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역사찾기’ 로 ‘동북공정’ 맞불

시조 ‘주몽’ 활약상 다룬 남 북한 소설 동시 출간

고구려를 자국 역사의 변방에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동북 공정 프로젝트’ 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고구려의 시조 주몽을 다룬 남북한 소설이 같은 시기에 출간됐다. 때마침 오는 15일 부터 문화방송(MBC)이 사극 ‘주몽’ (최완규 정형수 극본·이주 환 김근홍 연출)의 첫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어서 방송, 출판을 통한 고구려 역사 찾기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남북한의 대표적 역사 전문 소설가들이 펴낸 ‘주몽’ 은 세부적 내용과 전개, 표현 등이 다르지만, 만주 일대를 누빈 고구려 초기의 역사를 생생하게 복원해서 고구려가 우리 역사라는 것을 명백하게 증명한다는 주제는 일치한다.

북한 소설가 김호성씨가 지은 ‘주몽’ 은 1997년 북한에서 처음 발표됐을 때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 품. 남쪽 출판사 ‘자음과 모음’ 이 북한측과 정식 저작권 계약을 하고 펴내고 있는 ‘자모 역사소설’ 시리즈의 세 번째 편이다. 주몽이 분열된 여러 부족을 통합하고 통일을 이루는 활약상을 영웅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아름답고 슬기로운 여인들과의 애 틋한 로맨스 등을 섞었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치밀한 역사 고증이 돋보인다. 예를 들어, 주몽이 북만주 일대에 웅거한 부여를 탈출해 불함산(백두산)을 새로운 제국을 세울 중심지로 정한 후 오녀산성을 축조하는 과정을 묘사한 것은 오녀산성이 현재의 지린(吉林)성 일대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바와 달리 고구려의 역사와 문명이 엄연히 한민족의 역사임을 나타내려는 작가의 의지가 절실히 느껴진다.

2002년에 또다른 장편 ‘고구려의 새벽’ 을 펴내며 역사소설 전문작가로 이름을 떨치게 된 김씨는 남쪽 월간잡지 ‘민족21’ 과의 인터뷰에서 “통일시대에 문학으로서 이바지하는 길은 역시 민족성에 대한 추구” 라고 밝힌 바 있다.

남한판 ‘주몽’ (영상노트 펴냄)은 1983년 일간지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꾸준히 역사소설을 발표해온 소설가 이수광씨의 ‘고 구려 역사 시리즈’ (전10권 기획) 가운데 세 번째 작품이다. 이 씨는 “그동안 우리 문학작품이 남방 역사에만 신경을 써 왔는 데, 이제 발해, 고구려 등 북방 역사를 다뤄야 한다” 며 “좋은 역사소설이 되려면 국수주의적 시각에 머물지 않고 정확한 근 거와 치밀한 분석 작업을 거쳐야 한다” 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주몽이 태어났던 부여가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여러 나라로 분화, 통합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복원해냈다. 다양한 설화 속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대목은 풍부한 역사 자료와 해석작업을 거쳐 통일시켰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주몽이 세력을 확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여인 소서노와 함께 엮어내는 로맨스는 서양의 영웅담처럼 장쾌하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 “소서노가 20세의 주몽을 만날 때 두 아이를 가진 어머니로 이미 37세였습니다. 저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적으면서 이들이 어떻게 고구려를 일궈내는지를 파노라마 처럼 엮어내고자 했습니다.”

(문화일보 / 장재선 기자 2006-5-8)