
  
과연 역사는 5월 4일 평택과 노무현 정부를 어떻게 기록할까? 평택 대추리 김지태 이장이 일갈한 것처럼 정부가 주민들을 말살하면서까지 그 어느 때보다 한미동맹을 공고히 한 날로 기록할까? 아니면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를 제공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보장한, 되돌릴 수 없는 패착을 한국 정부가 둔 날로 기록할까? 그 어느 쪽이라도 5월 4일이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정부'임을 상징하는 날로 기록되리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박정은 /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

(프레시안 2006-5-9)

노회찬 "평택, 이러다 실탄지급까지 하는 것 아니냐"

군형법 적용은 원천무효

2006년 5월 9일(화) CBS 뉴스레이다 5부 (FM98.1 MHz 매주 월~금 08:00~08:20 진행 : 변상욱 대기자)

(대담 -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평택 미군기지 이전지역 진입을 막는 군 장병을 폭행하고 철조망을 훼손한 시위대에게 군 형법을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군형법으로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는데요.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연결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변상욱 / 진행

노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 노회찬 / 민주노동당 의원

네, 안녕하십니까?

◇ 변상욱 / 진행

국방부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며 철조망을 훼손하면 군법 적용 방침을 밝혔습니다. 국방부 방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노회찬 / 민주노동당 의원

애초에 군과 국민들의 마찰을 피하겠다고 국방부 장관이 약속했는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사안을 가지고 군대를 출동시킨 것 자체가 문제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제 정당하고 합법적인 강제토지수용을 할 경우에 경찰을 동원하는 경우도 잘 없거든요.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경찰은커녕 군대를 동원해가지고 토지수용을 거부하는 주민들에게 강제력을 발휘하고 있는 자체가 이것은 정부로서 피해를 입을 일을 자초한 것 아니냐. 이러다보니까 마찰이 생기고 마찰이 생기다보니까 또 군형법 얘기가 나오고 이런 식으로 자꾸 서로 상승시키다 보면 나중에는 군대보호를 위해가지고 실탄을 지급하겠다, 발포하겠다 이렇게까지 나올 수도 있는 문제거든요. 있을 수 없는 상황을 자꾸 정부가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변상욱 / 진행

민과 군의 관계를 염려하는 척하면서도 군과 시위대가 직접 대치하는 양상을 정부가 부각시키는 것 아니냐, 정부가 좀 교활하지 않나 하는 의견도 있는데 거기에 동의하시는 겁니까?

◆ 노회찬 / 민주노동당 의원

지금 국방부 장관이 초기에 군대라도 동원하겠다고 했을 때 여론이 아주 안 좋았습니다. 그렇게 되니까 4월 말에 이제 그러면 대화를 하겠다고 해서 많은 여론들의 호의적으로 봤는데요. 그 대화가 4월 30일, 5월 1일 딱 두 번 하고서 바로 대화는 결렬됐다 이러면서 군대를 동원했는데 알고 보니까 대화하는 중에도 군을 출동시키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는거죠. 그래서 정부가 대화하는 시늉만 하고 진정으로 대화할 의지가 없었다..

우리가 과거에 부안 핵폐기장 문제, 방폐장 문제라거나 또는 새만금 문제 같은걸 가지고 우리 처리할 때 얼마나... 그 때 법대로 그냥 공권력으로 다 바로 집행을 안했거든요. 집행을 할 수도 있었지만 주민들을 설득하고 여론과 대화를 하고 좀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가면서도 슬기롭게 대처해왔다고 저는 보는데 이번 경우에는 그런 과정을 완전히 생략한 채 바로 군대를 동원해가지고 지금 전 세계에 이런 허허벌판에 모내기밖에 하지 않은 그런 허허벌판 빈 땅에다가 2700명의 군대를 수도, 전기도 없는 곳에 야영을 시켜놓고 철조망을 치고서 이렇게 국민이 그쪽으로 접근한다고 경계를 서는 이런 희극적 상황은 전 세계 어디에도 지금 없습니다.

◇ 변상욱 / 진행

국방부 입장도 좀 딱해 보입니다. 긴 곤봉을 호신봉으로 이름붙일 정도인데요. 사실 보호장비도 없는 군인들에게 대나무 몽둥이를 휘두른다든가 하는 폭력적인 양상의 시위도 문제가 있지 않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 노회찬 / 민주노동당 의원

물론 단면을 보면 그래도 우리나라 군대인데 거기에 왜 민간인이 대항하느냐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그런 얘기도 있을 수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지금 군대를 출동시켜서 해결된 것이 뭐냐라는 겁니다. 거기에 2700명을 주둔시키고 철조망을 쳐가지고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거든요. 지금 그렇다고 해서 땅을 가진 주민들중에 강제매수를 거부하고 있는 주민들중에 한 명이라도 설득을 했느냐, 한 명이라도 포기시켰느냐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군대가 출동해서 지금 상황을 개선시킨게 없느니만큼 오히려 군대는 지금 적을 향해서 총구를 대고 있어야지 국민을 향해서 이렇게 대응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일단 군대부터 철수시키고 이 문제를 좀 더 시간을 갖고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보면 사실 협상에는 국민과 주민과의 토지수용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결국 이사를 오겠다는 미군하고의 협상도 아직 안끝났거든요. 환경문제라거나 또는 성토문제, 평택쪽의 지반이 낮아서 흙을 메우는 4~5천억 드는 성토문제와 관련된 비용협상도 아직 안끝났는데 미국하고 협상도 안끝나고 지금 예전보다 훨씬 몇 번씩 지금 연기되고 있는데 이 토지수용 문제는 왜 한 치도 어긋남이 없이 조기에 집행하려고 하느냐는거죠. 그런 점에서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좀 더 신중한 접근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변상욱 / 진행

사태양상이 조금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폭력시위를 반대하는 역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문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 노회찬 / 민주노동당 의원

정말 바람직하지 않는 상황으로 자꾸 가고 있는데요. 이 폭력시위라는 것이 애초부터 폭력시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거기 이제 강제매수를 거부하고 있는 주민들을 갖다가 이렇게 살기 어렵게 만들고 또 이동하기도 어렵게 만들면서 공권력 행사를 과도하게 했기 때문에 마찰이 빚어진 겁니다. 그리고 원인을 제대로 제거하면 이런 폭력적인 시위가 벌어지지는... 지금 군대가 철수하고 정부가... 다른 경우에 말이죠. 다른 경우에도 이렇게 국민들이 갖고 있는 토지를 수용할 때 마찰이 참 많습니다.

그런 경우에 비용에 따른 마찰도 있을 것이고 아예 팔지 않겠다는 사람과의 설득, 대화도 있는 것이고 이걸 가지고 시간을 어느 정도 갖고서 해결하려고 해야지 이걸 바로 불도저로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니까 마찰이 벌어지는거죠. 마찰이 벌어지는데 이걸 가지고 폭력이니 아니니, 배후가 있느니 없느니 이렇게 할 얘기가 아닌거죠. 그래서 이 자체를 더 확산시키지 않고 사회적 갈등을 확대시키지 않고 치유하기 위해서는 공권력의 무리한 집행을 멈추고 우선 대화 자세로 임하는 것이 사태 해결의 올바른 첫 단추를 꿰메는 것이다 이렇게 봅니다.

◇ 변상욱 / 진행

만약에 군형법으로 실제 처벌받는 경우가 나온다면 민주노동당으로선 어떻게 하실 겁니까?

◆ 노회찬 / 민주노동당 의원

이것은 지금 현재 군대 출동자체가 내용적으로 보면 어떤 명분을 내걸었던 간에 내용적으로 보면 집단시위에 대응하기 위해서 군대가 출동한 것이고요. 이런 방식의 군대출동은 계엄령 하에서나 아니면 대통령의 위수령이 발동된 하에서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군사시설이 존재하지도 않는 상태에서 땅 매수의 마찰이 있는 지역을 군사시설로 간주하고 그 보호를 위해서 군대 출동시킨 것 자체가 위법이다. 따라서 위법적으로 출동한 군대의 소명에 대항했다고 해서 군사시설보호법이나 군형법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법 적용이다. 원천적으로 법 적용 자체가 잘못됐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변상욱 / 진행

평택으로의 미군기지 확장 이전에 대해 정부나 보수층이 서두르는 것은 용산 개발 혜택을 놓칠까봐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노회찬 / 민주노동당 의원

저는 뭐 그런 생각을 정부가 갖고 있다면 정부 스스로가 그런 생각을 제고해야 된다고 보는데 지금 서울시장 선거도 지금 이제 예비선거가 치러지고 있습니다만 용산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는 사실은 서울시의 중요한 문제기도 하고 국가적인 문제입니다. 민주노동당 같은 경우에는 지금 수도권이 비대화되는 문제를 감안해 볼 때 용산은 개발해서는 안된다. 용산은 자연녹지로 보존해가지고 우리 서울시민의 허파로 남겨둬야 된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서울 같은 규모의 도시에 저렇게 녹지공간이 부족한 나라가 없거든요. 그런 도시가 없단 말이죠. 그런걸 감안하면 모처럼 생긴 저 기회를 서울시민의 허파로 작용할 수 있도록 녹지공간으로 보존해야지 저기다가 택지로 개발해서 분양하고 아파트 짓고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부동산 장사를 정부 당국이 한다면 이제까지 정부 당국이 얘기한 수도권과밀화방지라거나 지방분권이라거나 행정수도이전이라거나 이런 기본 시책하고도 정면으로 대립하는 모순된 방침이 아닐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용산을 개발하기 위해서 혹은 개발이익을 빨리 얻기 위해서 평택이전을 서두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평택이전은 우리 사정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측의 준비가 또 돼야 하는데 지금 미국은 럼스펠드 장관이 얼마 전에 얘기했습니다만 2008년까지 17,000명을 감축하는 것 이외에 추가 감축을 시사를 하고 있거든요. 만일에 추가감축이 1~2년 사이에 또 예고된다면 미국에게 줘야 될 공여지, 미국에게 제공해야 될 부지면적도 달라집니다. 그런 점까지 다 감안하면 현재 평택기지를 갖다가 이전하고 또 이전에 대한 준비를 하는 문제를 조금 여유를 가지고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고 실리적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변상욱 / 진행

말씀 고맙습니다.

진행 : 변상욱 대기자
정리 및 문의 : 김인경 작가

(노컷뉴스 200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